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뒤 숨겨진 작가의 삶을 보다…EBS '세계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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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뒤 숨겨진 작가의 삶을 보다…EBS '세계 문학기행'
[리뷰] EBS '세계 문학기행-문학의 길을 걷다' 5부작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3.18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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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른 후,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이 시절 한국문학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까.

문학작품은 작가의 생을 담는다. 최근 방영된 EBS <세계 문학기행-문학의 길을 걷다> 5부작은 대문호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대신, 그들이 나고 자란 곳으로 가 그들의 생을 따라갔다.

1부는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살고 있는 프랑스로 떠났다. 낮에도 여유로운 파리 카페 한켠에 베르나르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작품을 구상한다.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연예인 이윤석이 베르나르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그의 상상력의 원천에 대해 연구했다.

▲ EBS <세계 문학기행-문학의 길을 걷다> 5부작 ⓒEBS 화면캡처

<개미>를 집필하기 전 베르나르는 7년간 과학잡지 기자로 일하며 여러 과학자들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됐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베르나르의 어린시절을 ‘자연 친화적인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도시이면서도 곳곳에 자연이 숨쉬는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는 자연을 벗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프랑스 파리를 떠나 2부에서는 러시아로 건너갔다.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의 나라다. 가난한 학생이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버리게 되고, 그후 죄의식에 시달려가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 <죄와 벌>의 배경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슾지대를 메워 탄생한 러시아의 인공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형성 과정에서 많은 인부들이 물에 빠져 죽어나가기도 하고,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졌다.

특히 이곳의 빈민구제병원 의사로 일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릴적부터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며 자라났다. 배우 정진영을 따라 탐색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여전히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 EBS <세계 문학기행-문학의 길을 걷다> 5부작 ⓒEBS 화면캡처

3부에서는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를 만나보기 위해 가수 하림과 함께 쿠바로 넘어갔다. 미국의 소설가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헤밍웨이는 누구보다 쿠바를 사랑했다. 특히 낚시를 즐겼던 헤밍웨이는 어부들의 강한 정신과 의지를 겪으며 <노인과 바다>를 탄생시켰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대표작을 쓴 이후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헤밍웨이는 쿠바 어부 생활 속에서 탄생시킨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림이 만난 쿠바인들은 그를 소설가이기보다 친구이자, 존경하는 어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1년 미국과 쿠바 간 수교 단절이 선언되고, 둘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헤밍웨이는 미국으로 건너간지 6개월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4부에서는 세계적인 연극의 중심지 영국으로 건너가 셰익스피어를 만나봤다. 극작가이자 배우이기도 했던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공연한 장소들을 탐방하며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그의 흔적을 되살려냈다. 공직을 맡았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는 야망있는 극작가이자, 그 시대의 실화와 역사적 전설을 당시대 작품에 잘 녹여낸 천재 극작가였다.

▲ EBS <세계 문학기행-문학의 길을 걷다> 5부작 ⓒEBS 화면캡처

5부에서는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과 함께 당시 여성들의 삶을 되짚었다. 중세의 흔적이 남아있는 영국 바스에서 가수 박지윤과 함께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사회상을 돌아봤다. 여성들은 오직 상류층과의 결혼만이 가장 중요하고, 결혼한 여성은 매년 한명의 아이를 낳아야했던 당시 영국 사회에서 제인 오스틴은 결혼 문화에 순응하지 않았다. 박지윤이 만난 현대 영국 여성들 역시 여성의 커리어보다 결혼여부를 더 중요시하는 사회상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이 사랑보다 부유한 배우자를 택했던 사회 속에서 제인 오스틴은 사랑을 택했다. 그리고 결혼생활에 자신을 바치는 것보다, 글쓰기에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빈곤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글쓰기 생활을 지원해줄 친척과 언니가 있었다. 그렇게 그가 그려낸 이야기는 파리에서까지 큰 판매부수를 올렸지만 출판업자의 배만 불렸을뿐 그의 경제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제인 오스틴은 여섯 편의 작품만을 남기고 떠났다. 당대에는 그 진가가 드러나지 못했지만, 20세기 이후 제인 오스틴과 <오만과 편견>은 새로운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 재해석되고 다시 한 번 여성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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