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올드마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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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올드마린보이'
[리뷰]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11.0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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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마린보이 ⓒ영화사님아

[PD저널=구보라 기자] 가족을 위해 목숨걸고 바다로 뛰어드는 가장의 모습이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고 진솔하게 담긴 다큐멘터리 <올드마린보이>가 지난 2일 개봉했다. 역대 다큐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 박명호씨는 북한과 바다가 맞닿은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에서 ‘머구리’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영화는 명호씨가 철재투구를 쓰고 잠수복을 입은 채 바다로 들어가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름도, 일하는 모습도 낯설고 생소한 ‘머구리, ‘머구리‘는 60kg에 가까운 잠수복을 입고 철재신발과 철재투구를 착용한 채 한 가닥의 공기 공급 줄에 의지한 채 깊은 수심에서 해산물을 잡아 올리는 잠수부다.

공기 공급줄이 끊어지면, 잠수복 무게로 인해 바다로 올라오지 못 해 머구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 박명호씨 또한 그걸 알기에 잠수가 두렵다. 하지만 그는 매일 새벽마다 전쟁터의 장수처럼 투구를 쓴 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바다로 뛰어든다. “삶 자체가 생과 사의 경계선”이라 말하는 그의 말처럼, 바다로 들어가기 전 언제나 진지하고 비장하다. 

“잠수 일은 지금도 두려워요. 하지만 안 하고 싶다고 피할 수는 없어요. 불안하니까 계속 일만 하는거죠. 지금도 북한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잊혀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그날하고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우리는 여전히 남한에서 불안하고, 나는 아직도 불안하고...” (영화 속 박명호씨 대사)

▲ 올드마린보이 ⓒ영화사님아

바다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으며 일하는 명호씨는 10년 전 생과 사의 경계를 넘은 적이 있다. 10년 전, 두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온 가족이 함께 배(무동력선)를 타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왔다. 힘들게 한국 땅을 밟아 고성에 자리를 잡고 살아왔지만, 여전히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올드마린보이>는 '북한 이탈주민의 힘들었지만 성공한 남한 정착기'가 아니다. 

영화는 박명호씨가 가족을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시간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에도 집중하며 그의 삶을 담아낸다. 카메라는 살갑고 유머러스한 박명호씨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아내에게는 “나는 당신 때문에 죽을 수 없어”라며 웃어보이는 따뜻한 남편이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술 한 잔 하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뱃일을 하는 첫째 아들을 꾸짖을 때조차 애정이 가득 묻어있다. 

이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올드마린보이>를 보며 관객들은 자신의 삶, 가족의 삶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지닌 채 다양한 방식의 노동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올드마린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건네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 (왼쪽부터) 박철준(첫째), 박명호, 김순희, 박철훈(둘째). ⓒ영화사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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