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대작들이 기대를 저버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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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기대작들이 기대를 저버린 이유
[방송 따져보기]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안투라지>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11.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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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다. 현재 방영 중인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연출 진혁, 극본 박지은)과 tvN <안투라지>(연출 장영우, 극본 서재원·권소라)은 스타 작가가 집필하거나 연기력을 입증 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지만, 시청자 반응이 영 미적지근하다. <안투라지>는 미국 드라마와 달리 혹평을 얻었고, 박지은 작가의 <푸른 바다의 전설>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전작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에 준하는 흥행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물론 이들 드라마가 방영 전까지 워낙 높은 관심을 받았던 터라 반감을 사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대중과 제작진의 기대만큼 파급력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 국내판 <안투라지>(연출 장영우, 극본 서재원·권소라)는 할리우드의 이면을 파헤치는 미국판처럼 국내판도 대세 스타 영빈(서강준)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힌 연예계 뒷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극중 선정적인 장면과 대사들은 블랙코미디라고 보기엔 정서적 이질감이 도드라져 어색함을 더한다.ⓒtvN

<안투라지>의 실패는 처참하다. 원작인 동명의 미국 드라마는 시즌8까지 방영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으나 국내판 <안투라지>는 초라한 행보다. 급기야 지난 19일에는 시청률 0.6%로 ‘0%대 시청률’이라는 굴욕까지 얻었다. 당초 <안투라지>는 <시그널>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갖춘 배우 조진웅을 비롯해 <치즈 인 더 트랩>의 서강준, 영화 <동주>의 박정민 등이 뭉쳐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국내판 <안투라지>는 할리우드의 이면을 파헤치는 미국판처럼 국내판도 대세 스타 영빈(서강준)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힌 연예계 뒷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극중 선정적인 장면과 대사들은 블랙코미디라고 보기엔 정서적 이질감이 도드라져 어색함을 더한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캐릭터의 ‘자가 복제’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극 초반 인어로 분한 배우 전지현을 앞세워 대중의 관심을 붙잡았다. 수치로만 보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지난 16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16.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최근 방영분은 17%를 기록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여주인공 캐릭터의 퇴보가 두드러진다. 외계인을 인어로 바꾼 ‘자기 복제’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울 정도로 인어의 엽기적인 행동은 ‘별그대’의 톱스타 천송이의 엉뚱함과 겹쳐진다. 또한 전생과 현생을 오가며 인어 심청(전지현 분)과 허준재(이민호 분) 간 인연을 풀어내고 있으나 작가의 전작에 비해 서사의 흐름이 끊긴다는 평가다. 시청자들은 “배우 스타성만 입증한 드라마”, “시청자 시선을 잡기에 밍밍하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드라마가 흔들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 데 약했기 때문이다. 극중 인물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서사 전개에 흥미를 유발시키는 동력이 된다. 캐릭터 의존도가 높은 <안투라지>의 경우 극 초반 캐릭터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산만한 전개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동명 원작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굿와이프>(연출 이정효, 극본 한상운)는 호평을 받았다. 국내판의 극 초반 스토리라인은 원작과 거의 비슷했지만 캐릭터 설정과 표현 방식이 달랐기 때문. 예컨대 남편의 성추문 해명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감정을 다룰 때, 미국판 알리시아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김혜경(전도연 분)의 감정선을 전달해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게끔 했다.

▲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연출 진혁, 극본 박지은)은 캐릭터의 ‘자가 복제’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도 초반부 화려한 볼거리와 코믹씬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고 있지만, 향후 극의 흐름에 인물 간 서사를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 얼마 전 동시간대 1위로 종영한 MBC <쇼핑왕 루이>(연출 이상엽, 극본 오지영)는 ‘시청자가 키운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방영이 거듭될수록 ‘시청률 역주행'을 만들어냈다. 표면적으로는 루이(서인국 분)와 복실(남지현 분)의 순수한 사랑을 다룬 단순한 소재로 보이지만, 분명한 캐릭터 설정과 서사를 쌓아가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즉 기존의 흥행 공식의 반복, 리메이크 제작 시 정서 차이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것만큼 극중 인물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내달 2일 KBS <태양의 후예>로 올 상반기를 휩쓴 김은숙 작가의 새 작품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김신(공유 분) 앞에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고 주장하는 지은탁(김고은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벌써부터 방송가에서는 ‘김은숙 신드롬’을 예견하고 있지만, 김 작가는 제작 발표회에서 “‘대사발’이라는 지적을 항상 받는다”며 “이번에는 서사를 잘 짜겠다. 엔딩까지 힘 빠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숱하게 흥행작을 썼다고 해도 차기작의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어쩌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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