이제 언론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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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총 공세가 시작되었다.

청와대를 비롯해 새누리당 친박 진영, 언론의 보수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자 납작 엎드려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고 있다가 대통령이 모르쇠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사태가 장기화 되자 일제히 고개를 다시 빳빳하게 들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공안검사 출신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 자리에서 촛불 집회 참여자들을 보고 ‘일반인들은 몇 명 없었고 동원된 사람들’이라고 하는가 하면, 골수 진박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라는 말로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다. 심지어 청소년단체가 촛불 집회에 참여하자 ‘학생들 뒤에는 종북주의 교사가 있지 않겠나’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에 힘입었는지 청와대에서는 지난 20일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라고 즉각적인 입장을 발표하며 검찰의 중간 수사 내용을 전면 부정하였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는 검찰을 불신하고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까지 하였다. 그리고 무엇이 두려웠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대통령의 시크릿>이 방송되기도 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 종편 프로그램 <이것은 실화다>의 아류 같은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언론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출근도 하지 않은 채 관저에서 7시간 동안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 JTBC 〈뉴스룸〉 11월 21일 보도 '[앵커브리핑] '모래 위에 지은 집' 따지고 보면 사실…' ⓒJTBC 화면캡처

이미 대통령의 거짓말은 이번 검찰 중간 수사 결과에서 상당 부분 밝혀졌다. 재단 만드는 것을 직접 지시 했고 재벌들에게 돈을 걷도록 시켰다. 또한 최순실의 개인 민원 해결사 노릇을 하며 기업의 계약 사항 까지 관여 했다. 심지어 몇 몇 기업에게는 광고업체 까지 소개해주는 등 참으로 최순실을 꼼꼼하게도 챙겼다. 정작 챙겨야 할 국민의 아픔과 물속에 가라앉는 세월호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희생자들은 철저히 외면한 채 말이다. 정작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대통령인데 누가 누구를 바로 잡는다고 그러는지, 정말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청와대는 더욱 더 민의를 배신하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박대통령을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고 대국민 사기를 친 이번 사태의 공범 중의 공범인 진박은 박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언론의 보수 인사들은 막무가내로 언론의 입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불의에 맞서 주말 마다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켜는 국민들이 있으니 말이다. 비록 돈을 받고 동원 되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축제 같은 평화 집회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국민 말이다. 언론은 이러한 국민만을 바라보고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비롯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청와대 인사들의 거짓과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히 아직까지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진실을 밝히기보다 검찰, 청와대, 정당들의 입만 바라보고 받아쓰기에 여념 없는 공영방송은 더욱 앞에 나서야 한다. 조금씩 퍼즐은 맞춰지고 있고 진실은 그 실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세월호 참사 때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 했던 그 마음이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 바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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