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파업 중단 '후폭풍'... 소속 조합원 무더기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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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파업 중단 '후폭풍'... 소속 조합원 무더기 탈퇴
파업 동참 의지 밝힌 40여 명, KBS새노조 가입‧ '업무 미복귀'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11.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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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구보라 기자] KBS노동조합이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퇴하겠다”는 고대영 KBS 사장의 조건부 사퇴 의사에 따라 지난 8일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KBS 안팎에서 KBS노동조합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대영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을 지지하며 KBS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에 가입하거나 탈퇴를 고민 중인 KBS노조 조합원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오전 현재 KBS노조를 탈퇴하고 KBS새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KBS새노조의 파업에 함께하고자 하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한 KBS 노동조합은 KBS 양대 노동조합 중 하나이며, 지난 9월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또 다른 노동조합인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는 지난 9월 4일부터 언론노조 MBC본부와 함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기자와 PD 중심인 KBS새노조의 조합원 수는 2100명에 달한다. 내년 1월부터는 조합원 규모가 2000명인 KBS 노동조합 대신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얻게 된다.

KBS노동조합은 8일 오후 6시 긴급보도자료를 통해 10일 0시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방송법 개정투쟁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9월 4일 KBS 본관 계단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뉴시스

이에 KBS새노조는 “‘적폐 사장’의 운명을 왜 국회에 맡기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방송법에 사장 퇴진을 연계하는 것은 결국 고대영의 적폐 체제 수명을 늘려주자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비판하며 “KBS 새노조의 파업은 조금도 흔들림없이 계속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KBS새노조는 KBS노동조합에 “정치권에 기대 좌고우면하지 말자"며 "다시 돌아와 고대영 퇴진과 KBS 정상화의 길에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KBS 내부 게시판에서도 KBS노조의 파업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KBS노조의 파업 중단 결정을 철회하라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KBS노조의 지명파업에 동참한 KBS노조 대전충남지부 기자. 촬영기자. 아나운서들도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KBS노조 쟁대위 투쟁지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며 굳건히 투쟁의 길을 걸을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노조의 투쟁 목표인 ‘방송법 개정’과 국정농단 적폐세력의 주역인 고대영 사장과 정지환 총국장의 사퇴를 위해 지난한 길을 참아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노조 쟁대위는 그 동안 노조를 믿고 묵묵히 지명파업을 이어 온 조합원들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 노조가 그토록 주장해 왔던 ‘방송법 개정’을 목표로 해 놓고, 단지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는 사장의 말 한 마디에 노조원들의 뜻을 무시하고 파업 유보하는 무모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파업을 유보한 작태는 그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현준 전국기자협회장은 10일 오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KBS노조 비대위에게 ‘파업 중단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결정할 땐 최소한 노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한다. 그래서 투표를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노조 쟁의대책위원회는 파업 중단 결정을 조합원 투표로 결정하지 않았다.

송현준 전국기자협회장에 따르면 현재 대전, 광주, 전주, 제주 등의 지역에서 KBS노조 조합원들이 KBS새노조로 옮겼다. 송 협회장은 “노조를 옮긴 기자들이 9일에만 20여 명에 달했다. 오늘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은 오늘 휴가를 내거나 이중가입을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 협회장은 “(업무에 복귀하지 않기 위해) 휴가를 낸 기자들도 10여 명이 넘는다. 전면적으로 파업에 나섰던 기자들 중에서는 복귀한 기자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송 협회장은 “KBS 기자들은 지금 파업을 접는다면 KBS의 미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고, KBS를 정상화시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KBS를 완전히 포기할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한다”고 말했다.

KBS 10개 직능협회도 지난 8일 밤 “KBS노조는 “파업 중단” 결정을 철회하라!“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내고 “KBS노조의 결정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즉시 철회하여 줄 것을 단호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지난 9일 오후 성명을 통해 고대영 사장의 거취 표명과 이를 이유로 파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KBS노조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PD연합회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제기한 방송법 개정 논의 뒤에 숨어서 임기를 채우겠다는 꼼수”,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조건부 사퇴’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사실상 정치권에 기대 자신의 임기를 채우겠다는 ‘후안무치’한 행태일 뿐이다. ‘조건부 사퇴’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사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고 고대영 사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KBS 경영 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은 인물이 KBS 사장에 있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고대영 사장은 검찰수사의 대상이지 자신의 진퇴 문제를 두고 ‘조건’을 붙일 위치에 있지 않다”며 고 사장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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