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정리해고 노사공방…“불가피 VS 있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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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정리해고 노사공방…“불가피 VS 있을 수 없는 일”
노조 “대주주‧경영진, 회사 살릴 의지 있나 의문”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7.03.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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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이하 OBS)가 지난 15일 ‘OBS 혁신경영(OBS Re-Engineering)’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최근 18명 직원에 대해 내린 대규모 정리해고 조치가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OBS의 생존을 위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급여체계 개선과 정리해고‧외주화‧희망퇴직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OBS 사측은 자료에서 6가지로 회사의 현 상황을 분류해 설명한 뒤, 왜 정리해고가 불가피한지 그 정당성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측 입장에 대한 OBS 구성원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정리해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PD저널>은,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이하 OBS 지부)의 유진영 지부장에게 자문을 구해 사측 의견과 노조측 의견을 병렬식으로 대조해 봤다.

▲ 지난 13일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OBS 경인 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린 정리해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유진영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언로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1. OBS는 방송 환경 변화와 방송광고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OBS 사측은 자료에서 2006년 설립 시부터 정치권과 타방송사 등 개국을 방해하는 세력 때문에 개국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서울지역 역외재송신도 3년 여간 지연되는 등 개국 초기 심각한 정책적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OBS가 개국 초 코바코(방송광고진흥공사)로부터 iTV(OBS 전신) 수준의 정상적인 광고비도 받지 못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개국 이래 현재까지 1380억에 달하는 대규모 경영 적자가 누적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경영 위기 속에서도 단 한 차례의 인력감원,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OBS 지부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사측 주장이 일정 부분은 맞다고 인정했다. ‘초기에 OBS가 정책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OBS 지부는 “뻔히 보이는 정책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OBS 지부는 또 “회사가 그 동안 구조조정을 안 한 것은 맞지만 선의로 안 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2008년부터 구조조정 시도를 했던 사측에 맞서 구성원들이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임금반납‧동결 등을 했기 때문에 실제적인 구조조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OBS 지부는 “그러므로 구조조정이 없었다고 하는 건 표면적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2. OBS 경영혁신 및 고용조정의 불가피성

OBS 사측은 설명 자료를 통해 OBS가 현재와 같은 방송제작 방식과 경영으로는 긴박한 위기를 해쳐나갈 수 없고, 자금고갈과 자본금 잠식은 물론 방송 중단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개선을 지속해 왔지만 (더 이상은 줄일 수 없어) 제작 외주화를 통한 제작환경 개선과 고용조정을 포함한 혁신경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파국이 뻔히 예상되면서 고통을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 결단을 미루는 것은 무책임하며,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OBS 지부는 회사의 이런 입장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그 동안 구성원들이 임금 삭감과 동결을 통해 회사를 겨우 유지해 왔다. 회사는 광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래 왔듯이 구성원들 주머니를 털어서 회사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규탄했다.

3. 고용조정 피해 최소화를 위한 외주화 제안

OBS 사측은 이 부분에서 영상촬영, 컴퓨터그래픽, 뉴스편집, 아카이브, 조명, 주조 MD, 주조 TD 등을 외주화 직종으로 정하고 외주계약을 통한 제작환경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영 상황이 호전돼 OBS가 새로 직원을 뽑게 될 경우 외주화 인원에 대해 최우선적 복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OBS 지부는 사측이 이들 직종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비핵심인력’으로 규정하고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OBS 지부는 “방송이라는 것은 전문적 인력과 그들 간의 동질감,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그 동질성을 깨뜨리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면 일의 성과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핵심‧비핵심을 나눈 것도 결국 말 잘 듣는 사람과 말 잘 안 듣는 혹은 성향이 다른 사람을 잘라내기 위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회사 상황이 호전되면 외주화 인력에게 최우선 복직기회를 주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허언이다. 아귀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OBS 지부는 “계속 빚만 내던 사람이 ‘이번에 돈 한 번 빌려주면 내가 대박내서 다음에 갚을게’라고 하면 어떻게 믿겠는가. 똑같은 것이다. 회사가 그 동안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앞으로) 회사가 좋아질 거라는 걸 어떻게 믿겠느냐. 회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는 지난 15일부터 OBS 경인 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 투쟁과 함께 릴레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촬영된 것이다.) ⓒPD저널

4.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

OBS 사측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직종 전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나운서 1명은 취재기자로, 영상촬영감독 2명은 영상취재 기자로 전직했다. 최근 이뤄진 희망퇴직 역시 ‘인위적인 감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2016년엔 6명이, 2017년엔 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OBS 지부는 “모순이고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대상이었던 전직 아나운서(현 취재기자) 등 일부 구성원들이 지난 14일 발표된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의 의미도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OBS 지부는 “말이 희망퇴직이지, 구성원들은 (회사가) 희망적이지 않아 퇴직한 것”이라며 “회사가 대상자를 정해놓고 ‘앞으로 주요한 신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자발적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 안 그러면 정리해고자가 된다’라고 한다. 궁지에 몰아넣고,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희망퇴직을 하라고 하는 거다. 희망퇴직을 안 하면 정리해고나 외주화가 돼야 하니까…(희망퇴직을 선택한다)”고 개탄했다.

5. 불가피한 감원 및 보수체계 개선

OBS 사측은 14일 발표한 정리해고 명단 18명에 대해 ‘감원 대상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새로운 연봉테이블 도입도 노조에 제안했다. 사측은 기존 호봉제 폐지와 성과형 보상제도 운영(성과연봉제)을 주장하며 “연말 결산 후 흑자가 발생하면 전 직원에게 특별상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OBS 지부는 ‘조삼모사’라고 비판했다. “그 동안 흑자가 없었다면 그 말에 속았을 수도 있겠지만, 2015년에 9천만 원 흑자가 났었다. 그 전에 회사가 어려워 구성원들이 임금 10%를 반납할 때 약속한 게 있었다. ‘회사에 흑자가 발생할 시 흑자의 40%를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한다’는 거였다. 비록 큰 규모 흑자는 아니었어도, 이 때 회사가 성의를 보여야 했다. 연초에 쌀 한 포대라도 줬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사 합의에 따른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그런데 어떻게 흑자가 나면 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는 회사의 말을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리해고 인원 18명이 ‘최소화된 인력 감축’이라는 사측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OBS 지부는 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났을 때 취재를 위해 중계차가 나가야 했는데, 1명밖에 남지 않은 중계차 기사가 희망퇴직을 했다. 카메라 감독도 없었다. 그래서 중계차 기사와 카메라 감독 2명을 외부에서 불러다 썼다. 그만큼 인력이 없다”며 “18명을 정리해고할 게 아니라 18명을 더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6. 유동성 위기 대응

OBS 사측은 설명 자료에서 3월말 현재 현금 잔고가 8.7억으로 예상되며, 현재로선 급여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현금 확보를 위해 OBSW(자회사), 광교산 송신탑 등 자산매각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OBS 지부는 사측이 정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OBS 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자회사와 송신탑을 시장 가격보다 높게 내놨다. OBS 지부는 “시장가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거면, 시장가격에 맞춰서 구매자들이 적정하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은 그냥 자구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위치한 OBS 경인 TV(대표 최동호) 사옥 전경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해법은? “대주주, 방통위 조건부 재허가 승인 당시 약속한 30억 증자 이행해야”

OBS 지부는 문제를 풀 사람은 대주주밖에 없다고 말했다. OBS 지부는 “(사측이)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고 정리해고의 명분을 찾는데, 그렇게 (구성원들) 죽이는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내가 OBS를 어떻게 만들겠다’하는 대사회적 선언을 해야 한다”며 “대주주가 방통위 청문위에서 사회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나. 30억 증자 방안 마련하겠다고 해서 1년간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것 아닌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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