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취재’ 독립PD 5인 벌금형…“항소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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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마다 생각 달라…합의부 상급심 판단 받아봐야”

[PD저널=이혜승 기자] 구치소 몰라카메라 취재로 기소됐던 독립PD 5인에 법원이 벌금형을 내렸다. 범죄 목적이 아닌 취재 목적으로 인한 행동에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번 같은 죄목으로 기소됐던 SBS PD와 촬영감독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어 앞으로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판사 김용찬)은 20일 오후 1심 선고 공판에서 SBS <궁금한이야기Y> 장영범, 이호규, 김숭제 독립PD, MBC <리얼스토리 눈> 황연하, 이보미 독립PD인에게 각각 벌금 300, 200, 100만원 등을 선고했다.

SBS <궁금한이야기Y> 독립PD 3인은 'K5 도난사건' 편(2015년 3월 방송), ‘순천 초등생 인질극 사건’ 편(2015년 9월 방송) 등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MBC <리얼스토리 눈> 독립PD 2인은 ‘전과 14범,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편(2016년 4월) 등을 연출할 당시 교정시설에 녹음‧녹화 장비 등을 반입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와 ‘건조물 침입죄’로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이날 “(피고인들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 주장하지만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이라며 “형법상 국민의 알권리,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 해도 교정시설의 안전 질서를 해칠 우려와 수용자들의 형법상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피고인이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행동으로 녹음, 녹화장비를 반입한 것은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침해하고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피고인에게 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행동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히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 2015년 9월 5일 방송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담장 위를 걷는 특권’ (기소 사건과 관련없음) ⓒ화면캡처

같은 죄목, 다른 판결…"본사PD-독립PD 차별 아니야”

같은 죄목으로 기소됐던 SBS 최민철 PD의 경우 지난달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어 일각에서는 “본사PD와 독립PD를 차별하는 것인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사건 자체가 법리적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는 사안이며, 재판부와 담당판사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건을 담당해오던 변호인들은 “그런 것(본사PD와 외주PD 차별)은 전혀 아닐 것”이라며 “(변호인 측에서는) 동일한 변론과 같은 법리적 해석을 했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와 판사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무죄를 선고했던 재판부에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피고인들이 취재목적을 숨기고 접견신청서를 작성한 점, 구치소 내 촬영‧녹음 행위를 한 점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지만, 이번 재판부에서는 “피고인들이 반입하려고 했던 녹음, 녹화 장비는 교도관들의 통상적인 업무 처리에서 사실상 적발하기 어렵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라고 충분히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건조물 침입죄’에 있어서도 지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취재목적을 밝히지 않고 구치소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것이 범죄 목적이 아니며, 방송이 이뤄진다 해도 구치소 보안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이번 재판부는 “국민 알권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해도 교정시설의 안전을 해칠 수 있고 수용자들의 형법상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사회상규에 반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지난 재판부는 PD들이 취재목적으로 행한 일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재판부는 녹음·녹화 장비를 반입한 행위 자체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일 사건 4건 “모두 항소심 진행될 것…상급심 판단 받아봐야”

구치소 몰래카메라 취재와 관련한 공판은 해당 건 뿐 아니라 총 4건이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3건은 벌금형으로 유죄, 1건은 무죄가 선고된 상황이다.

SBS 최민철 PD <그것이 알고싶다> 건과 이번 SBS <궁금한이야기Y> 독립PD 3인 건을 함께 맡아 변론해오던 양계성 변호사는 “재판부마다 결론이 달라 결국은 상급심에서 판단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지만,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도 결국 대법 판결까지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한 각각의 케이스가 세부적인 상황에 있어 서로 다른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조금씩 다르다. 각각 케이스들이 실제로 어떤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갔고, 어떤 방법을 썼는지 다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도) 100% 동일한 결론이 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양 변호사는 “법리적 해석을 달리하면 다른 건도 무죄가 가능하다”며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판결문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MBC <리얼스토리 눈> ‘전과 14범,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편(2016년 4월) ⓒMBC 화면캡처

한편 구치소 몰래카메라 취재와 관련한 공판은 총 4건이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돼 왔다. △MBC <리얼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과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 외주PD 4인(이하 MBC1)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 외주PD 2인(이하 MBC2) △SBS <궁금한이야기Y> 외주PD 3인(이하 SBS1)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PD 1인과 외주 촬영감독 1인(이하 SBS2) 등의 건이다.

MBC1 건은 법원이 PD 2인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 다른 PD 2인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 지난 1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SBS2 건의 경우 지난달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 측에서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날 함께 판결이 나온 SBS1, MBC2 건의 경우에도 변호인 측은 일주일 내로 항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양계성 변호사는 4건 모두 같은 죄목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4건이 모두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는 판사 3명이 합의부에서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법적 해석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국PD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10명의 PD들(박성호 촬영감독 포함 11명)을 무더기로 고발한 교정당국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다시 한 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정당국이 일체 취재를 불허하는 상황에서 애꿎은 취재 PD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PD들의 취재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현장에 투입된 약자만 처벌하는 모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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