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보도 어땠나...특정 후보·정당 불리한 보도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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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미디어감시연대 "선거 저널리즘 실종 상태"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이하 미디어감시연대)가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신문‧방송‧포털사이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모니터링 결과, 다수의 언론에서 특정 대선후보나 정당에 유‧불리한 보도를 편파적으로 내보낸 것을 발견했다며 현재 선거 보도 행태를 ‘선거 저널리즘이 실종된 상태’라고 규정했다.

지난 18일 열린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총평가토론회’에서 발표된 이 보고서에서는 미디어감시연대가 공식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17일부터 선거 전날인 5월 8일까지 20여 일 동안 KBS‧MBC‧SBS 등의 지상파 방송사와 JTBC‧TV조선‧MBN‧채널A 등 종편,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와 <연합뉴스>‧<뉴시스> 등 통신사, 그리고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대선 관련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한 결과가 담겨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선기간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한 미디어감시연대 소속 활동가들과 언론계‧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주요 언론의 19대 대선 보도 경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 지난 4월 6일 방송된 채널A '정치데스크'에서 문재인 후보 의혹과 관련해 문 후보 측 입장을 전한 인용자막 모음 ⓒ민주언론시민연합

토론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방송사 대선 보도 가운데 ‘따옴표(인용) 기사’가 많았다는 점이었다. ‘따옴표 기사’는 특정 인물의 발언을 겹따옴표(“”)안에 넣어 그대로 기사 제목에 인용한 기사를 말한다. 미디어감시연대 소속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보고서와 토론회를 통해 인용 자막의 문제점을 특히 강조했다.

민언련은 인용 자막의 실태와 문제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여러 언론 가운데 채널A <뉴스특급>과 <정치데스크>, 두 방송을 표본으로 삼아 이 두 방송의 자막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4월 5일부터 11일까지다. 조사 결과, 두 프로그램의 인용자막 비율이 절반 수준(<뉴스특급> 43.8%, <정치데스크> 45.1%)이었다.

민언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불이 났을 때 왜 불이 났는지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현재 언론은) ‘따옴표 보도’를 하면서 그저 ‘불이 났다’고만 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들의 의도를 다른 사람(의 발언을) 통해 (방송에) 반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지 않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보고서에서도 따옴표 자막(인용 자막)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인물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자막 자체가 오보는 아니”라며 “따라서 객관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방송이 이런 자막을) 특정인의 발언만 편파적으로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마저도 기계적 균형조차 맞추지 않고 있고,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한 내용을 부각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3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방송 일부.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MBC의 이 보도에 대해 'SBS의 보도 정정 내용 배제한 채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주장을 받아썼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MBC와 TV조선이 특정 대선후보나 정당에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봉우 민언련 방송 담당 활동가는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저녁 종합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MBC와 TV조선의 더불어민주당 관련 부정적 보도량이 다른 방송사보다 훨씬 많은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MBC가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보도한 건수는 45건에 이르는데, 이는 종편인 채널A의 34건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지상파 뉴스는 종편 뉴스에 비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길이가 짧고 대선 관련 보도량 자체도 지상파가 종편에 비해 적은 것을 감안할 때, MBC가 더불어민주당에 편파적으로 불리한 보도를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최악의 선거 보도는 SBS ‘세월호 보도’…전반적 보도 경향은 MBC‧TV조선이 더 문제”

이 날 미디어감시연대는 ‘제19대 대선 최악의 선거보도 3선’을 공개하기도 했다. 1위는 SBS의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5월 2일), 2위는 MBC의 ‘후보 검증 토론회서 공영방송 비난’(3월 22일), 3위는 TV조선의 ‘대선팩트체크-정리해고법 입법 책임, 일부만 사실’, ‘대선팩트체크-노 정보 지니계수 최악’(두 보도 모두 4월 29일)과 KBS의 ‘대선후보검증-고가 가구 헐값 매입?…해명도 오락가락’(4월 12일)이었다.

이봉우 활동가는 보고서에서 “SBS가 단 1건의 보도로 ‘최악의 보도’ 1위를 차지했지만 사실 전반적인 보도 경향으로 보면 2위를 차지한 MBC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MBC는 이번 대선 보도를 통해 노골적인 ‘문재인 낙선 의지’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MBC와 TV조선은 유력후보인 문 후보를 집중 비판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상당히 많이 제시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방송이) 다른 후보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MBC는 노골적으로 문 후보를 직접 비판하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들었다. 혹은 지지율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문 후보에게 불리한 판세가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공격했다. TV조선은 (타 방송에 비해) 송민순 의혹(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 관련 의혹)이나 문준용 의혹(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압도적으로 많이 보도했다. (TV조선의 경우)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의혹을 이용하려는 태도였다”고 비판했다.

▲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문준용 의혹, 송민순 논란 등 문재인 후보 관련 의혹과 관련해 7개 방송사가 각각 얼마나 보도했는지를 비교한 자료 ⓒ민주언론시민연합

이 활동가는 ‘특히 TV조선이 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띄우는 방식을 자주 채택했다’고 주장하며 4월 13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린 TV 토론회 관련 TV조선의 팩트체킹 보도 행태를 예로 들었다.

이 활동가는 “이 기간 TV조선은 12건 정도의 팩트체킹 보도를 했는데, 이 중 75%가 문제가 있는 보도였다”며 “TV조선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주장에 대해 하나같이 ‘사실’ 혹은 ‘수치는 틀리지만 주장의 취지는 맞다’고 했다. 타 방송사는 모두 팩트체크 결과 ‘거짓’으로 판명한 걸 TV조선만 ‘일부사실’, 혹은 ‘취지는 사실’이라고 결론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MBN, 채널A, JTBC 등 다른 종편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활동가는 “MBN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를 일부러 발췌해서 보도한 정황이 역력하며, 채널A는 선거 초반인 3월 17일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규정한 문 후보 아들 관련 의혹(단독지원 단독채용)을 보도했다가 다음 날 바로 삭제했다”며 “JTBC 역시 여러 차례 자막 실수를 범해서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 지난 4월 26일 방송된 TV조선 '뉴스 쇼 판' 방송 캡처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라진 선거저널리즘‧의제설정 기능 회복‧자체적 언론개혁…공영방송에 주어진 과제”

이 날 토론회에서는 대선 보도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의제 설정 기능 상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영방송의 자체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패널로 참석한 정철운 <미디어오늘> 미디어팀장은 19대 대선 선거 보도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종편인 JTBC에게 의제 설정 권한을 빼앗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KBS‧MBC 등의 공영방송이 다시 시청자들의 관심과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대선후보 토론회만 봐도 JTBC 토론회 시청률이 15%(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기준)를 넘었고 시청자들도 ‘이제야 제대로 된 대선후보 토론을 본 것 같다’는 평을 내렸다”며 “대선 당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6시간 동안의 개표방송 시청자수를 분석해 보니, JTBC는 222만 6천 명이었고 KBS 1TV는 222만 1천 명이었다. 분당 시청자수에서도 JTBC가 KBS 1TV를 앞섰다”고 밝혔다.

이어 “JTBC가 KBS를 시청자수에서 압도한 사례는 처음으로, 이는 언론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며 “뉴스 수용자인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을 외면하고 있다. 관심, 신뢰도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이것은 대통령이나 정부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또 그런 걸 바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언론 노동자들이 직접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개혁은 언론계 내부에서 언론인 스스로 돌파해야하는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뭔가 해 나가고 있지만, 언론개혁은 단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에만 기댈 수는 없다. 또 언론의 특성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직접 개입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언론인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토론회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미디어감시연대 모니터링 활동과 토론회의 의미를 짚었다.

미디어감시연대 활동에 직접 참여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모니터링을 해 보니) 이전 선거보다는 왜곡‧편파보도의 수준도 아주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거 저널리즘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여전히 다음 선거를 생각하며 (언론사들이) 성찰하고 제도를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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