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현 체제, 반드시 우리 스스로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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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현 체제, 반드시 우리 스스로 청산해야”
[인터뷰]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1.25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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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취재진이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데도, 경영진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촛불 집회 속 KBS를 향한 성난 민심은 '보도 참사'의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공영방송인 KBS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다.  

KBS 구성원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고대영 사장에게 책임을 묻고, 보도 책임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도 함께 나서서 사측의 사과와 책임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8일에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총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멈춘 게 아니었다. 설 연휴가 지난 2월 1일부터 8일까지 공정방송 사수와 독선경영 심판을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성재호 위원장은 이번 싸움을 통해 현 체제를 청산하고, KBS 구성원 스스로 적폐 청산의 디딤돌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KBS본부는 앞으로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개정안, 일명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PD저널>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 위치한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성재호 위원장과 인터뷰를 했다. ⓒPD저널

고대영 사장 체제…“진정으로 사과하고 물러나야”

성재호 위원장은 KBS 구성원들이 사장과 간부들을 비판하는 현재 KBS의 상황에 대해 “예전부터 KBS의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 당시 보도참사를 계기로, KBS의 바닥이 완전히 드러났다”며 “취재현장에서 KBS 취재진이 분노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데도, 아직까지도 KBS 경영진은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책임자들이 그동안 경영과 인사, 조직관리는 제대로 했겠나. 가장 기본인 방송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걸 기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고대영 사장은 지난 11월 KBS새노조가 실시한 '고대영 사장 1년 평가 설문 조사'에서 경영뿐만 아니라, 보도·방송·인사 등 전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10점 만점에 1.42점을 기록했다.

성재호 위원장은 이번 투쟁에서는 “KBS 고대영 사장 체제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며 “KBS 구성원들도, 지금 다 함께 떨치고 일어나 싸워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고대영 체제 청산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지를 더 불태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 고대영 사장 체제는 KBS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지금 KBS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현 체제가 사과하고, 진정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총파업은 이를 위한 소중한 싸움이 될 겁니다.”

“KBS 적폐청산 위한 디딤돌, 스스로 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싸움은 KBS 구성원 스스로 현 체제를 청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청산해야만, 외부 변화 때문에 KBS가 휘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대영 사장이 취임하기 전에도, 그리고 조대현, 길환영 사장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정권은 KBS 장악하기 위해 시도해왔다. KBS 구성원들은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는 동안 수없이 저항해왔다. 2008년에는,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이 사장 선임권이 있는 KBS 이사회에 의해서 강제로 해임당했다. 이를 저지하던 KBS 직원들(KBS 사원행동)은 사측으로부터 파면 또는 해임을 통보받기도 했다. 당시 성재호 위원장도 사측으로부터 해임을 당했다. 이후 정직으로 징계 수위는 줄었지만 KBS새노조가 출범한 이후에도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4년만 하더라도 KBS 양대 노조와 직능단체, 절반이 넘는 보직 간부들도 한목소리로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결국 길환영 사장은 사퇴했다. 그러나 KBS에는 다시 제2의 길환영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정권은 (공영방송 새 사장 선임을 위한) 대책회의까지 하면서 KBS를 장악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뒤로도 끊임없이 정권에 의해서 농락을 당했고, 구성원들도 여섯 번이나 파업했어요. 그러나 실패했죠. 투쟁해서 이기더라도, 또 다른 사장이 오고, 연임을 바라며 청와대를 위한 방송을 했어요“

성재호 위원장은 “정권 교체에 매우 민감하게 바뀌어온 KBS가 이번에 또 정권이 바뀌면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내부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정권은 또다시) KBS를 수렁텅이로 몰고 갈 것”이라며 “KBS 구성원 스스로, KBS에 쌓여있는 적폐 청산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명박 정권 이후, KBS는 끊임없이 정권의 언론장악에 저항해왔다. 2008년 당시 성재호 기자는 'KBS사원행동'을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왼쪽 아래 사진은 당시 성재호 기자와 함께 파면을 받았던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의 모습. 오른쪽 두 사진은 2008년 8월 27일, 이병순 사장이 출근하던 날 KBS사원행동이 본관 주차장 앞에서 출근저지 투쟁 벌이고 있는 모습(위)과 KBS 노동조합원들이 2014년 5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아래). ⓒPD저널

KBS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투쟁해 온 이유… "국민을 위한 방송" 

긴 시간 동안, 반복되는 투쟁 속에서 KBS 구성원들도 지쳐서, 스스로의 검열도 심해졌다. 그럼에도 그들이 끊임없이 저항할 수 있었던 건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자’는 목표 때문이었다. 성재호 위원장은 “지난 싸움에서 실패했지만, KBS 내부에서 곪아 터진 문제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렸고, 정권에 의해 KBS가 망가지는 정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노력했다”며 지난 투쟁의 의미를 짚었다. 

“그리고 저희가 싸우는 건, 국민의 신뢰를 받으면서 KBS를 살맛 나고,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국민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개입을 할 수 있는 곳은 공영방송 뿐이에요. 물론 지금, ‘공영방송을 해체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최소한으로만 남겨두자’라는 의견들도 나오는 거로 알아요. 그러나 공영방송이 사라지거나, 힘을 잃게 되면, 국민이 미디어 시장 내에서 직접 끌어갈 수 있는 그런 도구가 사라진다는 걸 의미해요.

저희가 (방송, 보도를) 잘하니까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한국 언론 사회에서 공영방송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KBS 구성원들이, 가장 마지막 이 순간에 일어나서 국민들에게 매달려서 설득하는 거죠.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언론장악방지법 제정 

국민을 대신해 취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던 KBS 기자와 PD를 비롯한 KBS 구성원들이 이렇듯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 경영진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 그들이 다시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공영방송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국회의원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 7:6 구조로 통일(현재는 7:4(KBS), 6:3(MBC), 7:2(EBS)의 비율)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이사회 특별다수제(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이사회 회의록 공개(비공개 사유 제한) 등을 주요사항으로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발의해, 대체토론까지 마쳤으나 그동안 새누리당 소속의 미방위 위원들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난 18일에 열린 해당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한 네 명의 학자들은 전반적으로 이사회의 이사진 구성 요건을 개선하는 건 동의했으나,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편성위원회를 전면적으로 5:5로 하게 되면 아예 편성을 못 하거나 상시적 파업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을 내놓기도 했다.

성재호 위원장은 “지금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건,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여야 나눠먹기를 공평하게 하자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를 실시하자는 내용을 보고, ‘국회에 공영방송을 내맡긴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사실 이제까지 여야의 현격한 차이로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에서는 여당 추천 이사들 그리고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과 여당이 독식하는 체제였는데, 이 법안을 반대하는 건 ‘그냥 대통령 맘대로 놔두자’라고 말하는 거랑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법 개정안 공청회를 방청했던 그는 “공청회에 참여한 학자들이 대통령에 의해서 공영방송 내부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좌지우지 됐는지, 내부에서 노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공영방송에 있는 편성위원회가 얼마나 무용지물이었는지 등에 대한 사실관계조차 틀리거나 모르고 있더라”며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그런 학자들이 결국 공영방송을 골병들게 만든 사람들”이라며 “공영방송 내부자들은 그동안 정권의 꼭두각시로 지낸 학자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조만간 곡학아세해 온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도 청산해나갈 것”이고 강조하기도 했다.

KBS본부는 지난 18일부터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하는 8명의 대선주자에게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필요성 관련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선주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성 위원장은 “의견서를 받을 때에 대선 주자들이 농이었겠지만, ‘의견서 잘 보겠습니다, 대통령 되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하더라”며 ”그건 공영방송의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선주자들은 대선 공약에 넣겠다고 하지만, 그건 필요하지 않다. 정권을 잡고 나면, 바뀌는 건 없다. 이 문제는 대선 이후로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대선주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 입장을 나타내고,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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