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싸우고, 꼭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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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언론노조 KBS‧MBC 본부, 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

[PD저널=하수영 기자] “이 상, 제가 받는 거 아니잖아요. 희망고문 하나로 지금까지 싸워 온 MBC 조합원들, 당시에 함께한 MBC본부 9기 집행부, 근본적으론 언론 자유를 열망하고 ‘마봉춘’이 국민 품으로 돌아오라고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들이 받는 거잖아요. 투병 독하고 질기게 해서 꼭 돌아갈 거예요. ‘MBC를 국민 품으로’, 이제 시작이에요. 빨리 ‘MBC를 국민 품으로’가 완성됐으면 좋겠어요.”

(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 수상자 이용마 MBC 해직기자 수상소감)

50여일 넘게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언론노조 KBS‧MBC본부가 공영방송 정상화와 훼손된 언론 공영성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에 나선 공로로 ‘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을 수상했다. 두 본부는 수상을 계기로 총파업에 대한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국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에서 언론노조 KBS‧MBC 본부는 “그 동안 공영방송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우리가 왜 공영방송을 지켜내지 못했는지 철저히 반성하겠다”며 “부역 언론인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언론적폐 청산작업을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다시 좋은 공영방송을 돌려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3주년 기념식 및 제23회 통일언론상‧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 수상자인 언론노조 KBS·MBC 본부 조합원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D저널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3주년 기념식과 제23회 통일언론상‧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을 겸해 열린 이 날 행사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등 언론계 원로들은 물론 KBS‧MBC‧SBS‧YTN 등의 현업 언론인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뿐만 아니라 이해동 목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도 참석해 자유언론실천선언 43주년과 통일언론상‧안종필 자유언론상의 의미를 기렸다.

특히 10월 24일은 KBS‧MBC 등 공영방송의 총파업이 시작된 지 51일째 되는 날로, 이날 안종필 자유언론상의 수상자로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 새노조)와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특별상 수상자로 김민식 MBC PD와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선정돼 시상식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3주년 기념식 및 제23회 통일언론상‧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을 수상한 언론노조 MBC본부의 김연국 위원장(사진 위)과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 ⓒPD저널

파업을 함께 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시상식장을 찾은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과 김연국 MBC본부 위원장은 수상의 공로를 두 공영방송 파업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국민들과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등을 거치며 자유언론을 위해 싸워 준 선배 언론인들에게 돌렸다. 상을 받는 자리지만, 지난 9년간의 공영방송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총파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에 있는 두 위원장은 다소 담담하고 비장하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연국 MBC본부 위원장은 “이 영광스러운 상은 현재 노조 집행부가 받는 상이 아니라 지난 7년간 이어온 파업 과정에서 7년 싸움을 이끌었던 노조위원장들과 해직되신 선배들, 나아가 자유언론을 위해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싸워주셨던 선배님들, 지난해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시민 모두가 함께 받는 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동시에 공영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더 철저히 지켜내지 못한 언론인들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세월호 유가족들께서 참사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암동 MBC 사옥에 오셔서 MBC 총파업 집회 현장에 참석하셨다. 너무 죄송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사과와 반성만으로 끝내선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난 7년간 MBC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낱낱이 기록으로 남기고 부역 언론인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왜 더 철저히 공영방송을 지켜내지 못했고 공영방송 퇴행이라는 아픈 역사를 막아내지 못했는지 기록 역시 해야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은 “KBS는 선배님들이 피땀 흘려 일군 민주화의 바탕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다가 지난 9년 동안 뒷걸음질을 쳤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우리가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대신 촛불 국민들과 선배님들이 열어주신 길에서 언론적폐 청산작업을 시작하고, 권력에 굴종하는 KBS의 DNA를 없애겠다. 상상할 수 없는 좋은 공영방송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3주년 기념식 및 제23회 통일언론상‧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 수상자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이 대리수상, 사진 위)와 김민식 MBC PD ⓒPD저널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건강상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하고 이 기자와 이명박 정부 당시 MBC본부 9기 집행부에서 함께 일했던 정영하 전 MBC본부 위원장이 대리수상을 했다. 이 기자는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활동하다 2012년 초 ‘MBC 파업을 주도하고 회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2012년 3월 5일에 해직됐으며 현재 복막암 투병 중이다.

정 전 위원장은 시상식이 있기 하루 전 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상소감을 들었다며 이야기를 전했다. 이 기자의 수상소감을 대신 전한 정 전 위원장은 MBC 총파업 투쟁에 대한 의지를 다지면서 이 기자의 건강 회복을 기원했다.

그는 “희망고문 하나로 지금까지 싸웠더니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왔다”며 “우리 이용마 국장, 투병도 열심히 할 거라고 믿는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기자를 위해서)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되겠다. ‘MBC를 국민 품으로’가 빨리 완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이용마 국장을 낫게 하는 유일한 항암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상 공동 수상자인 김민식 MBC PD는 재치 있는 수상소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 PD는 MBC 사옥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한편 이 활동에 MBC 구성원들을 참여시키고, 동시에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해 공영방송 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트콤과 코미디를 주로 연출하던 내가 자유언론상을 타서 난감하다’는 너스레로 수상소감을 시작한 김 PD는 “내가 열심히 한 건 ‘김장겸 물러나라’, ‘썩 꺼져라’, ‘마봉춘 살려내라’ 하면서 춤추고 노래한 것 밖에 없다”며 “길거리에서 나이 50 먹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춘 것에 대해 상까지 주시니 더 열심히 하란 뜻으로 알고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PD는 평소 집회 현장에서,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해 오던 것처럼 ‘김장겸 물러나라’, ‘썩 꺼져라’, ‘마봉춘 살려내라’라는 구호를 노래와 춤으로 선보여 시상식 현장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후배들의 수상을 축하하는 한편 KBS‧MBC의 총파업을 격려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이명박이 언론을 극심하게 탄압하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낼 때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서 동아투위, 80년 해직언론인으로 이후 최대 항쟁인 KBS‧MBC 파업이 벌어졌다”며 “늘 후배들이 ‘동아투위 선배들 이념과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싸운다’고 하는데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것에 대해 매일 감동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KBS‧MBC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9.9부 능선까지 왔다”며 “다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빨리 남은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조금 머뭇거리고 있다. 방통위는 하루 빨리 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계 원로들과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시상식에 앞서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적폐 청산과 파업사태 해결 촉구 원로언론인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에 KBS‧MBC의 구여권 출신 이사의 해임을 요구했다.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3주년 기념식 및 제23회 통일언론상‧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통일언론상을 수상한 KBS 양승동·최진영 PD(사진 위)와 SBS 배정훈 PD가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각각 사진 왼 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D저널

한편, 통일언론상 수상자로는 <KBS스페셜> ‘오래된 기억, 6‧15 남북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승동‧최진영 KBS PD가, 특별상 수상자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도둑골의 붉은 유령’을 연출한 배정훈 SBS PD가 선정됐다. 수상자들은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양승동 KBS PD는 “넉 달 전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방송이 될 때쯤이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수상을 한) 기쁨과 함께 안타까움이 있다”며 “지금 어려운 남북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해 보겠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배정훈 SBS PD는 수상소감과 함께 총파업을 진행 중인 KBS‧MBC의 언론인들에 대한 격려의 말도 전했다.

배 PD는 “아직도 누군가를 ‘빨갱이’라고 부르는 우리 안의 적폐가 있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라는 이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오늘도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서 투쟁하고 계신 동료, 선후배님들의 빈자리를 생각하며 비겁한 동료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취재하겠다”고 말했다.

제23회 통일언론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용훈 연합뉴스 대기자는 “지금 한반도 및 연안국 간의 관계는 전쟁을 운위할 정도로 악화돼 있다”며 “우리 언론인들에게 증오와 적대 대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선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주고 있다. 내년 이맘때에는 남북 화해 협력, 평화통일에 기여한 주옥같은 보도, 제작물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일언론상과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0월 24일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를 선정한다. 통일언론상은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의 취지와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언론인·언론사 혹은 평화통일운동에 기여한 사회단체나 언론인 등에 주는 상이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제정·시행하는 상으로, 자유언론 수호를 위해 힘쓴 언론인들에게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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