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5일의 푸른밤 "저도 쉬러 올게요. 내일도 쉬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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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일의 푸른밤 "저도 쉬러 올게요. 내일도 쉬러 와요"
[미디어 현장]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4월 2일 마지막 방송
  • 구보라·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4.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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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MBC

“지구는 탄생 이래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다고 하죠. 그래서 매순간 아름다웠고 매일이 새로울 수 있었고요.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거겠죠. 제가 푸른밤으로 인사를 드렸던 첫날도, 서로를 처음으로 마주봤던 공개방송도, 1주년을 축하하며 불었던 촛불과, 여러분과 제가 함께 만든 노래를 같이 숨죽여 듣던 날도, 우리에겐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죠. 매일이 새로웠고, 매일이 즐거웠고, 매일이 꿈만 같던 시간들. 오늘도 그렇겠죠? 1155일째. 우리만의 특별한 밤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4월 2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밤입니다“

1155일의 푸른밤. 3년 넘게 이어지던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연출: 남태정, 작가: 강혜정, 육현주, 이하 <푸른밤>)가 끝이 났다. 지난 시간을 그리며 눈물을 참지 못했던 쫑디(종현DJ의 애칭)와 푸른밤 청취자들의 마지막 2시간의 현장을 <PD저널>이 함께 했다.

지난 2일 밤 11시,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가든 스튜디오(외부 벽면이 유리로 된 공개형 스튜디오) 앞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 시간 후 시작할 <푸른밤> 마지막을 보러 온 청취자들이었다. 남태정PD는 “어제부터 자리를 잡고 있더라”라고 귀띔했다. 제작진은 청취자들이 보내준 선물과 편지가 담긴 박스들을 끌차에 싣고 나타나 스튜디오 안에 쌓아올렸다. 수백 통의 ‘푸른색’ 편지들이 책상을 가득 메웠다.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PD저널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PD저널

“청취자에 대한 나름의 예의이자, 인사를 나누는 저만의 방식”이라며 푸른색 슈트를 차려입고 온 종현DJ가 스튜디오에 홀로 앉아 마지막 방송을 준비했다. 그의 뒤편에는 ‘잠시 자리 비움-하루의 끝, 우리의 공간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12시가 다가왔다.

“쫑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이 마음이 고맙단 말 하나로 다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힘든 날들 푸른밤이 있어서 함께 견딜 수 있었어요” 청취자의 문자를 읽던 그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떨려오기 시작했다. 3주 전부터 ‘예고된 이별’이었지만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청취자 메시지 ⓒMBC

스튜디오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을 즈음, 그동안 <푸른밤> ‘더 라디오’ 코너를 책임졌던 밴드 ‘소란’의 고영배와 커피소년이 ‘깜짝 손님’으로 등장했다. 종현은 정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다 이내 “콘솔C에 ‘몰래온 손님’이 적혀 있어서 눈치는 채고 있었다”고 웃어보였다. 그 말에 남태정PD와 작가들은 함께 웃으면서도 “아, 그걸 생각 못했네”라고 못내 아쉬워했다.

이들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종현DJ를 직접 그려서 보낸 청취자의 편지를 읽는 동안 스튜디오 바깥, 제작진이 있는 부스에 가수 윤하가 들어왔다. 제작진에게도 깜짝 손님으로 찾아온 윤하는 종현DJ에게 남기고 싶은 편지를 직접 적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윤하는 “1000일이 넘는 시간동안 이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요”라고 청취자를 대표해 전한 후, 과거 <윤하의 볓이 빛나는 밤에> 마지막 방송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슬프면 울어요. 지금은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 가더라도, 든든하게 챙겨먹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긴 시간이 걸려도 우리들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전했다.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MBC

윤하가 떠나고, 노래 한 곡이 끝난 후 ‘ON AIR’가 켜지자 종현DJ는 갑자기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종현이 말을 잇지 못하자 남태정 PD는 그동안의 방송을 정리한 하이라이트컷을 틀어 보냈다. 제작진 부스에서 종현을 지켜보던 <푸른밤> 역대PD였던 김철영, 용승우, 박정언 PD도 숨죽여 <푸른밤> 하이라이트를 함께 들었다.

<푸른밤>을 거쳐 간 게스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인사가 이어지고, 다시 마이크가 올라가자 종현DJ는 “DJ석에서 시계를 보면 방송이 몇 분 남았는지 보인다. 그런데 47분 남았더라. 그래서...”라며 계속 울먹였다.

마지막 ‘몰래 온 손님’으로 찾아왔던 샤이니 민호까지 떠난 후 마지막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왔다. 제작진 부스에서도 작가들과 PD들이 “어떡해,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MBC

“‘내일 너에게’. 푸른밤의 마지막 시간은 내일을 시작하는 여러분께 드리는 곡으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오늘 들려드릴 곡은 종현의 ‘1000’입니다. ‘아마도 너와 난 꼭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너와 난 분명 만났을 거야’ 당신과 나의 푸른밤이 1000일을 맞이했을 때, 함께 들었던 노래죠. 종현의 ‘1000’ 노래 가사입니다.

저에게 라디오란 참 의미가 깊고 멋진 성장의 경험이었어요. 제가 그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성장엔 항상 통증이 따른다고.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겐 너무너무 소중한 기억이 됐고요,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기억이 되길 바라고...추억하며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했으면 하네요.

인생의 큰 분기점이 됐습니다 라디오. 그리고 푸른밤. 푸른밤이라는 단어 앞에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붙여서 읊조렸는지 모르겠네요. ‘푸른밤 종현입니다’라는 이 문장이 처음엔 참 어색했는데 그게 익숙함이 됐고요, 그 익숙함과 잠시 인사를 해야 될 날이 왔네요.

당장은 참 아쉽고 섭섭하고 눈물 나고 그러겠지만 우린 꼭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너와 난, 꼭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너와 난 분명 만났을 거야. 그때, 그때가 어서 오길 바라고요. 그땐 지금의 감정보다 훨씬 큰 반가움으로 서로를 맞이하겠죠.

마지막 인사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 진짜 많이 했어요. 그리고 하던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신 그 앞에 한마디 더 붙여서 인사를 하려고요. 지금까지 푸른밤 종현이었습니다. 저도 쉬러 올게요. 여러분도 여전히, 그리고 안녕히, 내일도 쉬러 와요..."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MBC

"사랑합니다"

뜸을 들이다 마지막 한마디를 보탠 종현은, 끝 곡이 흘러나오는 자리에서 꽤 오래 혼자 앉아있었다. 그리고 가든 스튜디오에서 2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모여 있었던 역대PD들과 작가들이 그를 향해 힘껏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방송을 함께했던 남태정 PD는 “(종현DJ 덕분에) 오랜만에 맛보는 라디오 전성시절의 행복함”이라고, 과거 <푸른밤>을 함께했던 정으로 마지막 방송을 찾아왔던 용승우PD는 “이제 저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안 나온다고 하니 생경함이 들고...종현은 정말 성실했던, 진짜 라디오가 좋아서 했던 DJ”라고 소감을 남겼다.

누구보다 라디오를 사랑했던, 그리고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푸른밤> 쫑디는 이렇게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러나 곧, ‘우리의 공간에서 다시 만날’ 것을 모두가 함께 기약했다.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MBC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남태정PD와 종현DJ ⓒPD저널
▲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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