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금품수수 의혹' KBS 사장 해외 출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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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국서 열리는 ABU 총회 참석 예정… 새노조 "출국 금지 시켜야"

[PD저널=구보라 기자]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고대영 KBS 사장이 다음주 해외로 출국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KBS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새노조에 따르면 고대영 사장은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 총회 참석을 명목으로 30일부터 일주일 동안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3일 “2009년 5월 당시 국정원 KBS 담당 I/O(정보관)는 KBS에 2009년 5월 7일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담당 I/O가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I/O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당시 KBS 보도국장은 고대영 현 KBS 사장이다. (관련기사: "KBS 사장, 국정원에 저널리즘 팔아 넘겨")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는 25일 오후 성명을 내고 “고대영 KBS 사장의 국정원 보도 무마 금품수수 의혹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어이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아야 할 고대영 사장이 해외로 출국한다”며 “지금이 ABU 총회 자리에 참석할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이 국정원 공작비 2백만 원에 KBS뉴스를 팔아먹었다는 전례없는 저널리즘 파괴 의혹이 구체적인 물증과 함께 제기된 상황에서 가기는 어딜 간단 말인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밀항을 시도하는 범죄자 아니냐는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 고대영 KBS 사장 ⓒ뉴시스

KBS새노조는 “지금 KBS는 구성원 2천여 명이 두 달 가까이 총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방송 파행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국가적 이벤트인 평창올림픽 방송은 올스톱될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KBS를 책임지는 수장이라는 인물이 전례없는 위기에 몰린 KBS를 두고 중국행 발걸음이 떨어지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검찰은 즉각 고대영을 출국금지하라! 뇌물 혐의로 국정원이 수사 의뢰할 예정인 사실상의 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할 판인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조합은 내일 26일 고 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며 “검찰은 즉각 강도높은 수사를 통해 지난 9년간 정권의 방송장악에 가담한 고 사장의 여죄를 낱낱이 밝혀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고대영 사장은 25일 오후 4시 KBS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한 “KBS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국장 시절 국정원 I/O를 만난 적이 있냐는 이사들의 질의에 고 사장은 “제 기억으로는 만난 사실이 없다”며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I/O하고 그렇게 쉽게 접촉을 하나. 언론사에 있던 이사들도 그러지 못 하는 거 다 아시잖나. 돈 받은 적 없다. 그쪽이 내놓은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만일에 국정원 주장대로라면 그 당시 정치부 기자들이 왜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하겠나. 개입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며 “생산도 안 된 기사를 대가로 금품을 받나”라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KBS가 23일 밝힌 보도자료에서도 “당시 국정원과 검찰이 (국정원의 수사 개입 의혹을) 부인함에 따라 기사 자체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영) 보도국장이 기사 삭제나 누락을 지시하거나 관여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반박이 있었다.

하지만 KBS새노조가 당시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고대영 사장과 기자들의 주장이 달랐다. KBS새노조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KBS에서도 해당 의혹에 대해 언급한 정치권 반응에 대한 단신이 작성됐지만, 소속 부서장은 기사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서중 이사가 “만약에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I/O를 만나서 돈을 받았다면 징계감이 아니냐” 고 질문하자 고 사장은 “그건 당연히 징계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징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냐”, “심각한 비위행위 아니냐”는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유도질문 하는거냐.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불편한 심기를 비췄다.

이에 이인호 이사장도 “그런 짓을 하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굳이 (고대영 사장에게) 질문할 필요가 없잖나”라고 말했다.

고대영 사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사퇴할 생각이 없음도 분명히 전했다. 고 사장은 “저는 이 이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뽑아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법에 KBS 사장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한 것은 KBS 독립을 위해서다. 제가 사장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KBS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KBS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저는 그것만큼은 끊고 가겠다”고 말했다. 고대영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2015년 11월 24일 KBS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KBS새노조는 KBS기자협회와 함께 26일 오전 10시 ‘수뢰 후 부정처사’, ‘국정원법 위반’,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대영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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