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팩트체크, 홍준표 발언 66%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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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공동 팩트체크, 한계 있지만 ‘초석’ 놓았다

▲ SNU팩트체크 홈페이지에 나타나는 화면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대선 기간 언론사 팩트체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홍준표 후보의 ‘거짓 발언’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개설해 제휴 언론사들이 참여한 ‘공동 팩트체크 플랫폼’인 SNU팩트체크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열어 대선 기간 팩트체크 결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SNU팩트체크에서 각 언론사들은 '사실적 진술'에 대한 근거를 판단해 ‘거짓-대체로 거짓-사실반, 거짓 반-대체로 사실-사실’ 등 5단계로 팩트를 검증한다. 검증 대상을 선정하는 일부터 팩트를 판단하는 것까지 모두 언론사의 몫이며, SNU팩트체크는 플랫폼만을 제공한다. 대선 기간 16개 제휴 언론사 중 실제로 참여한 언론사는 12개였다.

분석 결과 홍준표 후보의 ‘거짓 발언’ 비율이 가장 높았다. 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총 177개로 그중 유력 후보 5인에 관련된 것이 163개였다. 각 후보별로 ‘거짓’ 또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명 난 ‘거짓 발언’ 비율을 살펴보면 홍준표 후보는 66%로 전체 47개 중 31개가 거짓이었다.

예시로 “노무현 정부가 (재벌에게서) 8000억 원을 받았다”, “미일 방위조약은 전쟁 나면 미국이 자동개입하지만 한미 조약은 아니다”, “하천의 녹조 현상이 하수유입과 기후 변화 때문이다” 등의 발언이 거짓으로 판명됐다.

▲ 후보 별 검증된 발언의 판정등급 누계 ⓒSNU팩트체크

이외에도 안철수 후보가 65%(20개 중 13개), 심상정 후보가 50%(6개 중 3개), 문재인 후보가 45.5%(33개 중 15개), 유승민 후보가 28.6%(14개 중 4개)로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검증 대상이 된 진술문이 많았음에도 거짓 발언 비율이 높지 않았다.

해당 결과는 후보 발언에 대한 전수조사가 아닌, 언론사들이 ‘선택’한 발언에 대한 검증만을 다뤄 한계가 있다. 2개 이상의 언론사가 한 개 진술문에 대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논란을 야기했던 발언에 대해 후보들이 어느 정도의 거짓과 사실 진술을 내놨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선 이후, ‘팩트체크’ 향방은?

대선 기간 ‘가짜뉴스’가 횡행하며 팩트체크는 그 대안으로 급속히 부상했다. SNU팩트체크는 대선 기간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지나간 후 팩트체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뉴스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체적으로 팩트체크가 저널리즘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만만치 않다.

팩트체크는 완전하고 객관적일 수 없다. 검증 대상을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판단까지 언론사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또 배경과 맥락을 고려한다면 거짓과 사실로 완벽히 구분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완전한 객관성을 처음부터 담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언론이 정치인의 정치적 진술에 대한 객관적 증거와 해석을 분리해 사실과의 차이를 뽑아내는 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네이버 대선 뉴스 페이지 ⓒ네이버

이번 팩트체크에 참여했던 기자들은 실제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언론사 사정에 따라 인력, 재정, 시간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거짓과 사실을 구분하는 일 역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김기중 <중앙일보> 기자는 발언이 처음 나오고 의혹을 해소해가는 사이클이 너무 빨라 언론사가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기자는 “후보가 특정 발언을 하고 이슈로 떠올라 팩트체크 기사로 나가고 의혹이 해소되는 사이클이 너무 빨리 시작돼 빨리 정점에 올랐다가 끝난다”며 “디지털이나 일간에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주간이나 월간으로 가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을 토로했다. 허 기자는 “촘촘히 보아야 할 사안이 많다. 그런데 적은 인력에, 원래 하던 지면 기사 발제를 하며 저녁이나 다음날 (팩트체크 기사를) 올리는 거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이에 대해 데스크나 기자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가지고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팩트체크가 언론의 전부가 아니며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치적 주장을 쫓아다니며 반증하는 것은 언론사에게 무덤이 될지 모른다”며 “새로운 의혹제기 등을 통해 더 많은 사실 확인 담론을 일으키는 것이 의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SNU팩트체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열어 대선 기간 팩트체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PD저널

그럼에도 현장 기자, 교수들은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실감한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김 기자는 “혼란을 야기할 측면도 있지만 언론 전체로 보면 독자에게 신뢰를 주는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며 “팩트체크가 이후 중앙일보에서 어떤 전략으로 갈지는 미정이지만, (팩트체크가) 언론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거라는 건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계속해서 갈 수밖에 없고 가야만 하는 부분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밝혔다.

허 기자는 “언론이 그동안 관찰자로서 ‘누가 이런 말을 해서 이런 논쟁이 벌어졌다’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있었는데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각성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은 여러 의견을 종합해 언론사 협력 모델을 보다 공고히 하고 팩트체크를 수행할 기자들을 위한 지침과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구성을 다변화하는 등 참여 언론사와 일반이용자 모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기간 중 지속적으로 팩트체킹에 관심을 보인 언론사 등을 대사으로 제휴 언론사를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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