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백서' 발간…"악몽 같은 기억, 적폐청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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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장악 백서 발간, 1부 '언론장악의 과정과 의미'·2부 '언론장악 일지'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파 인명사전을 만들 때 18년에 걸쳐서 만들어졌다. 친일파 당사자들과 후손들이 법정시비를 걸어와도 성공했다. 결국 그것이 역사청산의 큰 걸음이 됐다 민언련이 발간한 언론장악 백서가 그에 못지않은 거대한 언론적폐청산 작업의 시작이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기록은 기억이다. 9년 동안의 모든 일들이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그간의 고생을 생각하면 할수록 만감이 교차할 텐데, 잘 정리된 기억을 통해 9년간 언론적폐청산의 염원, 수많은 언론인들의 어려움과 고충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시절의 온갖 악몽 같은 기억들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 같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백서가 언론장악 수순의 교본 같다. KBS 장악 과정을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미리 준비했나 싶을 정도. 백서가 첫걸음이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 ⓒ언론노조 MBC본부

2008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언론장악의 역사가 백서로 발간됐다. 그들은 군독재정부 시절과는 또 다르게 서서히, 치밀하게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고 언론을 장악해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간한 언론장악 백서는 1부 '언론장악의 과정과 의미', 2부 '언론장악 일지'로 구성돼있다. 백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공영미디어를 장악하고 종편을 도입해 방송 생태계를 파괴한 수법과 주요 사건들을 일자별로 정리했다.

백서를 발간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13개 언론·시민단체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백서를 배포하고, ‘언론장악 9년의 적폐, 청산을 위한 첫걸음’ 토론회를 열었다.

먼저 백서 집필에 참여한 신태섭 동의대 교수는 △공영미디어 인적 장악 △방송구조 개혁과 종편 도입 △표현의 자유 축소와 탄압 등 지난 9년간 벌어진 언론장악의 세부 내용을 정리했다.

이어 신 교수는 언론장악 과정에서 헌정유린의 불법적인 과정이 분명히 있었음을 주장하며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는 것이 언론장악 적폐청산의 첫걸음이고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학살이 잘못됐다는 게 지금의 상식이 된 건 시민들이 열심히 싸워 긴 시간 동안 증거를 찾아내 역사를 확립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언론장악에 있어서도) 사법부가 상당히 위법하다고 말했지만 달라질 게 없다. 실제 장악한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일단 철저히 조사한 후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건 노조, 시민, 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백서 집필에 함께 참여한 이남표 민언련 정책실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방송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심의제도를 어떻게 악용해왔고 그 효과가 어땠는지를 이야기했다.

이 정책실장은 종편의 시장 진입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이후 성장과정에서도 불법과 탈법일 일삼아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공정한 여야 추천 위원 구성 속에서 ‘심의기구’가 아닌 ‘검열기구’로 전락해버린 점을 지적했다.

▲ 13개 언론·시민단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백서를 배포하고, ‘언론장악 9년의 적폐, 청산을 위한 첫걸음’ 토론회를 열고 있다. ⓒ언론노조

이어진 토론에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1997년 MBC 기자로 입사해 언론이 자유로웠던 시절과, 이명박 정권 이후 MBC 보도국 탄압 과정을 몸소 경험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은 “2010년, 2011년 두해 동안 보도국에서 기자생활을 한 마지막 2년의 기억이 괴롭다. 내가 기사를 쓰면 부장이 국장실에 들어간다. 그럼 얼마나 드러내고 타협해야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나중에는 부장을 통한 통제가 안 되겠다 싶었던지, 기사를 쓰면 국장이 직접 불렀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모든 게 법적, 제도적 장치 미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편성위원회는 지금도 MBC에 있다. 하지만 편성위 소집을 거부하고 상식을 지키지 않을 정도의 이상한 정권이 들어서면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언론과 민주주의는 같이 간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자유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없단 걸 우리 사회가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경영진의 자유가 아닌 언론종사자의 자유를 위해, 우리 모두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위해 촛불을 들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간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장악 백서'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때 방송편성규약에 대해 전면적인 개정을 시도했다. 현 고대영 사장도. 우리가 보기엔 허울만,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는데 (경영진이) 그동안 해보니 불편하고 걸리적거렸던 것”이라며 “그들이 해보니 걸림돌이 많았던, 그래서 망가뜨렸던 제도들을 철저히 알아내서 정상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본부장은 “정말 중요한 건 내적인 제작 자율성과 보도 독립성, 편성규약을 담보할 방법”이라며 “지금은 강제성이 없으니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도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쟁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언론시민운동이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고 스스로 반성하며, 앞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언론운동이 정권교체를 대비해 플랜을 구체적으로 촘촘하게 만들었는가 계속 생각했다”며 “언론시민사회가 이제라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체계적 논의를 진행하고 합의를 만들어 공동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토론회가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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