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해임’…노조 파업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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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백종문 등 ‘김장겸 잔재’ 청산해야…MBC 정상화 작업은 이제부터”

[PD저널=하수영 기자] 김장겸 MBC 사장이 해임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방문진)에 이어 주주총회에서도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총파업에 돌입한지 71일 만에 파업을 풀게 됐다.

방문진은 13일 오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가결했다. 재적이사 9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표결에서 과반수가 넘는 5명의 찬성으로 김 사장 해임안이 통과됐다. MBC본부는 70일 넘게 이어온 파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15일 복귀할 예정이다. 

▲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9월 5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 사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아 이날 자진 출석했다. ⓒ뉴시스

방문진 여권 이사 5인(이완기‧유기철‧최강욱‧김경환‧이진순)은 지난 1일 공영방송 MBC의 공정성‧독립성 훼손 및 부당노동행위,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품위 상실 등을 이유로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방문진에 제출했다.

당초 여권 이사들은 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고자 했으나, 야권 이사 3인(권혁철‧김광동‧이인철)이 해외 세미나를 이유로 이사회에 불참해 해임안 처리가 보류됐다. 이후 10일에도 같은 안건으로 이사회를 열었지만 ‘김장겸 사장의 소명을 듣고, 최대한 많은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하는 게 옳다’는 대다수 여권 이사들의 의견으로 13일 임시 이사회에서 표결하는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권혁철‧김광동 이사는 앞서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면 참석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전해왔으나 실제로는 김광동 이사만 참석했다. 8일 임시 이사회 자리에 나왔다가 스스로 발길을 돌려 참석을 포기했던 김장겸 사장은 10일에 이어 13일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회의실에서 열린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논의를 위한 임시이사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은 이날 김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표결해 찬성 5표, 기권 1표로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뉴시스

지난 2일 김 사장 해임 결의안을 상정하려는 여권 이사들을 상대로 일종의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했던 김광동 이사는 13일 이사회에서도 ‘편파‧왜곡‧불공정 보도 및 반민주 분열주의적 리더십 등 김 사장 해임 사유로 언급된 것이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다.

김광동 이사는 특히 해임 결의안 세 번째로 언급된 김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165명을 비제작부서로 강제 전보했다고 한 것이나, 사장 취임 이후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기자‧PD 등을 부당전보했다고 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 165명 전보에 대해선 김 사장이 해임 사유 소명서를 통해 ‘부당전보가 아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가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7명 전보된 것에 대해서도 김 사장이 소명서에서 ‘부당전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김 사장은 부당전보로 언급되는 다수의 사례에 대해 ‘사장 취임 전의 일이다’, ‘사장 취임 후에도 본부장 재량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여권 이사들은 ‘김 사장은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사장 이상의 실세로 군림해 왔다’며 ‘김 사장의 이 같은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추천 최강욱 이사는 “대다수의 MBC 구성원이 김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람이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라며 총파업을 하고 있는 그 사실 자체보다 확실한 해임 사유가 어디 있느냐”며 “김 사장이 보여 온 언행은 물론 광고 수주를 비롯한 경영 실태, 구성원들의 지지 상황 등을 보면 김 사장 해임 사유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광동 이사를 비롯해 야권 이사들이 ‘의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여권 이사들은 ‘의결권을 충분히 보장했는데 야권 이사들이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여권 이사들은 야권 이사들의 해외 출장 일정을 고려해 이사회 날짜를 수차례 조정했지만 고영주 이사와 권혁철‧이인철 이사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장겸 사장이 임시 이사회 참석 및 소명 기회를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이완기 이사장은 “13일 이사회마저 김 사장이 불참한 데 대해 소명 기회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을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표결을 반대하며 의사진행 방해를 하던 김광동 이사는 표결 직전 퇴장하며 사실상 ‘기권’ 의사를 밝혔다. 재적이사 9명 중 5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김장겸 사장 해임안에 대한 표결은 참석이사 5명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 MBC 노조원들이 8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장겸 해임 이후, 백종문‧최기화 등 ‘김장겸 사람들’이 사장 직무대행 맡게 돼

김장겸 사장의 해임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열린 MBC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여의도 인근에서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과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김 사장 해임을 의결했다.

MBC본부는 해임안 가결 직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9년 MBC를 장악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가 종식됐다’며 환영했다. MBC본부는 오는 14일 총파업 지침을 통해 파업 종료 시점을 명시할 예정이다. 14일 오후 2시엔 김연국 MBC본부 위원장이 간담회를 열고 총파업 종료 이후 MBC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그러나 이들은 ‘파업을 멈추더라도 김장겸 체제의 ‘잔재’ 청산작업 및 보도와 편성의 자율성‧공정성 확보 등 새로운 ‘MBC 정상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사장 해임안 가결과 동시에 ‘사장 직무대행의 역할 제한’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아직 MBC에는 백종문 부사장과 최기화 기획본부장 등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경영진으로 있었던 이들이 다수 남아 있다. 김 사장이 해임이 된다 하더라도 신임 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이들이 사장 직무대행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여권 추천 이진순 이사는 “지난 9월 김 사장 등 MBC 고위임원 6명이 고용노동부에 의해 부당노동행위 관련 검찰 기소의견이 송치됐다”며 “이런 분들이 사장 직무대행으로 과도한 권한 행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이완기 이사장 명의로 사장 직무대행의 권한을 제한하도록 요청하는 의견을 MBC 이사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 의견이 MBC 이사회에 의해 받아들여지게 되면, 신임 MBC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사장 직무대행은 MBC 기본 운영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만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인사‧계약 등 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제약을 받는다. 

한편, 해임안 가결 직후 김 사장은 곧바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이제 노영방송으로 되돌아갈 MBC가 국민의 공영방송이 아닌 현 정권의 부역자 방송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끝으로 주주총회라는 요식행위가 남아있지만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서 언론의 자유 수호, 방송의 독립과 중립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강제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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