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KBS 사장 진노…'우쪽으로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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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 파업뉴스팀 2010년부터 이어져온 KBS 블랙리스트 정황 밝혀

[PD저널=구보라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이 이른바 '방송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영방송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국정원 개혁위에 의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블랙리스트 논란의 대상인 김미화 씨가 당시 ‘사장님이 진노하셨다. 사장님께 사과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미화 씨의 증언을 담은 뉴스를 제작한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은 “청와대-국정원의 합작품으로 철저히 이행된 블랙리스트는 이처럼 공영방송 KBS의 제작 자율성을 뿌리부터 파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11일 국정원 개혁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MB 정부 시절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내 특정 인물과 단체의 리스트를 만들어 압박 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은 15일 오전 ‘[파업뉴스 5탄] “사장님 화내셨다” 철저히 이행된 KBS 블랙리스트’를 보도했다. ⓒKBS새노조 파업뉴스 화면캡처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이 15일 오전에 보도한 ‘[파업뉴스 5탄] “사장님 화내셨다” 철저히 이행된 KBS 블랙리스트’에 따르면 이정봉 당시 보도본부장은 김미화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단다”고 ‘KBS 블랙리스트’ 문제를 처음 거론한 점에 대해 김인규 당시 KBS 사장이 ‘진노’했다고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누차 보도본부장님이 연락 왔었어요. ‘사장님이 진노하셨다. 사장님 화를 풀려면 미화 씨가 들어와서 사장님께 사과해라’ 다시 보도본부장님을 찾아갔을 때 보도본부장님 이하 밑에 있는 OOO이 들어오셔 가지고 저한테 ‘김미화 씨는 좌냐 우냐. 좌면 우쪽으로 붙어라’ 그런 얘기를 해서...”

이에 대해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이정봉 전 KBS 비즈니스 사장은 KBS 파업뉴스팀에게 “김인규 사장이 당시 화를 냈었던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5년에도 KBS 간부가 김미화 씨의 섭외를 막은 정황 또한 드러났다. KBS새노조는 “20105년 11월 <TV 책을 보다> 제작진이 김 씨를 섭외했는데, 당시 교양국 수뇌부가 김 씨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으며 출연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다.

김미화 씨는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교양국장과 TV제작본부장을 만나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악감정이 없습니다. 저는 빨갱이가 아닙니다‘라고 다시 이야기를 드리고...게스트로 한 번 출연하기 위해서 정말 물밑에서 진짜 물갈퀴로 발짓을 엄청 했었어야 했다는 걸...”

이후 김미화 씨는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업뉴스팀은 “하지만 김 씨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었던 경제학자 정태인 씨의 경우에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험 등 정치 이력을 문제 삼아 결국 출연이 무산됐다고 제작진이 말했다”고 밝혔다.

김미화 씨는 이번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조만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K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1984년에 데뷔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논란 이후, KBS와 MBC 본사 프로그램에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김미화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김미화 씨는 2015년 1월부터 KBS창원 <김미화의 시사카페>의, 2016년 5월부터 대구MBC, 광주MBC <영호남 지역공감 토크쇼 달빛소화제>의 진행을 맡았으나 두 프로그램 모두 지난해에 종영했다. 현재는 2015년 3월부터 DJ를 맡은 tbs <유쾌한 만남>, 지난달 31일 첫방송한 EBS의 신규 프로그램 <수상한 철학관>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KBS새노조는 “김미화씨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블랙리스트가 드러나기까지 지난 7년간 마음고생이 많았다면서도,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KBS가 이 기회에 바로 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은 15일 오전 ‘[파업뉴스 5탄] “사장님 화내셨다” 철저히 이행된 KBS 블랙리스트’를 보도했다. ⓒKBS새노조 파업뉴스 화면캡처 

이밖에도 블랙리스트의 또 다른 피해자인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파업뉴스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KBS 대표 교양프로그램이었던 <TV 책을 말하다>가 2009년 종영한 배경에 대해 털어놨다. <TV 책을 말하다>에 고정 출연자로 출연했던 진 교수는 “높으신 분이 방송을 보다가 왜 이렇게 좌파가 많이 나오냐고 한마디 했”고, 이 때문에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제작진을 통해 들었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파업뉴스팀 취재진에게 “작가들이 섭외를 요청했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죄송하다며 섭외를 취소하는 일이 몇 건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MB 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외수 작가는 “MB정권 들어서기 전에 제가 1년에 세금을 4천 내지 5천씩 낼 정도로 활동이 왕성했었다”며 “MB정부 들어서고 나서 쌀이 몇 번 떨어질 정도였다. 비교되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이어 “언론이 죽으면 나라도 죽고, 국민도 죽는다. 지금까지 초주검이 되어서 거의 사경을 헤매던 언론, 다시 국민에게로 돌아오시길 바란다.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되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공영방송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KBS새노조는 지난 13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고대영 KBS 사장이 보도본부장이던 2011년 2월, <시사기획 창>에서 가수 윤도현 씨를 해설자로 섭외하려했으나 사측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에 대해 KBS새노조는 조사에 착수했으며, KBS PD협회 또한 TF팀을 운영해 △피해사례 수집 △피해자 증언집 작성 △내부자들 양심선언 유도 △내부 범죄자들 폭로 △이 사건 관련 프로그램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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