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 자살 유가족...<감정시대> PD들이 밝힌 감정의 사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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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자, 자살 유가족...<감정시대> PD들이 밝힌 감정의 사회화
“부정적으로 볼까봐 걱정...긍정적인 변화 이끌었으면”
  • 표재민 기자
  • 승인 2016.12.16 1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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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시대> 연출자인 김광호 PD(왼쪽)와 김훈석 PD(오른쪽) ⓒ EBS

감정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EBS 다큐 프라임 <감정시대>(김광호, 김훈석 PD)는 감정의 사회화를 이야기했다. 김광호와 김훈석 PD가 5부에 걸쳐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감정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사안이자 고민할 거리라는 숙제를 던졌다.

 

1부 ‘을의 가족-불안의 대물림’(김광호 PD)은 실직을 겪은 가장과 그의 가족에게 깊게 남아 있는 생채기를 다루며 사회가 이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끌어냈다. 2부 ‘감정의 주인’(김훈석 PD)은 감정 노동자의 감정을 소비자가 살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점을 꼬집으며 인식 변화를 꾀했다.

 

3부 ‘아저씨의 마음’(김훈석 PD)은 40대 가장의 고민과 위로의 시간을 마련했고, ‘너무 이른 작별’(김광호 PD)은 자살 유가족의 치유와 편견을 다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자인 단원고 출신 학생들의 고민과 삶의 무게를 다룬 ‘스무 살, 살아남은 자의 슬픔’(김훈석 PD)은 생존자들의 성장을 기원하는 동시에 진상 규명과 우리가 꼭 이 일을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했다.

 

단순히 시름에 빠진 이들의 서글픈 감정을 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깨우치게 한 다큐멘터리였다. 혼란스러운 이 시국, 우리에게 필요한 공감, 그리고 공감을 넘어 ‘감정의 사회화’를 이뤄내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를 남겼다.

 

이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광호, 김훈석 PD는 다큐프라임 <가족쇼크>를 함께 연출할 때부터 감정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고, 1년가량 이 다큐멘터리에 매달렸다. 의미 있는 주제를 안방극장에 전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한 두 사람의 제작기를 듣다 보면 <감정시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광호: <가족쇼크>를 제작할 때부터 함께 이야기했던 주제다. 가족 이야기를 했으니 사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감정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기존의 흐름들에 대한 반기가 있었다. 지난 해 힐링이나 마음 수련 열풍이 있었다. 그런 열풍이 불면 불수록 개인들의 불안과 막막함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감정이란 프리즘으로 한국 사회를 보면 감정에 대한 편견도 깰 수 있고 공감대를 훨씬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주위에서 ‘개인적 감정과 다르네? 이래서 성공하겠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 불안, 슬픔, 아픔 등의 감정이 단순히 부정적인 게 아니라 공감해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앞으로 내 아이들을 위한 세상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한 건가.

 

김훈석: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우리가 기획했을 때 한국 사회의 감정이 부정적일 거라고 예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방송 시점이 지금의 시국과 맞물리면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던져주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감정을 다루다보니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광호: 감정을 사회화한다는 게, 감정을 사회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게, 감정을 보고 사회적 코드를 뽑아낸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출연자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분명히 우리 사회 현상이나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그분들 스스로도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사회적으로 맞닿아있다고 생각 못한다. 자살 유가족은 우리가 보기에 사회적 편견과 스스로 학습된 편견이 있었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냐면 ‘프로그램을 통해서 출연자들도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살 유가족으로서 힘들다가 아니라 그분들 스스로 이 감정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왜 이 감정이 자살 유가족에게 만연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성장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도 그 성장 지점을 찾아서 고민해야 했다. 개인의 감정을 모아서 사회 현상을 살피는 게 필요했다. 보통 프로그램들이 개인과 사회 시선 중 하나만 다루는데 우리는 섞어야 했다. 어느 정도 제작을 하다 보니 답은 출연자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들의 변화와 성장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편협하지 않으려고 했다. 제작 전 과정이 힘들었다.

▲ <감정시대> 연출자인 김훈석 PD(왼쪽)와 김광호 PD(오른쪽) ⓒ EBS

-출연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섭외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김광호: 계속 찾아가서 부탁드렸다. 결국 신뢰다. 실직 가장을 찾기 위해 거제에만 섭외차 10번을 내려갔다. 한 번 내려갈 때마다 2박3일씩 머물면서 노조 사람들 만나고 집회 있으면 스피커도 옆에서 들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하청업체 구조조정 압박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있었는데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계속 거절당하면서도 또 내려갔다. 계속 옆을 지켜드리는 방법,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김훈석: 고맙게도 감정 노동자들은 출연에 호의적이었다. 물론 회사에 따라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는 분도 계셨지만 모두들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대의를 위해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을 감수해주셨다. 감사드린다. 세월호 생존자는 만나면 만날수록 상처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안산에 12번째 갔을 때 첫 섭외를 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다. 그래도 EBS에 대한 신뢰, <가족쇼크> 제작할 때 유가족 부모님들을 다뤘다는 신뢰가 있어서 섭외에 응해주셨다.

 

-세월호 생존자를 다루는 방송은 제작이 좀 더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김훈석: 물론 좀 더 관심을 가게 방송을 만들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나서 느낄 감정을 생각해야 했다. 사회적인 위로가 필요한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의 감정을 사회가 기억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순간 고민했다. 흔히 말하는 방송에 필요한 자극적인 장면을 추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상당히 많이 받은 것 같다. 목소리를 직접 넣은 방송도 있고 넣지 않은 방송도 있다. 특별히 이유가 있는 건가.

 

김훈석: 많은 자문을 받았다.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등등 폭넓게 만났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직접 넣은 것은 2부 ‘감정의 주인’까지만이었다. 기존의 감정 노동자를 다루는 프레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프레임을 정하는 새로운 연구를 하는 전문가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나머지는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려고 했다. 학술적인 이야기보다는 감정을 내세우다보니 출연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고자 했다.

 

김광호: 어떻게 보면 거대담론일 수 있다. 소재는 개인의 감정인데 메시지는 거대담론이라 함부로 결정할 수 없었다. 지금 이 감정이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공감이 되길 바랐다. 지금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했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이 바로 공감이지 않나. 우리 프로그램이 기여하고자 했던 부분이 이거다. 그래서 사람, 감정을 전면으로 들이밀었다.

▲ 5부작 <감정시대>는 감정이 개인을 넘어 사회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 EBS 방송 화면 캡처

-3부 ‘아저씨의 마음’은 어머니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한 출연자만 깊게 다뤄졌는데 이유가 있는 건가.

 

김훈석: 마음을 다루는 게 어려웠다. 다른 프로그램은 사연을 하나하나 해결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나. 우린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 5명의 출연자가 있고 그 출연자가 가진 고민은 달라도 그 고민을 대하는 마음이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가벼워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경우만 보여줘도 다른 마음을 볼 수 있고 마음을 보는 과정이 이렇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광호: ‘아저씨의 마음’에 나온 전문가의 공개 상담실은 <가족쇼크> 때부터 하려고 했었다. 그 전문가가 감정 노동자를 모아놓고 상담하는 시간을 본 적이 있다. 공감과 포옹이 핵심이었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었는데 자신이 감정 노동에 지친 줄 알았는데 콜센터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안아주고 싶다고 하더라. ‘아저씨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공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도가 낮다는 40대 아저씨들이 공감하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을 본 출연자들이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김광호: 방송을 만들면서 출연자들이 아프지 않고 성장하길 바랐다. 그래서 늘 조마조마했다. 출연자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멋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신들이 느끼는 불안의 감정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모두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앞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신 게 아닐까 싶다. 출연자들의 감정이 부정적으로만 보일까봐 걱정했는데, 긍정적으로 느끼고 공감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았다. 방송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따뜻하게 안아준다는 것이 제작하면서 느낀 고민에 대한 훈장 같았다.

 

-다큐프라임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궁금하다.

 

김광호: 본질을 이해하게 만드는 거다.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학문을 넘어 사회 현상에서도 본질을 이해하고자 한다. 꼭 책에 나오는 구절이 아니더라도 화두를 제시하는 것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게 다큐프라임의 진화이고 새로운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큐프라임이 우리 사회에 있어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광호: 그래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해서 방송에 다 내보낸다는 게 쉽지 않다. 방송의 역할은 관심을 갖게 하는 거다. 우리가 모든 이야기를 다할 수는 없다. 그래서 책을 만든다. 다큐프라임이 가지고 있는 존재 가치를 묻는다면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이 감정을 해결하려면 뭘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큐 PD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인가.

 

김광호: 정말 감사하다. 진정성이 있다는 칭찬이 가장 좋다. 출연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정말 감사하고 짜릿하다. 진정성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게 감사하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죽을만큼 힘들다.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 다시는 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또 하게 된다.(웃음) 이번에 김훈석 PD가 세월호를 다뤘는데 나도 해봐서 안다. 그 부담감과 책임감은 말로 못한다. 이번에 출연자들에게 섭외를 할 때 한 말이 있다. 지금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90이라면 우리 아이들, 우리 손주들은 89나 88을 느껴야 하지 않겠냐고 청주 분식집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들이 95를 느끼면 안 되지 않겠냐는 말에 흔들리시더라. 나도 정말 그런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

 

김훈석: 늘 새로운 관점에서 깊이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어렵다. 완성도와 화제성 모두 추구한다는 게 쉽지 않다. 다행히 EBS는 많은 시간을 준다. 물론 시간이 많다 보니 고통도 길다.(웃음) 어느 한 후배 PD가 이런 농담을 했다. 다큐프라임을 끝낸 PD는 회사에서 상담을 받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할리우드 감독들은 그런 심리 상담을 받는다면서 농담했다. 그만큼 부담감과 압박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PD뿐 아니라 작가들도 고생한다. 이번에 김미지, 정명 작가님이 정말 고생 많았다. 다큐프라임 제작은 작가님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긴 제작시간 동안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거다. 사명감을 갖고 임하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두 작가님들 모두 엄마다. 육아와 교육의 짐을 갖고 있는 보통의 엄마들인데 이런 어려운 작업을 하셨다.

 

다큐와 다큐 PD의 사회적 의무는 무엇일까.

 

김광호: 한국에서 다큐의 자리가 불안정하다. 꼭 있어야 할 존재인데 보석처럼 빛나진 않는다. 지금의 세상을 바꾸고 견뎌내는데 다큐만큼 중요한 장르가 또 있을까. 시대를 정리하고 다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 그 인식의 기회를 주는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고민하는 공감할 수 있는 다큐가 흔들린다는 게 걱정이 된다. 다큐는 끊임 없이 계속돼야 한다.

 

김훈석: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또 다른 답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정보든 감정이든 사상이든 다른 삶이든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면 그게 사회적인 의무가 아닐까. 그 다음은 시청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광호: 부정적인 감정은 꼭 잊고 경계돼야 할 것들이 아니다. 특히 세월호 슬픔들은 리트머스 종이 같다. 그걸 얼마만큼 공감해내고 부정적 감정을 의미하는 바를 찾는 게 중요한 작업 같다. 시청자들이 지금 이 시대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우리 이웃들과 무엇을 고민을 할지 인식해주셨으면 좋겠다.

 

김훈석: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유가족이나 생존자에게 큰 상처가 된 사건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에 큰 상처가 된 일이다. 규명돼야 한국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생존 학생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도보 순례를 하는 부분이 우리 방송에서 크게 다뤄지진 않았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전하고자 했다. 규명이 먼저 돼야 치유도 되고 긍정적인 감정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으로 만든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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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자 2017-01-16 07:57:06
김광호PD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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