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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9 13:07
  • 수정 2017.02.10 11:06

“될까 싶었던” 책 예능의 성공적 출발 ‘책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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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BS 스페셜 프로젝트 '책대로 한다' 임재욱 PD

▲ EBS 스페셜 프로젝트 <책대로 한다> 임재욱 PD ⓒPD저널

“될까 싶었다. 책을 읽자고 했을 때 출연자들이 성의껏 읽어 줄까, 책을 읽고 이분들이 느끼는 게 없으면 안 될 텐데, 결국 우리가 다 짜줘야 하는 건 아닌가...하다 보니 그렇지가 않더라. 출연자 모두 굉장히 열정적으로 했다. 찍으면서도 굉장히 재밌게 만들었다. 그동안 18년 정도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손꼽히게 애정을 가지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예고를 본 시청자들도 ‘될까’ 싶어 했다. 책을 소재로 한 교양·예능 프로그램이 간간이 나왔지만 ‘리얼 예능’으로 시도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요즘 ‘웬만한 예능’보다 더 재밌는 책 예능이 나왔다.

EBS 스페셜 프로젝트 <책대로 한다> 4부작은 6명의 출연자가 각자 한권의 책을 읽고 실제로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관찰 예능으로 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각자의 관심사를 토대로 제작진이 책을 선정해준다. 이후 약 2주 동안 출연자들이 책을 읽고, 제작진이 책과 관련해 제시하는 미션들을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1, 2부에서는 양상국, 이지혜, 원기준이 출연해 영어, 연기, 장사 관련 실용서를 읽고 실천했다. 양상국은 <김미 어 픽쳐 플리즈>라는 영어학습서를 읽은 후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서울 관광을 시켜줬다. 과거 ‘발연기’로 화제가 됐던 이지혜는 <굿 캐스팅>이라는 연기 지침서를 읽고 실제 오디션에 도전했다. 원기준은 <장사의 神>을 읽고 푸드트럭을 열었다.

이어 3, 4부에서는 김소희, 황석정, 김현철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김소희는 <옥탑방 인테리어>를 읽고 작은 집이지만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황석정은 인문학 고전 <중용의 연장통>을 통해 깨달은 바를 실천해봤다. 김현철은 지휘자 최수열의 에세이 <젊은 마에스트로의 코데타>를 읽고 실제 공연을 이끌었다.

▲ EBS 스페셜 프로젝트 <책대로 한다> ⓒEBS

‘책 예능’은 생소한 도전이었을 터. 최근 서울 등촌동 모 카페에서 만난 임재욱 PD는 “일단 책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한다는 자체가 대중에게 쉽게 선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대개 무관심 속에, 많이 못 보는 편성시간대에 방송을 한다. 그래서 기존보다 더 재밌게, 예능 형식을 빌어서 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 PD는 필요한 정보만 부분적으로 취득하는 데에 익숙해진 요즘 사회에서, 책 한권을 통째로 읽는 것에 대해 조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이 좋은 매체인데도 밀려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 정보를 취득하기가 너무 쉬워져서 그렇다고 생각됐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고 서점에 가서는 한 챕터, 두 챕터만 보는 식으로. 책은 한권을 쭉 읽어야 하니까 사람들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독서율이 낮아지는 게 아닌가. 하지만 필요한 정보 외에 다른 정보가 들어와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부분이 있을까?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필요한 부분을 빼고는 실행하지 않고 따라해 보지 않아서 책이 뒤처지는 게 아닐까 싶어 실제로 실천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연령대와 성별 등을 고려해 출연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만나 우선 이야기를 나눴다. 관심사나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들, 가장 절실한 것 위주로 주제를 추려나갔다. 양상국 같은 경우 차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니 차 튜닝을 시켜볼까, 이지혜는 경제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다는데 소비단식을 해볼까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이렇게 각자의 주제와 책 선정에만 한 달의 공을 들였다.

책 선정 후에는 결국 글에서 느낀 것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문제였다. 임 PD는 “활자를 비디오화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실용서 같은 경우 그래도 그대로 따라 해보면 되는데 인문학 서적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특히 황석정이 읽었던 <중용의 연장통>은 ‘나를 이루고 싶으면 남을 먼저 이루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임 PD는 “책 내용은 읽어보면 알겠는데 어떻게 표현해서, 어떻게 시청자에게 보여줄까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민을 거쳐 황석정은 3부에서는 학생들을 찾아가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중용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초반에는 아이들이 조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겼지만 나중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메시지에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방송되는 4부에서는 스님, 신부님과 함께 떠나는 ‘중용 여행’을 담았다.

▲ EBS 스페셜 프로젝트 <책대로 한다> ⓒEBS

또 제작진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에서 책의 가치를 찾은 출연자도 있었다. 이지혜 같은 경우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도 해보고 개인레슨도 받아보고, 촬영장 분위기에는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임 PD가 지켜본 결과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한번쯤 자신의 연기생활, 잘못된 점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지혜씨가 특히나 진지하게 임하더라. 혹시 이 프로그램을 보고 관계자들이 열정을 높이 사서 캐스팅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한편으로는 보다 확실한 변화를 연출하는 것과 실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확실한 변화보다 일반인들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출연자들이 실제 실천한 것만을 방송에 담았다.

인테리어에 도전한 김소희의 경우 기존 방송이었다면 인테리어 협찬도 받아 ‘짜잔’하고 바꿔줄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임 PD는 “김소희씨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고 있는데, 지금 월세방에 사는 보통의 우리 청춘들이 그러하듯이 돈을 많이 들여 인테리어를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소희의 집은 신축빌라였기에 사전에 김소희가 기획한 것들조차 집주인이 “안 된다”고 막았다. 임 PD는 “아쉬웠지만 못을 박지 않고도 하는 법이 책에 있었다. 마스킹 테이프, 도배 등 할 수 있는 걸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PD는 “이 인테리어 책을 통해 작게나마 변화한 모습을 보며 월세방에 사는 청춘들이 그래도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집구석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할 수 있는 부분들만이라도 고쳐 내 집 같이 2년이라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 EBS 스페셜 프로젝트 <책대로 한다> ⓒEBS

재밌는 포인트를 잡아 연출했기에 예능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는 임 PD는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혹시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강조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은 남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임 PD는 작위적인 장치 없이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단편적인 정보들에 익숙하고, 즉시 필요한 활용정보에 익숙해져 책이 주는 효용성이 퇴색해버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 전체를 읽고 봤을 때 거시적으로 크게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예를 들어 자막 처리나 내레이션으로, 혹은 출연자의 말을 통해 ‘역시 책은 다 읽어봐야죠. 부분만 읽어선 안 되죠’하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표현됐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책대로 한다>는 4부작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마지막 방송이 9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앞으로 정규방송으로 편성돼 무궁무진한 주제를 가진 책들이 다양하게 실천되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을까. 방송에 출연했던 원기준은 “따라 해보는 부분에서 얻어가는 게 많았다. 정규편성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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