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경주 지진, 나도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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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경주 지진, 나도 당황스러웠다”
넥스트라디오포럼 ‘재난과 라디오’ 주제로 개최…일본 방송사 데스크‧손석희 앵커 등 경험 밝혀
  • 구보라·이혜승 기자
  • 승인 2016.11.2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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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라디오’가 아니라, ‘재난과 국가와 라디오’가 돼야 한다. (지난 경주 지진 당시) 재난과 라디오, 재난과 뉴스룸 사이에는 국가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 총리는 엊그제 지진 당시 해외에 있다가도 1시간 만에 나타나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가야 한다”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재난과 라디오’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PD연합회 주최 ‘넥스트 라디오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손석희 JTBC 앵커는 지난 9월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방송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했다.

넥스트라디오포럼은 한국PD연합회 소속 라디오PD들이 라디오 및 오디오매체의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모임으로, 경주 지진 이후 재난매체로서의 라디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날 포럼이 마련됐다. 포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라디오의 재발견’, ‘ 라디오를 능가한 영상매체의 재난 대응 - JTBC 뉴스룸 케이스’라는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손석희 앵커가 직접 JTBC 뉴스룸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발제자로 나섰다.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손석희 앵커는 가장 우선적으로 포럼의 주제인 '재난과 라디오’라는 두 글자 사이에 '국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진이라는 재난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그를 포함한 제작진 역시 무지했기에 경주 지진 당시에도 결코 ‘잘 대처했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이유로 국가적 매뉴얼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손 앵커는 “당시 당황한 제보자가 전화 연결 도중 ‘지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는데 ‘엘레베이터를 사용하지 말아라’라는 아주 기초적인 말조차 쉽게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라며 “만약 저나 pd나 기자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고, 교육을 잘 받았더라면 빈틈없이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그는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기 이전에 국가가 대응 매뉴얼을 잘 쌓아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 앵커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답이 나와 있다. 지진 발생 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정부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피시킬지, 또 1차 피해 복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매뉴얼을 먼저 정하고, 나아가 있는 매뉴얼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며 “그것을 전파시키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손 앵커는 그 다음으로 실제 재난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제보자’이고, 많은 제보를 받을 수 있는 동력은 결국 평소 쌓아올린 신뢰성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재난 시 제보가 과장될 순 있지만 틀린 내용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재난 시에는 시청자 제보를 가장 우선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상시에 접촉도가 높은 청취자, 시청자가 있어야 제보가 들어온다. 사람들은 자기가 평소 보고 듣던 방송에 제보하게 된다”며 “경주 지진 당시에도 세월호 참사 등 그 이전 경험들로 보았을 때 아마 JTBC가 신뢰할 만한 매체라고 생각했기에 제보를 이쪽으로 많이 해주셨던 게 아닐까”라고 밝혔다.

▲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재난과 라디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지난 경주 지진 당시 보도 경험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재난 보도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헌

최종적으로 중요한 건 결국 그 제보를 어떻게 ‘잘’ 전달하는가의 문제다. 손 앵커는 지난 경주 지진 당시 JTBC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지난 13년 MBC 라디오국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재난 보도 경험을 꼽았다. 본인은 물론, 함께 한 스태프들 역시 라디오에서 생방송을 함께 했던 이들이기에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재난 상황에 비교적 잘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손 앵커는 “제보 전화를 받은 후 그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고, 조율하는 등의 일을 한 스태프들 역시 (JTBC로 넘어올 때 함께 왔던) MBC <시선집중> 스태프들이었다”며 “10여 년 동안 함께 해왔던 일이었기에 일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할 지를 몸으로 체득해왔고 노하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손 앵커는 경주 지진 이후 JTBC 역시 나름의 매뉴얼을 새롭게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1부 시작부터 방송이 끝날 때까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공유하고, 백서까지 쓴 건 아니지만 시청자와 제보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긴 논의를 했다”며 “유사시 바로 내보낼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정비했고, 그 이후 실제 방송에서 활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주 지진 이후 정부로부터 나온 새로운 매뉴얼이 없었다. 그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국가의 자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 청중들 사이에서 보이는 손석희 JTBC 앵커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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