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방송 결산①] 시사·교양…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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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사 프로그램? 사회적 이슈 제기하는 다큐멘터리·파일럿 교양 돋보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급변하는 시국 속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이 드라마와 예능보다는 뉴스, 시사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 눈 감은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자, 침체되어있던 시사 프로그램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올 한 해 시사교양에서는 여성, 청년 실업, 동물 인권, 다이어트, 삶의 의미, 민주주의 가치 등의 사회적 이슈들을 다룬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새롭고 다양한 파일럿(시험 제작 방송) 시도도 부쩍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7년에는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이 다시 권력과 자본의 감시견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리고 교양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편성이 교양 프로그램의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그것이 알고싶다> ⓒSBS
▲ KBS <추적 60분>, MBC <PD수첩> ⓒKBS,MBC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그리고 시사 프로그램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자리를 대신해왔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2016년 1월, 한국방송 PD대상 수상)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진실을 파헤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월 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최태민 일가, 세월호 인양 문제, 대통령 5촌간 살인 사건, 촛불 집회의 모습과 의미까지 방송에 담아냈다. 특히 11월 19일에 방영한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드라마 시청률에 버금가는 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비해 지난 9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지 못한 채 억압받아왔던 KBS와 MBC의 시사 프로그램인 <추적 60분>과 <PD 수첩>도, 11월 초부터 국정농단 사태를 5~6편에 걸쳐 다루는 등 변화를 보였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PD들은 그동안 세월호 2주기와 故 백남기 농민, 한일위안부협정, 국정교과서 등 굵직한 아이템의 제작을 막았던 방송사 간부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공영방송 PD로서의 역할을 묻는 자성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은 5~6%에 머물러,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변화에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흐름에 대해 지상파 3사의 한 시사·교양 PD는 “10월 말부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인 상황이 오자, 시청자들이 예능이나 드라마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이동했다”며 “공영방송에서도 이런 변화를 맞아 지난 9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훈장과 권력>, 박근혜 정권 체제에 부역한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인 등의 과거 행적과 발언을 복원기록한 <부역자들> 시리즈 등 탐사 보도·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전 MBC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자백>은 10월에 개봉해 현재까지 누적 관객수 14만 3천명(12월 26일 기준)에 이르며, 이명박·박근혜정권의 언론장악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직 당한 언론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도 내년 1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뉴스타파
▲ 최승호 PD(전 MBC PD)가 연출한 <자백>, 김진혁 PD(전 EBS PD)가 연출한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사회적 이슈 다룬 다큐멘터리·파일럿 교양·팩츄얼 드라마 등 새로운 시도 돋보여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정치적 이슈 외에도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졌다.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줬던 <SBS 스페셜> 신년특집 ‘엄마의 전쟁’, KBS <추적60분> '불평등 육아의 경고, 2020 인구절벽'(10월), <SBS 스페셜>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죽음을 부르는 데이트’(4월), ‘강남역 살인사건’(5월), 사상 최악의 실업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했던 KBS <시사기획창>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편(1월), ‘개천의 용은 살아있나’(3월), <KBS 스페셜> ‘지옥고, 청년의 방’(4월), SBS 스페셜 <개천에서 용이 날까용>(5월) 등이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이외에도 다이어트 등 건강 이슈를 다뤘던 <SBS 스페셜> ‘설탕전쟁’(4월), <MBC 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 2부작(9월), 우리 사회에서 공부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다뤘던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5월)과 <MBC 스페셜> ‘공부중독’(11월), 강아지 공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SBS <동물농장> ‘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5월), EBS <하나뿐인 지구> ‘당신이 몰랐던 식용개 이야기’(9월)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당시를 살아냈던 인물들의 삶을 면밀히 추적했던 팩추얼 드라마 KBS <임진왜란 1592> 5부작 또한 시청자들로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5부작(5월)은 '헬조선'(Hell朝鮮,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이라 불릴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으며, 12월에 방송된 KBS 스페셜 ‘앎’ 3부작, 다큐프라임 ‘감정시대’(5부작)는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다른 방송사와 달리 트렌디한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SBS 스페셜>은 올해에도 ‘개저씨’, ‘헬조선’, ‘유령성형’ ‘도도맘’ 등의 이슈를 다뤘고, 특히 다큐 속 모큐멘터리(상황극) 형식을 차용했던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9월)가 많은 직장인들로부터 폭발적인 공감을 받았다.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의 등장도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였다. 프로그램으로는 KBS 시사 인문학 토크쇼 <표본실의 청개구리>(2부작), 독서 토크쇼 <서가식당>(4부작), 문화재 배틀쇼 <천상의 컬렉션>(2부작), SBS <인생게임-상속자>(2부작), <맨 인 블랙박스>, MBC <닥터고>, <가격측정 토크쇼 머니룸> 등이 있었다. 물론 지난해에도 각 방송사에서 인포테인먼트 장르(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 프로그램들을 시도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정규 프로그램 안착으로는 이어지지 못 했다. 올해 교양 프로그램에서의 새로운 변화들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 KBS <KBS 스페셜> ‘지옥고, 청년의 방’,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전말’, SBS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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