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뽀걸즈’ PD가 밝힌 18세 청춘의 싱그러움이 안긴 힐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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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땐뽀걸즈’ PD가 밝힌 18세 청춘의 싱그러움이 안긴 힐링 [인터뷰]
‘땐뽀걸즈’ 아직 끝나지 않은 감동...영화화 예정
  • 표재민 기자
  • 승인 2017.04.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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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PD의 머릿속에는 영화라고 생각했을 때 일본의 청춘 영화가 떠올랐고, 억지로 격정적인 감정을 끌어내기보다는 담백하게 담으려고 했다. ⓒ 방송화면 캡처

KBS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땐뽀걸즈>는 거제 여상 18살 댄스 스포츠반 학생들의 성장기를 다루며 한 편의 성장과 음악 영화를 공짜로 본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 작품은 댄스 스포츠에 몸을 맡기며 싱그러운 청춘의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성장통이 있었다. 구조조정 찬바람이 불어닥친 거제의 시름도 건드렸다. 주제는 자칫 고루하고 무거울 수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밝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누구에게나 있는 찬란한 순간을 회상하거나 앞으로 다가올 그 시기를 기대하게 하는 ‘청춘 찬가’였다. 제작진이 아름답게 빚은 이 다큐는 희망이 가득했고, 보고 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승문 PD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다룬 <5월, 아이들>을 연출하며 큰 감동을 안겼다. 이번에도 성장 다큐멘터리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했다.

 

<땐뽀걸즈>는 19살이 되면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거제 여상 학생들의 댄스 스포츠 전국대회 도전 과정을 따라다녔다. 스스로를 댄스 스포츠반의 줄임말인 ‘땐뽀반’이라고 부르는 학생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불안한 청춘들과 교감하며 성장을 돕는 교사의 뭉클한 도전기가 펼쳐졌다. 구조조정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어 학생들과 가족들이 겪는 찬바람의 아픔을 대놓고 다루진 않았다. 다만 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시련에도 꿋꿋하게 희망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전파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처음부터 거제 여상 학생들을 다루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PD는 “지난 해 6월 <KBS 스페셜> 제작진에 합류한 후 때마침 거제 구조조정 뉴스로 도배가 될 때였다”라면서 “기록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서 무작정 2박3일 일정으로 내려갔고 노동자들을 만나다보니 내가 잘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돼서 이곳저곳을 돌다가 우연히 여상을 발견해서 학교에 허락을 구하고 학생들을 만나고 다녔다”라고 <땐뽀걸즈>의 시작을 떠올렸다.

 

첫 발걸음은 노동 문제를 다루는 르포였지만 제작 방식이 바뀌었다. 물론 주제는 변하지 않았다. 이 PD는 “만약 르포 형식으로 했어도 구조조정이나 외부 경제 요인이 한 인간을 짓누르는 힘든 현실만 전달하고 싶진 않았다”라면서 “힘든 상황을 겪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학생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통해 밝은 에너지를 발견했다.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이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사려고 이러나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밝은 지점들이 긍정적으로 보였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만 다뤄지지 않기를 이 PD는 고민해야 했다. <땐뽀걸즈>의 시작이자 주제 의식은 결국 경제 위기에 놓인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공감하는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이다.

 

방송 시간은 55분, 제작은 8개월이 소요됐다. 이 PD는 일반 TV 다큐멘터리에서 촬영하는 장비가 아닌 영화 촬영 장비를 활용했다. 그래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색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더 끌 수 있었다. 이 PD의 머릿속에는 영화라고 생각했을 때 일본의 청춘 영화가 떠올랐고, 억지로 격정적인 감정을 끌어내기보다는 담백하게 담으려고 했다.

 

그는 “긴 여운을 주고 싶어서 카메라 감독에게 영화처럼 만들자고 이야기를 했다”라면서 “보통 사람이 주제일 때는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6mm 카메라로 촬영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이 학생들이 특별히 돌발 상황을 만들 일이 없고 그냥 기다려서 찍으면 되는 일이 많아서 영화 촬영용 카메라를 활용할 수 있었다. 영화 카메라는 세팅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데 우리는 가능한 면이 있었고 화면에 신경을 쓸 수 있었다”라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이 가능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 후 좋은 반응이 이어졌고 영화 제작 제안을 받았다. 이대로 논의가 잘 이뤄지면 <땐뽀걸즈> 영화판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TV 방영이라 많은 부분이 편집돼 전달되지 않았던 학생들과 교사 이규호 씨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길 것으로 보인다.

 

<땐뽀걸즈>에 삽입된 배경음악도 작품의 감동을 높였다. 학생들의 감정에 따라 세기가 다르게 들어간 댄스 스포츠 음악, 그리고 김사월 윤중이 함께 부르고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탄생한 주제곡까지 안방극장을 깊게 파고들었다.

 

이 PD는 배경 음악에 신경을 쓴 이유에 대해 “<5월, 아이들>을 제작할 때도 주제곡을 만들었고 삽입했다”라면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뭔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궁금했던 것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계속 생각이 나고 돌이켜보면 좋을 것 같았다”라면서 “음악이 있으면 찾아 들으면서 그 다큐멘터리가 생각날 것 같아서 이번에도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외부 음악 감독의 손도 거쳤다. 우리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 것은 이 PD가 세밀하고 정밀하게 제작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드라마를 볼 때 사람이 대화를 하는 장면도 많지만 음악만 나오는 장면도 많다”라면서 “음악이 정서를 건드리는 게 있고 우리 다큐는 서정적인 면이 있어서 음악만 넣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장면도 몇 장면을 넣었다”라고 덧붙였다.

▲ 그는 “지식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도, 사람의 정서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옛날과 달리 요즘은 시청자가 보기 편안한 콘텐츠를 만들고, PD가 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답을 찾아가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 방송화면 캡처

배우 유인나가 내레이터로 나섰다. 유인나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청춘들의 고민과 성장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다른 다큐멘터리에 비해 내레이션이 적었다. 대신 음악과 학생들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직접 전달됐다. 이 PD는 “처음에는 내레이션을 쓰지 않으려고 하다가 TV 다큐멘터리에서는 너무 실험적인 부분이라 최소화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면서 “<땐뽀걸즈>는 이야기가 높고 낮음이 명확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소소한 부분이 많아서 내레이션이 많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담는다는 것, 이들의 일상을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다큐멘터리 제작에 익숙한 PD라고 해도 할 때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터다. 이 PD는 언제나 그랬듯 그들과 먼저 친해지려고 했고 많은 대화를 하려고 했다.

 

그는 “당연히 처음에는 학생들이 카메라를 신경 썼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다”라면서 “3개월 정도 촬영한 후에는 학생들이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우리가 찍고 있는 걸 생각 못해 카메라에 부딪힌 적도 있다”라고 일화를 꺼냈다.

 

누구나 자신의 사연이 있는 법, 이 PD는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접하게 됐다. 그는 “학생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담아내야 하나 많은 고민이 들었다”라면서 “그리고 내가 이 친구들이 댄스 스포츠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왜 이 친구들처럼 즐기지 못하고 살까, 내 삶이 부끄러웠고 내 인생에서 많은 걸 느끼게 해줘서 고마웠다”라고 학생들과 진심을 다해 교감했기에 진정성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전했다. 덕분에 방송 후 학생들은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이 PD에게 전해왔다. PD로서 뿌듯할 수밖에 없는 감사 인사일 터다.

 

이 PD는 “서울과 거제를 오고가는 먼 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라면서 “나와 카메라 감독이 번갈아가면서 운전을 했는데 거제 여상에 도착하면 장시간 운전에도 재밌었다. 그런데 서울에 다시 올라오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그 학생들을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춤에 대한 열정으로 희망차게 나아가는 학생들을 보며 느낀 감정을 털어놨다.

 

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승진도 포기한 교사 이규호 씨의 감동적인 말도 인상적이었다. 승진하기 위해 교사하는 게 아니라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교사가 됐다는 이 씨의 말은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학생들을 굳건하게 잡아주는 이 씨의 역할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이 PD는 “정말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선생님”이라면서 “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버팀목이신 분인데 방송에서는 학생들 위주로 담다보니 많이 덜어냈다. 영화로 만들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2011년에 입사한 이 PD는 다큐멘터리는 제작진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담담하고 절제된 표현 방식으로 제작을 해왔고,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 열려 있는 다큐멘터리를 지향한다.

 

그는 “지식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도, 사람의 정서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옛날과 달리 요즘은 시청자가 보기 편안한 콘텐츠를 만들고, PD가 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답을 찾아가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 PD는 “<땐뽀걸즈>가 방송되고 나서 인터넷을 보니 내가 생각하고 집어넣은 장면의 의도를 명확하게 잡아낸 시청자들이 많더라”라면서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소구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소소한 이야기로도 공감하고 울림을 줄 수 있는 방송, 그런 방송을 만들고자 하는 이 PD는 기회가 된다면 현대인의 정신병을 다루고 싶다고 했다. 아직 구체화는 되지 않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는 다큐멘터리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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