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 있는데도 아직도 달라지지 못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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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서 있는데도 아직도 달라지지 못한 MBC
[미디어비평] ‘민주당 술판’ 보도 논란…MBC 기자들, 보도 책임자 사퇴 촉구 릴레이 시위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6.12.12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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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가 썩은 고기가 되어 시궁창에 처박혀 있는데, 모두 더럽다 추악하다 말하고 있는데 오직 MBC 보도 책임자만이 조금만 버티면 된다. 곧 끝날 거다 말하며 그 냄새를 신문지로 싸 가리려 하고 있습니다….” (MBC 기자협회가 지난 7일 발표한 성명 ‘피켓을 들겠습니다’ 중 일부)

요즘 MBC 내부 취재진의 시름이 깊다. 촛불집회 현장에 취재를 나간 MBC의 취재진이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 쫓겨나는가 하면 집회 현장에서 MBC 기자가 자사 로고를 떼고 리포팅을 하는 등 ‘굴욕’까지 맛 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과 일맥상통하듯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지난 8일 3.7%(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까지 추락했다. <뉴스데스크>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방송된 JTBC <뉴스룸> 시청률이 10.733%(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한 것과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다.

▲ 지난 8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장면 ⓒMBC

MBC의 추락이 ‘사연 없는 무덤’은 아니다. MBC는 최근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발표 소식을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첫 번째 리포트로 다루거나(지난 6일), 사건 관련 핵심 증거물 중 하나인 태블릿 PC의 진위 여부를 놓고 ‘의혹이 꼬리를 문다’고 보도했다.(지난 8일)

그 정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된 직후인 지난 10일, <뉴스데스크>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고깃집 회식’ 장면 영상에 대한 보도였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野 촛불 행렬 동참, 정국 주도 기싸움 팽팽’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소식을 다루며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어제 탄핵안 표결에 앞서 소속 의원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지만,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이 어제 저녁 여의도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지만…’, ‘술판을 벌였다’, ‘논란이 됐다’ 등의 표현을 통해 이 때의 회식 자리가 신중치 못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반면 MBC는 박 대통령의 ‘미용사 논란’에는 입을 다물었다. 지난 6일 SBS와 <한겨레>를 통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315명이 배에 갇혀있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머리 손질을 위해 전담 미용사를 호출했고, 오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할 때는 일부러 흐트러진 머리를 연출했다’는 내용이 보도됐고, 이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MBC는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 지난 9일 MBC 임경아 기자가 상암동 MBC 사옥 1층에서 '보십시오. 이것이 MBC 뉴스의 현실입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사진 제공

“MBC 뉴스, 이미 썩은 고기돼 시궁창에…보도 책임자 사퇴해야” MBC 기자들, 릴레이 피켓 시위 예고

이미 MBC 내부에서는 이런 MBC의 추락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MBC 기자협회는 지난 7일 ‘피켓을 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MBC 뉴스가 썩은 고기가 되어 시궁창에 처박혀 있는데 오직 보도 책임자만이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하며 그 냄새를 신문지로 싸 가리려 한다”며 MBC의 이런 보도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MBC 기자들은 지난 9일부터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를 필두로 상암동 MBC 사옥 1층에서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앵커 박상권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가 공식 하차했다. 11일 박 기자는 클로징 멘트에서 “시청자가 MBC 뉴스에 보내주시는 따끔한 질책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앵커로서 언론으로서 본분을 다 했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고 이 아나운서도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MBC 뉴스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MBC 내부에서는 변화를 요구하고, 보도 책임자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은 KBS도 마찬가지다. 이들 두 방송사의 상황은 SBS가 지난 주 ‘뉴스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사장 및 보도본부장 인사를 단행하고 김성준 전 <SBS 8뉴스> 앵커(현 보도본부장)를 다시 앵커 석에 앉히는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MBC는 지난 2012년, 언론사 지망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방송사 1위(<기자협회보> 조사)였다. 2016년 지금, 그 명성은 사라졌다. 지금의 MBC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이제는 MBC가 종합편성채널인 JTBC에 내준 국민의 신뢰와 지상파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아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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