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3기 3년, '방송공공성' 후퇴에 부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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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포커스] 방통위 3기, ‘사상 최악’ 이사진 선임과 공영방송 문제 ‘뒷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가 7일 종료되면서, 아직 방통위원 두 명의 임기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3기의 역할이 끝이 났다.

방송 분야에 있어 방통위 3기는 지상파 UHD 방송개시, EBS 2TV 개국 등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 Multi-Mode Service) 도입, 광고총량제 도입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방송공공성이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오히려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퇴임식 ⓒ방송통신위원회

■ ‘사상 최악’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방통위 3기는 임기 첫 해부터 2년에 걸쳐 KBS,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하 방문진),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장 이하 이사진을 선임했다.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민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동성애자는 더러운 좌파”
“한국에는 북한 전략을 따르는 세력이 형성돼 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에게) 미친...이분이 미친 여성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서 EBS 영구출연제한 조치를 받음)

차례로 방통위가 선임한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조우석 KBS 이사, 김광동 방문진 이사, 조형곤 EBS 이사의 발언들이다. (▶관련기사 ‘공영방송 이사 ‘천태만상’ 종합판‘)

이에 이사 선임 이전부터 언론·시민 단체, 방송사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지나치게 편향적인 사람들은 공영방송 이사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하고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이들”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방통위는 이사진 선임을 강행했다.

당시 야권 추천 방통위원 2인이 격하게 반대하며 회의에서 퇴장했지만 여권 추천 방통위원장 이하 방통위원 세 명은 다수결로 의결을 강행해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정신이 훼손됐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왼쪽)과 이인호 KBS이사회 이사장(오른쪽) ⓒ뉴시스

우려했던 대로 이들이 이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동안 공영방송은 특정 이념에 장악되고 무너져 내렸다. 특히 편협한 역사관으로 지적받았던 이인호 KBS 이사장은 KBS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을 일으켰고, ‘이승만 정부가 6.25 전쟁 발발 직후 일본망명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KBS 보도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 ‘부당 방송 개입’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고대영 KBS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감사 폭로가 나온 후에도 KBS 이사회는 침묵을 지켰고, MBC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문진은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도리어 “MBC만 공정 보도를 한다”고 옹호했다. 특히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애국 시민은 MBC만 본다”는 ‘망언’을 내놓기도 했다.

방통위는 본인들이 직접 임명한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일련의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방통위는 임명만 할 뿐, 책임이 없다”는 자세로 일관할 뿐이었다.

■ KBS·MBC에 ‘뒷짐’, ‘하지 않음’으로 모든 걸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사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운영원칙)

방통위는 방송공공성 회복에 그 어떤 기관보다 힘써야 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명시돼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역시 ‘책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MBC와 KBS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 폭로가 이어지고, 언론자유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도 방통위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청와대 뜻에 따라 보도를 통제했다는 논란이 일고, 이에 KBS 양대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였다. 김재홍 야권 추천 방통위 부위원장이 ‘KBS 정상화를 위한 자료제출 요구 및 행정처분에 관한 건’을 발의했지만 최성준 방통위원장 이하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앞서 최성준 위원장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KBS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MBC 언론인 5명이 지난 6월 27일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고 지난 7월 7일 서울 성암로에 위치한 MBC 신사옥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사측의 출입문 봉쇄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성제 전 기자, 이용마 전 홍보국장,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상호 전 기자.(사진 좌측부터)ⓒ언론노조

2012년 MBC 파업 이후 길고 긴 법적공방 끝에 2015년 대법원에서 ‘해직자 복직’ 판결을 내렸을 당시에도 MBC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을 때도 최성준 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MBC에 어떤 지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회피했다. 공문 발송을 촉구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결국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역시 말뿐이었다.

오히려 MBC에서는 권성민 예능PD에 대한 일명 ‘웹툰 해고’, 교양국 해체와 직종 폐지 등 ‘파업 구성원 탄압’ 논란이 이어졌지만 방통위는 뒷짐 지고 있었다.

야권 추천 고삼석 위원이 “MBC가 (경영진 뜻대로) 아무렇게나 (운영)해도 되는 사기업인지 큰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방통위가) 방문진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서 (MBC의) 공적책무와 공공성 약화 부분에 대해 한 번 정도 점검을 하고 방문진에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최성준 위원장은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거부했다.

이어 2012년 파업 당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백종문 당시 MBC 경영기획본부장의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언론‧시민 단체들이 방통위의 특별조사와 면담을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최성준 위원장은 MBC 관련논란은 노사 갈등에 해당하는 문제인 만큼 방통위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김서중 야권 추천 KBS 이사는 <PD저널>에서의 좌담 당시 “‘이정현 녹취록’이나 ‘백종문 녹취록’ 사건의 경우 방통위가 최소한 조사는 해야 한다고 본다”며 “실태파악을 정확히 해야만 방송 공공성 규제기관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방송 공공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방통위, ‘이정현·백종문 녹취록’ 조사라도 해야 한다”’)

이어 최강욱 야권 추천 방문진 이사 역시 좌담에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별도로 구성돼 잇는데 방통위를 왜 ‘합의제 기관’으로 만들었을까.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파적 불공정성보다는 공정성과 합리성 객관성을 중심으로 공영방송이 운영돼야 한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금 방통위는 왜곡된 지배구조 뒤에 숨어 녹취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간섭이라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공개석상에서 최성준 위원장이 말한 ‘논의’와 ‘검토’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방통위는 무너져가는 공영방송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걸 했다.

이는 방통위 스스로 ‘정부-방통위-공영방송 이사회-방송사 사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배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 162명이 발의했지만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위원들의 반대로 미방위에 계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야권 추천 방통위원들이 끊임없이 “방통위의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매해 업무계획에 ‘방송의 공적책임과 품격 제고’를 내놓았던 것이 무색해진다.

▲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2월 28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를 ‘똑바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 여전한 종편 ‘봐주기’

공영방송이 무너지는 사이 종편은 방통위 ‘특혜’를 등에 업고 방송시장에서 성장했다. 문제는 이들의 행태, 특히 보도 공정성이 끝도 없이 추락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데에 있다.

종편은 방통위 2기에서 탄생했지만 방통위 3기가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방통위 3기 역시 종편 ‘특혜’ 주기에 동참했다. 대표적인 특혜 중 하나인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 납부 면제에 있어, 방통위 3기는 2014년 의결 당시 징수율 ‘0%’를 결정했다. 방통위는 그 이전에 OBS, 평화방송 등 적자 상황인 군소방송사에 대해서도 방발기금을 징수했었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야권추천 방통위원 2인이 1% 징수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여권추천 3인이 결국 다수결로 0%를 밀어붙였다. 당시 김재홍 방통위원은 “종편 4사는 방발기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도 2012년 8억 7500만원, 2013년 15억 6800원을, 2014년 11억 1900만원을 지원받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방통위는 2016년이 돼서야 종편4사가 2015년 방송광고 매출액의 0.5%를 방발기금으로 납부하도록 결정했다.

결정적으로 방통위 3기 임기 종료 직전에 있었던 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편3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가 마지막 기회였지만 역시 ‘봐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총점 1000점 중 기준점수 650점에 한참 미달한 625.13점을 받은 TV조선을 ‘조건부’로 구제해줬다. 비공개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사 직후, 점수 미달 언론 보도가 나가고 언론·시민 단체에서 원칙대로 ‘퇴출’할 것을 외쳤으나 방통위는 이를 외면하고 또다시 면죄부를 줬다.

최성준 위원장은 7일 퇴임사에서도 ‘ICT 기술 발달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방송통신 제도 마련, 방송콘텐츠 제작 재원 확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방송공공성’, ‘방송의 공적책임’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에 조직개편 논란이 다시 일어나는 지금, 방통위 3기가 지난 3년 동안 방송 분야에 남긴 과정이 주는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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