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 국정원 정보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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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 사장, 국정원 정보원이었나"
의혹 커지는 국정원-고대영 커넥션, …KBS새노조"'안보 관련 취재 분위기 파악' 국정원 문건 확인”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10.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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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새노조 파업뉴스13탄] 고대영과 국정원 '검은 커넥션' ⓒ언론노조 KBS본부 

[PD저널=구보라 기자] 보도국장 시절 기사 누락을 조건으로 국정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원의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또다른 정황들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는 30일 “파업뉴스팀이 추가로 확보한 국정원 내부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기사 누락뿐만이 아니라 기사 동향 파악까지 지시했다. 또한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국정원과 정보를 비정상적으로 주고받은 정황도 추가로 확인했다”며 “사실이라면 고대영 사장이 국정원의 정보원 역할까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기사 누락의 대가로 국정원 KBS 담당 I/O(정보관)이 고 사장에게 200만 원을 건넸다”며 “해당 과정에서 담당 I/O가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I/O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이 확인한 국정원 예산신청서 중 <KBS 보도국장 안보 현안 관련 보도 협조-중점 수집 사업> 항목에는 ‘안보 관련 KBS 기자 취재 분위기 파악’, ‘보도 자제 협조’와 ‘국정 운영 긍정적 분위기 조성’ 등이 적혀 있다. 앞서 JTBC는 지난 27일 <[단독] 국정원 개혁위, '고대영 200만 원 수수' 내부문건 확보> 보도에서 관련 문건에 대해 보도했다.

KBS새노조는 문건 내용 중 ‘안보 관련 KBS 기자 취재 분위기 파악’에 대해 “국정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기자들의 동향 파악, 다르게 말하면 사찰을 부탁한 것”이라며 “KBS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이 실제로 진행됐고, 그 중심에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대영 사장이 사실상 국정원의 정보원, 이른바 프락치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200만 원 금품 수수 의혹은 이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S새노조에 따르면 국정원 국익정보국 창의발전팀은 <일일 지급결산서>라는 서류를 만들어 2009년 5월 8일 200만 원 지급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3일 뒤인 11일 결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KBS새노조는 “이 돈은 국정원 2차장 산하의 여론2팀에 지급됐는데, 이게 바로 고대영 사장에게 전해졌다는 문제의 200만 원”이라고 해석했다.

▲ [KBS새노조 파업뉴스13탄] 고대영과 국정원 '검은 커넥션' ⓒ언론노조 KBS본부 

고대영 사장은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KBS 정기이사회에서 ‘국정원 IO를 만난 적 있느냐’는 이사들의 질문에도 “I/O를 잘 만나지 않는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KBS새노조는 “이는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당시 국정원 KBS 담당관이던 이모 팀장은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 고대영 당시 국장을 “월 1~2회 만난다”고 적시했다. 게다가 “급할 경우 전화통화”를 한다고까지 밝혔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KBS새노조는 2009년 1월 KBS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태국으로 외유성 해외 골프를 떠난 사실을 1월 10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배경에도 “고대영-국정원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는 고대영 사장이 보도총괄팀장에서 보도국장으로 발령받은지 10일 뒤에 나왔다. 보도가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회기 내에 나온 탓에 당시 야당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KBS새노조는 “임시국회 회기 중 외유성 골프를 즐긴 국회의원들을 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지만, 취재가 국정원의 은밀한 제보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정원이 야당 의원들을 사찰했고, 국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KBS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한 김철민 당시 방콕특파원은 KBS새노조에 “고대영 사장이 토요일에 직접 리포트 제작을 지시했고 “취재 결과에 대해서는 부장이나 데스크한테 보고하지 말고 국장 자신에게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골프 일정은 대사관 직원들도 모르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새노조는 “이와 같은 정황은 국정원이 KBS를 이용해 야당을 압박해 국정에 영향을 끼치려 했고, KBS 보도의 총괄책임자가 국정원의 이런 공작에 적극 부역했다는 의혹을 가리킨다. 200만 원 수수 의혹과 함께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새노조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정황은 고 사장이 국정원의 KBS 내부 정보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고 사장은 거짓으로 국민들을 호도하지 말고, 문제가 없다면 떳떳하게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과의 커넥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고대영 사장은 30일 저녁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 총회 참석 일정을 이유로 중국으로 출국해, 오는 11월 6일 오전에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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