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구보라 이혜승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 회의에 항의하러 방통위를 찾아, 국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KBS와 EBS 국감이 개회조차 못하며 파행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신상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8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과천종합청사로 향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보궐이사 여당 추천'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이들은 과방위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오전 10시가 다되도록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방위 간사)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통위에 항의 방문을 가서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조차 국정감사로 오지 못 하고 있다. 오전 10시에야 신상진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저지조로 앉아 있는데 국회법과 국정감사를 무시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지금 눈을 감고 앉아있는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원으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은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아야한다. 사실을 낱낱이 파헤쳐야 하는 엄중한 국감인데 만약 오늘 국감이 열리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 고 사장의 있을 수 없는 행태에 대해 밝히려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상임위 의사 일정은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며, 간사 협의가 있어야 일부 바꿀 수 있다”며 “방통위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방문진 이사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방통위에 가서 상임위 국감이 못 열리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조속히 돌아 오라”고 촉구했다.
윤종오 새민중정당 의원은 “위원장이 간사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갔다. 신상진 위원장은 과방위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해서 파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을 지켜야하는 국회의원들이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국감을 팽개치고 갔다는 사실 자체가 낯부끄럽다"며 “오늘과 내일로 예정된 KBS, EBS, 방문진, MBC에 대한 국감을 저 일을 핑계로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당장에 그만두라. 당장 국회로 돌아와서 오늘과 내일 국정감사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 또한 “국회법 제50조 5항을 보면,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의사진행을 거부하면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대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하여 위원회가 활동하기 어려운 경우, 위원장이 소속되지 않은 간사 중에서 소속 의원 수가 많은 순으로 위원장이 직무로 대행한다’고 적혀있다. 자한당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회피한 거다. 우리는 국정감사를 계속해서 진행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과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국감 개의와 관련해 '위원회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거부하거나 직무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은 상황'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뒤, 위원장없이 국감을 시작할 지에 관해 논의했다.
신경민 의원은 “국감 사회권을 기피하고 국감을 방해하고 있는 위원장에게 더 이상의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앉아계신 의원 모두의 의견이다. 신상진 위원장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오후 2시 회의장에도 신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간사가 사회권을 받아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자한당 몫을 요구하고 나선 자한당 의원들에게 “법에 명시 되어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 때도 여당 추천 몫은 새로운 여당이 뽑았다”고 답했다. 계속된 항의에도 방통위원들이 회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자한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11시경 방통위를 떠났다.
국정감사장도 이날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오전 9시 50분 무렵 고대영 KBS 사장이 국회 본관 6층에 위치한 과방위 회의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수십여 명의 기자들로부터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문세례가 쏟아지며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KBS 구성원들과 기자들은 “국정원한테 200만원 받아 어디에 썼나”, “국정원하고 무슨 관계냐“고 질문했다.
국정감사장에 들어온 이후에도 질문이 쏟아졌다. 정홍규 KBS 기자는 고대영 사장에게 “다음주 ABU 총회차 출장을 간다고 알고 있다. 회사가 파업 중인데 장기 출장이 가능한가? 관광일정도 있더라. 지금 관광하는 게 맞냐”고 비판했다. 이슬기 KBS 기자는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는 고대영 사장에게 "눈 감고 자는 척 하는 거 부끄럽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고대영 사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앞서 지난 23일 국정원 개혁위는 고대영 KBS 사장이 보도국장이던 지난 2009년 5월 국정원으로부터 검은돈을 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 대한 국정원 개입 보도’를 막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KBS 담당 정보관(I/O)이 2009년 5월 7일 자 조선일보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해 불보도 협조 요청했음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KBS 담당 정보관이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