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 “MBC, 국제적 관심되도록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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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기자회 “MBC, 국제적 관심되도록 노력할 것”
MBC 언론탄압 적극 공감…“장기적 대책으로 재발 방지해야”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7.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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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기자회가 MBC 경영진의 언론탄압, 해직언론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함께 힘쓸 것을 약속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20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를 방문해 MBC 경영진의 언론탄압과 해직언론인 실태에 공감하고, 앞으로 국제적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명예이사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와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국장, 김혜경 서울 특파원은 MBC본부 사무실에서 김연국 MBC본부장,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 MBC 해직언론인 최승호 PD, 박성제, 박성호 기자를 만났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MBC 탄압 실태와 내부 구성원들의 저항, 향후 대책 마련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MBC 기자, PD 등 100명이 넘는 구성원들이 해직되거나 중징계를 받고, 내부에서 수시로 검열·불방이 이루어졌던 사태를 고발했다.

이에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연대’를 강조하며 “공정보도, 청렴한 저널리즘을 이루기 위해 애쓰시는 것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런 노력은 개별 국가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통된 것이다. 그래서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린 에바디 명예이사는 “한국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늘 읽고 있다”고 관심을 보였다. 이어 에바디 이사는 “언론인들은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옳은 일을 하신 것에 대해 지지한다”며 “옳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본인들이 직업을 잃어야 하고, 일을 놓아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정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경없는 기자회는 MBC 언론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의했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선출 후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조만간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연국 위원장은 “한국은 적어도 절차적으로 공영방송 이사장이나 경영진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뒀다. 그럼에도 MBC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건 지난 정부에서 그런 절차들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 공영방송에 무리하게 인사 개입을 했기 때문”이라며 “언론자유를 위해 정부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 종사자들이 언론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싸우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시민사회가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나서주는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에게는 언론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온 1700명 조합원이 있고, 대통령을 탄핵시킨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다. 따라서 희망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들루아르 사무총장과 에바디 이사는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해 의견을 냈다.

에바디 이사는 “6명의 MBC 이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정부 쪽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 부분을 꼭 개정해 자유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이사진, 임원을 선택하는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MBC 내부의 여러분들이 돼야 한다. 만약 동료 언론인들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이사들이나 임원들이었다면 이런 실수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프랑스에서도 최근 이해충돌 문제가 굉장히 많다. 민간이 소유한 언론매체들에 있어 소유주와 편집진 갈등이 있었다”며 “그래서 법적으로 언론사들이 공정방송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현재는 사측, 사원 양쪽이 협상하는 것을 강제조항으로 하고 있다. 언론공정성, 독립성을 보장하는 일종의 헌장, 윤리 규정을 만들도록 하는 협상”이라며 “지금은 협상만을 강제하지만, 이해갈등으로 소유주가 개입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걸 처벌할 수 있는 규정까지 만들어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바디 이사는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장기적 계획도 분명히 필요하다”며 “강령, 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경영진이 퇴진을 한다 해도 1년 후, 2년 후 다른 사람이 들어와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국경없는 기자회가 MBC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오기도 했다.

박성호 기자는 “직접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현재 사장과 경영진의 사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개입해 이들을 몰아내기는 어렵고, 내부 구성원들이 싸울 것이다. 또 시민들이 지지해줄 것이다”라며 “여기에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압력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이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날 국경없는 기자회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경 기자는 “더 일찍 찾아왔어야 하는데 늦은감이 있다”며 “2008년 <PD수첩> 사태 때부터 조사했고 지속적으로 MBC 문제를 리포팅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아시아, 태평양 전체를 담당하다보니 어려웠다. 이번에 본부에 MBC 방문을 권하니 너무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음이 충분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드릭 아시아 지국장은 “앞으로 망설이지 말고 연락 달라”며 “논의한 주제를 앞으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조항과 조치를 어떻게 취할지 공유할 수 있게 연락을 이어갈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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