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사태 해결 의지 없는 KBS 경영진·야권 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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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참석도 막아 …고대영 사장, 평창으로 피했다 ‘망신’

[PD저널=구보라 기자]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 되던 6일,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사장, 부사장, 이사들과의 대화를 요구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KBS 이사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고대영 사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장 방문을 위한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고대영 사장은 평창에서 마주친 50여 명의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대화를 요구했지만, 차 안에서 2시간 가까이 대치를 벌였다. 고대영 사장은 노조 위원장의 전화도 받지 않고, 창문 한 번 내리지 않은 채 경찰의 도움에 의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또한 KBS 새노조 부위원장이 이사회에 참석해 파업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길 원했으나, 야권 추천 이사(구 여권 추천)인 차기환 이사, 강규형 이사,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다수 이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해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조인석 신임 부사장은 "사장 퇴진에 동의할 수 없다", "KBS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이사장 또한 "사장 퇴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최승호 감독(MBC 해직 PD)이 연출한 <공범자들>을 관람한 이후, 이인호 이사장은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뉴스팀 기자에게 "사장을 해임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지 않으니까"라고 답했다. 

부사장과 이사장 모두 "고대영 사장 퇴진과 이사진 해체"를 요구하며 파업에 참여한 KBS 구성원들의 인식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6일에 열린 KBS 임시이사회는 ‘파업 해결 대책 보고 및 방송 정상화 촉구’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전 야권 추천 이사 4인(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이 요구해 마련됐다. 그러나 경영진과 다수 이사들의 소극적인 논의 자세로 큰 진전 없이 끝났다. KBS 이사회는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한 7인의 전 여권 추천 이사(이인호, 김경민, 벽석찬, 조우석, 이원일, 차기환, 강규형)와 전 야권 추천 이사 4인으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는 조우석, 이원일 이사가 불참했다. 

▲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최승호 감독(MBC 해직 PD)이 연출한 이인호 이사장은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인 기자가 파업에 대한 의사를 묻자 "사장을 해임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지 않으니까"라고 답했다. 이같은 의견을 6일에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도 재차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영상 화면캡처 
▲ 이인호 이사장


이인호 이사장은 “집행부(KBS 사측)에서는 이에 대한(파업사태)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이사회에서도 방안에 대해 다룬 적이 없다. 오늘 집행부(보고를 받으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오늘 이사회를 소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행히도 사장이 다른 일로 평창을 가서 출석을 못 고 부사장 두 분이 대신 출석을 하신 것으로 안다.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당초 고대영 사장은 이날 임시이사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 시찰을 이유로 이사회에 알리지 않은 채 참석하지 않았다. 이인호 이사장도 “오늘 이사회에 와서 (불참 소식을) 알았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시찰에 대해 이종옥 부사장은 “경기장 내의 방송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방송사 사장으로서 당연히 점검이 되어야 할 사안이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간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권태선 이사는 “고대영 사장이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은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조인석 부사장은 ‘사장으로 가볼 만한 일’이라고 하는데 부사장을 두 명이나 뽑은 이유가 뭐냐. 부사장이 현장을 시찰하고, 이 자리에는 사장이 나오는 게 마땅하다. 이렇게 나오지 않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고 사장이 이사회를 아주 무시하는 행태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주영 이사도 “그동안 고대영 사장이 특별한 사유 없이 이사회에 불참한 경우가 많다. 강력한 경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호 이사장은 “사장이 사전 통보 없이 이사회 불출석한 것에 대해서는 이사장 명의로 강력하게 항의를 표명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 KBS 이사회 이사 중 전 여권 추천 이사. ⓒKBS 홈페이지 화면캡처 
▲ KBS 이사회 이사 중 전 여권 추천 이사. ⓒKBS 홈페이지 화면캡처 

 

▲ 고대영 사장은 지난 6일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장 시찰을 위해 강원도 평창을 찾았다가 KBS새노조 조합원들과 2시간 가까이 대치를 벌였다. ⓒKBS새노조 페이스북 라이브 화면캡처 

이후 이사들은 안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먼저 조인석 부사장은 “회사에서는 방송 차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각이 엄중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파업 대책을 보고했다. 해당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가 다시 공개로 전환된 이후 김서중 이사는 “현재까지 비공개로 들은 답은 ‘파업 철회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다’. ‘파업에 불법성 있으면 대처하겠다’였다. 그렇게 직원들을 징계하는 걸로 끝난다면, 공영방송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나. 경영진은 지금 파업이 KBS 노사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KBS와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석 부사장은 “파업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파업을 시작하면 노조는 어떻게든 방송 파행을 만드려 하고. 회사는 그 파업의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의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1일, 북한이 핵실험했을 때 이건 정말 비상사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사장으로서 선배로서 간부 팀장들에게 ‘파업을 할 때 하더라도 지금은 미루자, 비상사태다’라고 호소 문자를 보냈다. 이를 보고 이해한다며 업무에 복귀한 친구들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노조에서 주장하는 건 사장 퇴진 이사회 해체다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고대영 사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통과하고 여야 합의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김서중 이사는 “현재 경영진들이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KBS의 뉴스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KBS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아주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인석 부사장은 “구성원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 KBS가 공영성이 무너졌다’는 의견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공정성을 높이는 건 기본적인 의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는 “조인석 부사장은 ‘방송 공정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본인은 KBS 공정성에 대해 비판하는 걸 믿지 않는다’, ‘KBS는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외부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고집이 파업 사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인석 부사장은 처음에 KBS에 들어왔을 때 30여 년간 회사에 근무해서 부사장 자리에 오를 때까지 한 방송인으로서 정말 KBS가 어떤 방송이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 제대로 정말 다 했는지 그래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갔는지에 대해서 겸허하게 반성해보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인석 부사장은 “저는 회사 KBS 32년 5개월 다니면서 한 번도 끗발 부리는 자리를 탐낸 적이 없다. 물론 제가 100퍼센트 잘했다 이거 절대 아니다.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해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불과 한 달 전까지 제작본부장으로서 제작 현장을 지휘했던 사람이다. 저는 제가 현장을 지휘한 사람으로서 바닥민심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신한다"며 "공영방송을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KBS 구성원들 중 90% 가까이 사장 퇴진 요구한다는 수치는 믿지 않는다”며 “흥분했다. 죄송하다”고 말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이인호 이사장은 “이번 파업은 임금협상 같은 문제가 아니라, 노조 쪽에서 사장 퇴진, 이사장 퇴진, 이사회 해체 이걸 요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사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굉장히 한계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이사회가 어느 면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게 뭔지가 어느 정도 나올 만큼 나왔으니 이사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집행부가 없더라도 (파업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잡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회의 공개 여부를 논할 때 조인석 부사장과 이종옥 부사장은 “파업 대책에는 예민한 사안이 있다”,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싶다”며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걸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차기환 이사, 강규형 이사도 회의 공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KBS 이사회는 홈페이지에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을 외부에서 알 수 없다. 

▲ KBS 이사회 이사 중 전 야권 추천 이사 4인. ⓒKBS 홈페이지 화면캡처 
▲ ⓒKBS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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