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 미디어에 진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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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기업, 미디어에 진출하는 이유
[미디어 리포트] SK 브로드밴드·카카오·구글코리아가 말하는 미디어 사업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5.04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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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사업자 간 경계가 모호해진지 이미 오래다. 기존 방송 사업자 이외에도 통신 사업자, 포털 사업자, 소셜 미디어 사업자 등이 미디어 시장 곳곳에 침투해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SKT, KT, LG 등 통신 사업자들이 동영상 영역으로 밟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제 단순히 다른 미디어 사업자로부터 공급받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수준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정보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ICT 사업자는 기술을 기반으로 미디어 사업을 전개하는 추세다. 미디어‧콘텐츠의 정의마저 불분명해지고 있는 요즘 SK 브로드밴드, 카카오, 구글코리아가 전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들어봤다. 윤석암 SK 브로드밴드 전무,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 김태원 구글코리아 상무가 최근 누리꿈스퀘어에서 펼쳐진 ‘한국방송학회 2017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 아마존 OTT(Over-the-top) 전송 방식 ⓒ아마존 웹사이트

ICT 기업, 미디어 사업 자체가 목적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ICT 사업자들이 미디어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에 대해 윤석암 SK 브로드밴드 전무는 “미디어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기보다는 자기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미디어 사업이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을 예시로 설명했다. 아마존의 경우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들어온 이용자들이 결국 자신의 상품을 사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ICT 기업은 미디어 사업을 이용해 데이터를 얻어 활용하기도 한다. SK 브로드밴드의 경우 단순히 가입자의 프로필뿐 아니라, 누가 언제 어느 채널에 들어와서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나가는지 등의 시청이력과 구매이력을 알게 된다. 이 데이터는 기존 사업의 커머스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커머스 연계형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콘텐츠를 시청하다 커서를 옮기면 메타데이터가 나오고, 배경음악 등의 정보를 바로 알려줘 그 즉시 구매까지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가지는 데이터의 힘은 기존 사업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힘을 가지게 해준다. 윤 전무는 “앞으로 10년은 넷플릭스가 아닌 아마존이 주도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보며 “기존 미디어만으로는 혁신적 사업자로 나갈 수 없다. 기술과 데이터가 콘텐츠 못지않게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국내 사업자들이 개별 사업자로서는 글로벌 사업자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 미디어 사업계가 뭉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이 한국방송학회 2017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PD저널

“하루는 31시간”…포털과 빅데이터

‘미디어의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요즘 오히려 ‘미디어의 기회’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은 “미국의 한 보고서에서 하루는 31시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멀티태스킹을 하니까”라며 “이걸 다시 분류해봤더니 31시간 중 11시간을 미디어에 소비한다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정 부사장은 “미디어 소비는 점점 더 늘어날 테니, 역시 미디어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털 역시 모바일 시대에서 다른 미디어 사업자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는 더 이상 네이버와 경쟁하지 않는다. 정 부사장은 “뉴욕타임스 경쟁자가 워싱턴포스터가 아니더라. 이미 뉴욕타임스는 유튜브, 버즈피드를 경쟁상대로 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시간을 어떻게 빼앗을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시간을 잡아오기 위해, 카카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 부사장은 모두에게 모든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특정 사람에게 특정한 정보를 주는 것이, 검색보다는 공유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카카오가 뉴스를 제공할 때 도입한 방식은 인공지능 ‘루빅스’다. 각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활용해 좋아할만한 뉴스를 골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사람들이 ‘다음’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보면 각자에게 보이는 뉴스가 다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 채널도 맞춤형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정 부사장은 5월 즈음 카카오채널이 맞춤형, 친화적 콘텐츠 플랫폼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프리미엄 서비스 역시 관심사 타깃의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스토리 펀딩’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좋은 프리미엄 콘텐츠, 정보를 모색하다보니 결국 생태계에 돈이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며 “현재 ('스토리 펀딩'을 통해) 약 100억이 생태계로 흘러들어갔다. 콘텐츠에 그만큼 지갑을 열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shutterstock

“콘텐츠 너머 인사이트”…구글과 머신러닝

구글 역시 콘텐츠를 ‘사람이 시간을 쓰는 모든 것’이라고 재정의했다. 김태원 구글코리아 상무는 “이제 핵심은 'Attention'”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이에 더해 “미디어는 기술과 독립적으로 지낼 수 없는 시대”라며 “미디어에 기술을 얹을지, 기술에 미디어를 얹을지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특히 구글의 경우 '머신러닝'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술을 더한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김 상무는 콘텐츠를 넘어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스미디어에 광고를 뿌리고 누군가 사기를 바라는 시대는 죽었다”며 “기업과 사람들은 광고를 ‘누가’ 보느냐에 대한 인사이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 맞춤형 콘텐츠 선별이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정보 편식 현상, 일명 ‘필터 버블’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김 상무는 “기술 문제라기보다 선택권을 누가 가지느냐의 철학적 문제로 귀결하는 것 같다”며 “모든 콘텐츠가 내가 원하는 걸로만 도배되는 건 아니다. 미디어, 웹사이트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다양성을 공간적으로 보장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문제의식에 대해 카카오 정 부사장은 “‘이걸 좋아하지 않나요’ 추천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쏟아져 나오는 핵심 뉴스도 같이 보여준다”며 “적절한 균형점이 있을 텐데, 그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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