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은 집에 가라! 이인호도 함께 가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KBS 총파업 돌입 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사진을 해체하는 게 답이다. 고대영 사장이 내려오지 않으면 이사진 바꿔서 고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 오늘처럼 많은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파업에 함께하면 승리 금방 쟁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양대 공영방송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 째 되던 지난 5일, KBS 신관에서 열린 집회에서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본부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500여 명의 KBS 구성원들이 모여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고대영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파업 의지를 다졌다. 

KBS의 직원 중 2000여 명이 속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는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새노조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한 기자와 PD만 1206명에 달하며, 모든 조합원들을 포함하면 총 1500여 명에 달한다.

▲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오늘 KBS 이사 중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의 해임 청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간다. 해임 청원서만 책으로 두 권이다. 해임당할 사유가 그만큼 많다. 방통위의 행정조치 하나면 바로 이 사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S새노조가 지난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2년 6개월 동안 사적인 용도로 관용차를 500회 넘게 사용했다. 이로 인한 KBS의 재산상 손해만 약 1억 6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KBS새노조는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을 배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성재호 위원장은 “물론 방통위가 (이인호 이사 등을) 해임하기 전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이인호 이사장 내려오길 바란다. 들은 바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이 최근에 고대영 사장에게 ‘이승만 정권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은 왜 만들지 않냐’고 물었다고 한다. (KBS 구성원들이) 추가로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전에 내려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KBS 이사회에는 전 여권 추천 이사 7명(이인호, 김경민, 변석찬, 조우석, 이원일, 차기환, 강규형)과 전 야권 추천 이사 4명(권태선, 김서중, 장주영, 전영일)가 있다. 

"지난 9년 동안 KBS 보도국에서 아이템 낙종은 일상다반사"

이날 집회에서는 KBS 새노조 파업뉴스에서 ‘국방부 댓글 공작 사건’을 보도한 이재석‧정새배‧조태흠 KBS 기자가 앞에 나와 지난 9년간 KBS에서 이뤄져 왔던 특종 누락에 대해 발언했다.

앞서 KBS새노조는 지난 3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KBS보도국장단이 댓글공작 사건 보도 취재를 막았다”고 폭로했고, 김기현 전 군 사이버사령부 530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의 폭로 내용이 담긴 파업뉴스 1탄을 공개했다. 이후 타 언론사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논란이 일었다.

KBS 파업뉴스팀은 지난 4일 오전에는 "박근혜 정부도 군 댓글 공작이 계속됐다"는 김 전 과장의 추가 폭로가 담긴 파업뉴스 2탄을 발표했다. 

이재석 기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가 경험한 일(보도 아이템 낙종)은 KBS에서 전혀 새삼스러운 것도, 전혀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지난 9년간 KBS 보도국에서 날마다 일상다반사로 이루어졌던 일이다. 이를 제가 추가로 경험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보도국 5년 차 이하 후배들은 더욱더 갈등과 압박에 노출돼있었다. 지난 9년 간 늘 그랬다. 이를 바꿔보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 분명히 KBS가 재건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새배 기자는 “파업 전, 제작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한 선배가 ‘고대영 사장이 나가면 KBS가 좋아질 것 같냐'고 했을 때, 당연히 좋아진다는 걸 알지만 사실 얼마나 좋아질지, 얼마나 빨리 좋아질까에 대한 확신이 안 들었다. 2014년에 입사를 했는데, 입사한 뒤로 KBS가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파업뉴스팀에서 뉴스를 제작하며, ‘고대영 사장이 나가면 KBS가 좋아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보도통제만 사라져도 머지않은 시기에 공영방송 역할 제대로 하는 방송사로 거듭날 수 있다”며 “그렇기에 이 파업은 꼭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 뉴스 화면캡처
▲ ⓒ언론노조 KBS본부
▲ ⓒ언론노조 KBS본부

이밖에 KBS 새노조에 속한 교양기제, 예능, 드라마, 라디오, 편성심의, 취재, 시사편집, 기술, 뉴미디어, 아나운서, 경영, 스포츠 등 각 구역별 중앙위원들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자리에 모인 조합원들도 박수와 열띤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어 오태훈 KBS 새노조 부위원장은 각계 시민단체, 언론단체, 학회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KBS, MBC 총파업지지 성명을 소개하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있다. 반드시 국민의 힘으로 KBS 국민 품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이번 투쟁 반드시 승리한다”고 밝혔다.

뉴스, 교양 프로그램, 라디오 등 이어지는 방송 파행 

KBS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이튿날인 5일에도 방송에서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KBS 기자협회(협회장 박종훈)은 지난 28일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KBS PD협회(협회장 류지열)도 30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평일 6시 시간대 교양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2TV <생생정보>는 도경완·이슬기·조충현 아나운서가 빠지면서 MC 없이 이뤄졌다. 오프닝 화면도, VCR 화면을 보며 MC들의 멘트들도 모두 생략된 채 VCR 화면들만 이어졌다. 금요일 방송 예정인 2TV <VJ특공대>와 토요일 방송 예정인 2TV <영화가 좋다>도 MC 없이 방송된다.

뉴스 프로그램에서만 12건이 결방되거나 편성 축소, 앵커 교체 등 파행이 일어났다.

또한 1TV <6시 내고향>, 1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TV <아침이 좋다> 등 27건의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총파업에 동참한 진행자가 다른 진행자로 교체되거나 결방되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KBS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송 파행이 발생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41건에 달한다. KBS 라디오 채널 중 KBS 제2라디오(해피FM, 106.1Mhz) 프로그램 대부분이 코너를 삭제한 뒤 단순 BGM 포맷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는 과거 재방송분을 내보내고 있다.

한편, KBS 새노조는 오전 집회가 끝난 이후, 오후 2시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이인호 KBS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에 대한 해임청원서를 제출했다. 방통위는 KBS 이사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두5001 판결)에 따르면, 임명권에는 해임권도 포함된다. 이에 방통위는 KBS 이사 부적격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해임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엔 언론노조 MBC본부와 2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의 연대 모임인 KBS·MBC 정상화시민행동이 함께했다. 이들은 시민 10만4000여 명이 참여한 'KBS·MBC 적폐이사 파면 시민청원'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에 함께 제출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
▲ KBS 사장과 KBS 이사회 임명 구조 ⓒ언론노조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