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 방송 정치 중립과 제작 자율성 보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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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 정치 중립과 제작 자율성 보장이 시급하다"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미디어 정책 방향과 조직 개편 방안’ 세미나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1.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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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박용규)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미디어 정책 방향과 조직 개편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PD저널

차기 정부에서 미디어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언론계 학자들과 언론단체 관련자들이 모여 차기 정부에서의 미디어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미디어 정책 방향과 조직 개편 방안’ 세미나(주최: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심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는 산업영역과 공공영역을 분리해 산업정책 부처와 미디어정책 부처로 개편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참석한 몇몇 토론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앞으로의 미디어 정책 방향에서 ‘공공성’과 ‘이용자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했다.

이준웅 교수는 “이번 정부의 방송 정책에 대해서는 절대로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이 문제는 이전 정권에서부터 계속 쌓여온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말고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은 2011년 3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일한문화교류회의 공동주최 국제심포지엄'에서 이준웅 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이 교수는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진흥부서인 미래부와 규제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적 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진흥과 규제의 구분은 오도된 것”이라며 ”공공 사업자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합의적 위원회 기구인 ‘(가칭) 매체문화공공성위원회’와 상업적 사업자의 활동을 규제하는 부처인 ‘(가칭) 방송통신문화부’로 미디어 정부조직을 이원화하는 규제체제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 정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매체문화공공성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진 여야비율은 7대 6에서 9대 8까지 △이사진의 특권을 감하고 의무와 자격 요건을 강화 △사장추천 방법으로는 이사회 내 2/3 동의라는 특별 다수제를 도입 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웅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 10년 전부터 얘기하는데, 오늘날까지 계속 말하고 있다”며 “이처럼 계속해서 말하는데도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건 우리나라 법문에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규정이 안 돼 있는데, 공공영역의 서비스를 어떻게 부과할 수 있겠냐”라고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 개념을 정립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발표를 맡은 심영섭 교수도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 교수는 “이제까지 정부는 정치적 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조직을 개편해왔다”며 “앞으로는 이 교수의 주장처럼 차기 정권의 조직 개편에서는 국민이 들러리로 서는 게 아니라, 미디어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작동하고 그들을 위한 편익에 대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정책의 수용자인 국민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야함을 강조했다.

이어 심 교수는 “공영방송 역할 보장과 수행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에 다양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영방송 이사회도 지금은 임명권자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앞으로는 시민사회와 시청자가 이를 감시하고 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 심영섭 교수는 1안으로 합의제 위원회(7~10명 내외의 상임위원)인 미디어위원회를 신설을 주장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또한, 그는 산업영역과 공공영역의 분리를 주장하며 이에 관련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1안으로는 합의제 위원회(7~10명 내외의 상임위원)인 미디어위원회를 신설을 주장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미디어위원회는 기존의 정부 부처의 방통위와 방심위를 통합하고 미래부, 문체부의 각 부서를 통합하여 매체산업의 진흥, 지원, 규제를 담당하는 부서로 확대개편하는 것이다. 이 경우 디지털 ICT진흥관련 업무는 산업부처로 이관하거나, 미래부와 문체부의 콘텐츠진흥업무를 통합하여 별도의 부서로 개편하도록 했다.

▲ 심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진은 2015년 3월 11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 뉴스환경에서의 통신사의 역할:국내외 뉴스통신사의 비교' 토론회에서 심영섭 박사가 발표를 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두 번째로는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ICT부, 인허가와 규제, 심의 기능을 담당하는 미디어위원회를 분리하여 신설하는 것을 제안했으며, 세 번째로는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걸 제안했다. 이 경우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나누고, 상업방송의 경우에는 다시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으로 나누어, 차별적인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심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는 “언론장악에 대해 저항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언론인들이 복직되고, 그들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발표자들의 주장에 대한 토론자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고민수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준웅 교수의 의견과는 달리 ‘공영방송’에 대한 법의 정의를 바꾸는 것보다도 공영방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도를 법제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회의원 162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은 발의된 지 7개월 만인 지난 18일 법안심사소위로 부쳐졌다.

또한 고 교수는 “규제와 진흥이라는 두 가지 접근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문화예술위원회의 진흥 정책이 결국엔 규제로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 행정에서 규제와 진흥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기 정권의 미디어 정책 방향에 대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이준웅 교수가 말한 행정 모형(매체문화공공성위원회 방송통신문화부)는 결국 거버넌스에 들어오는 행위자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우리가 고민할 것은 새로운 정부에서의 정부조직이 어떤 방식의 행위자들을 포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미디어 산업에서 노동자 해고 문제가 발생한 경우, 가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미래부를 가면 방통위로 가라고 하고, 방통위를 가면 노동부로 가라고 한다”며 “차기 정부 조직에서는 이런 지점들이 해소하기 위한 상시적으로 컨트롤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정책국장은 이미 전국에 일곱 군데(강원·광주·대전·부산·서울·울산·인천)에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이 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동원 정책국장은 “앞서 두 교수가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부처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처럼 분리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모든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공적 책무를 지다 보면 비대칭적인 상황이 초래된다. 따라서 무료냐 상업이냐의 구분보다도, 방송 사업자라면 모두 공익적인 책무를 져야 한다. 앞으로는 이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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