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KBS 보도 통제에 항거한 기자에게 검찰이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하고야 말았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2014년 5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은 청와대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 통제 맞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고, KBS는 며칠 뒤 권오훈 전 KBS본부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권오훈 전 본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함철 전 수석부본부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조합원에게도 징역 6~10개월을 구형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길 전 사장에 의해 KBS가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데에 있다. 권오훈 전 본부장과 조합원들은 청와대의 보도 통제로부터 KBS 뉴스의 공정성을 되찾고자 했을 뿐이다. 그들의 저항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건의 진실도 한층 선명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권에 휘둘린 사측의 고소를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누구도 이해 못할 높은 구형량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21일, 대법원은 길 전 사장이 KBS 뉴스 보도의 독립성을 훼손했음을 인정했다. 청와대의 보도 통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길 전 사장은 해임됐다. KBS 사측과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길환영)는 사장으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공영 방송사의 사장으로서 길 전 사장의 직무는 보도의 공정성을 지키는 일이었지만 스스로 그 직무를 저버렸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와 길환영 전 사장의 이러한 보도 통제에 맞서 공정한 보도를 지키고자 한 노조의 정당성을 외면한 채 무거운 형량을 구형했다. 그렇기에 박근혜 정부의 검찰마저 언론사 노동조합을 탄압하려는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권오훈 본부장 등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잘못됐음을 엄중히 경고하며, KBS본부 조합원들과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17년 2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