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국제방송 내년 예산 90억원 감소... 대량 해고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노조 "108억 증액안 통과·삭감된 방발기금 복원해야"

▲ ⓒ아리랑국제방송

[PD저널=구보라 기자] 아리랑국제방송의 내년 예산이 90억원 가량 줄어들면서 프로그램 제작 차질과 대량 해고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 홍보를 목적으로 설립한 아리랑국제방송은 재원의 60% 이상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발전기금에서 받고 있는데, 기재부는 내년도 아리랑국제방송의 방발기금을 10%(37억 원) 삭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기획재정부에 재정사업평가 결과 ‘방송 인프라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했다’고 보고해 ‘미흡’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리랑국제방송 올해 예산 584억 원 중 방발기금은 370억원으로 전체 63%를 차지한다. 광고방송 수입과 프로그램 공급 판매 수입금 등 자체수입이 172억 원(30%) 정도다.

자체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아리랑국제방송은 매년 50억 원 가량의 부족분을 2004년부터 매년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에서 42억 원(7%)을 전입해왔다. 하지만 해당 기금도 올해로 고갈돼 내년부터는 재원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 페이스북 페이지 

아리랑국제방송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건비 108억을 일반 회계로 반영하는 증액안을 제안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오는 16일 해당 증액안을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가 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예산 증액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리랑국제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는 "문체부에서 일반 회계로 아리랑국제방송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법이 없으니 곤란하다. 아리랑국제방송이 현재 방발기금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이중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악방송(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법인)의 경우 방발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경상경비는 문체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악방송 선례가 있기 때문에, 근거법이 없더라도 일반회계로 아리랑국제방송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리랑국제방송의 각 방송 프로그램에 소속돼있는 프리랜서 및 파견인력의 대량 해고가 예상된다. 아리랑국제방송 관계자는 "예산이 증액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 262명 가량을 감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아리랑국제방송의 프리랜서 및 파견인력은 약 310여명이다.

내년 TV제작비도 16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삭감돼 자체 프로그램 70%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일부 뉴스를 제외한 모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셈이다.

언론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공약과 평창동계올림픽을 고려한다면 삭감만 외치는 예산 정책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선 숙련된 전문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프랑스의 국제방송 FMM은 재원의 95.8%가 공적 재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국제방송의 전송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NHK 예산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설립 이후 20년동안 국제 사회에 한국의 모습을 알리는 역할을 해 왔던 국제방송 전문인력들의 해고 역시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김훈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 지부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방송에 대한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국제방송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국제방송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 조합원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아리랑TV 예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이제는 대한민국에도 국제방송법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문체부는 일자리 축소?”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난 9월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 페이스북 페이지 

‘아리랑국제방송원법’은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리랑국제방송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원기관과 감독기관의 일원화 △원활한 예산 확보 등을 위한 근거 규정 마련을 통해 아리랑국제방송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법이 통과될 경우 아리랑국제방송의 주무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된다. 아리랑국제방송은 방송사업자 자격을 갖추게 된다.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 조합원들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아리랑국제방송 예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9월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