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방송] KBS ‘한국인의 밥상- 얼리거나 삭히거나, 겨울 음식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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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한국인의 밥상- 얼리거나 삭히거나, 겨울 음식의 재발견 ’ ⓒKBS

▲ KBS <한국인의 밥상- 얼리거나 삭히거나, 겨울 음식의 재발견> / 12월 8일 오후 7시 35분

얼리거나 삭히거나 - 겨울 음식의 재발견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겨울! 춥고 긴 겨울을 나게 하는 데는 맛있는 음식만한 게 없다?! 마땅한 보관시설이 없던 시절, 얼리거나 삭힌 음식들로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냈던 사람들의 부족해서 더 달달한 겨울 미식을 찾아간다.

#삭힌 갓과 얼린감자 - 강원도 정선 산골마을의 겨울음식

유난히 길고 추운 정선의 겨울, 눈이 내리면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지는 오지 정선 장열리 사람들은 겨우내 먹을 음식들을 저장하느라 분주하다. 장열리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박순옥씨와 박신옥씨는 정선 토종 갓을 한가득 뽑아와 소금물에 파릇파릇하게 절인다. 잘 삭힌 갓김치는 잘게 썰어서 전병에도 넣고 콩갱이에도 넣으면 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음식의 맛을 돋워 준다. 떡과 부침개의 중간 형태 정도 되는 갓김치를 가득 썰어 넣은 가시레를 함께 만들며 순옥씨와 신옥씨는 추억을 떠올리고 미옥씨는 새로운 맛을 배워간다. 땅을 파서 감자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무와 감자를 한 가득 저장해두면 장열리의 월동 준비도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감자 무덤에 넣지 않은 작은 감자들은 그대로 얼려 언감자를 만들어 먹는다. 언감자 껍질을 벗겨 밀가루를 묻혀 잘 치대 쪄 먹으면 한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쫄깃쫄깃한 식감의 언감자찜이 된다. 오늘도 장열리 사람들은 다양한 겨울나기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긴 겨울을 이겨낸다.

#썩힌감자가 만들어낸 하얀 눈 - 횡성 어둔리 썩힌감자가루

겨울을 앞둔 횡성 어둔리에는 외양간 냄새와 비슷한 퀴퀴한 냄새가 가득하다. 그 퀴퀴한 냄새의 주인공은 바로 썩힌감자! 커다란 들통에 감자를 넣고 물을 부어 두 달이나 썩힌 냄새에 다들 코를 틀어막지만 여러 번 깨끗한 물에 걸러내고 주무르기를 반복해서 나온 첫눈같이 새하얀 감자 전분을 보면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는데~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들어낸 썩힌감자가루로 익반죽을 하고 동부콩 속을 넣어서 떡을 하면 다른 감자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쫄깃함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정복동씨와 최애화씨가 썩힌감자가루를 걸러내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동안 한봉기씨는 잘 말려놓은 묵나물을 가져다가 나물밥을 한다. 나물밥을 하는 아궁이 밑불에 하는 비지장 까지 더하면 한겨울 추위도 두렵지 않은 든든한 밥상이 차려진다. 아직도 하루에 버스가 두 대 밖에 오지 않는다는 횡성 어둔리. 사람이 귀한 만큼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어둔리의 정다움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홍어맛 김치를 아십니까? - 구만포가 만들어낸 예산 삭힌김치

충청남도 예산에는 구만포가 만들어낸 예산만의 특별한 김치가 있다. 깨진 독에 담가 하얀 곰팡이가 필 때까지 삭혀서 먹는 삭힌김치가 바로 그 특별한 김치다. 10여 년 전, 남편과 함께 금치리로 귀농한 김형애씨는 처음 마을회관에서 먹어 본 삭힌김치의 맛에 중독되어 그 후로 마을 어르신들에게 삭힌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 삭힌김치를 매년 담가오고 있다. 토종배추인 구억배추로 담가야 제대로라는 예산의 삭힌김치는 일반 김치와는 달리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새우젓으로 맛을 낸다. 잘 삭혀진 김치에 쌀뜨물을 부어 끓여내면 구수함은 더 깊어지고 톡 쏘는 맛은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금치리 토박이 최석진씨는 아직도 구만포에서 한 해 농사지은 농산물을 지게로 지고 가서 새우젓을 바꿔 오던 어른들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원래는 김장 배추 위를 덮던 우거지까지 알뜰하게 먹기 위해 시작됐던 김치이지만 이제는 국제 슬로푸드 프로젝트 ‘맛의 방주’에도 등록이 될 정도로 그 맛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진한 맛의 삭힌김치가 만들어내는 구만포의 역사가 담긴 밥상을 찾아간다.

#감기에 좋은 꿩장과 인진쑥곰 - 안동 권씨 종가의 겨울나기 음식

안동시 와룡면에는 안동 권씨 종부 조선행씨가 살고 있다. 한평생 종부로 살아오며 안동권씨 집안의 맛과 멋을 지켜온 선행씨. 그런 선행씨가 겨울이 오면 꼭 만드는 음식이 있다는데~ 꿩의 살을 발라내 수수쌀과 생강을 듬뿍 넣고 끓여낸 꿩장이 바로 그 음식이다. 처음 시집와서 심하게 감기를 앓던 선행씨를 위해 시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었다는 꿩장! 신기하게도 꿩장을 먹고 나서 그렇게 낫지 않던 감기가 싹 달아난 후로 선행씨도 겨울이 오면 꼭 꿩장을 담근다.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 음식이 꿩장이라면 친정어머니의 딸 사랑 음식으로는 인진쑥곰이 있다. 인진쑥과 깨, 대추를 넣고 오랜 시간 끓여서 겨우내 독에 두고 먹는 인진쑥곰은 어르신들에게는 겨울 보양식으로, 선행씨에겐 시집간 딸을 위해 고아주시던 친정어머니의 음식으로 기억된다. 부모가 베푼 사랑을 잊지 않고 음식으로 그 사랑과 정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선행씨가 차려내는 안동권씨 집안의 겨울나기 음식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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