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까칠남녀'를 공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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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까칠남녀'를 공격했나
22일 EBS <까칠남녀> 홈페이지 사이버 공격 받아...'짜깁기 캡쳐화면'에 폐지 여론 확산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11.24 11:19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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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사이버 공격을 받은 EBS < 까칠남녀> 홈페이지.

[PD저널=구보라 기자] EBS <까칠남녀>가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과 관련돼 폐지 여론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22일엔 <까칠남녀> 홈페이지 메인 화면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로 바뀌는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EBS 관계자들에 따르면 22일 저녁 <까칠남녀> 홈페이지 메인화면이 남초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하는 이미지로 바뀌었다. 시청자게시판 이름은 ‘노무현 게시판’으로, 공지글 제목은 ‘노무현 분들께 노무현 관련 게시글 작성에 대한 안내 드립니다’라는 글로 교체됐다.

EBS는 사이버 공격을 받은지 10분 만에 홈페이지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EBS 홍보팀 관계자는 “게시글 소스 코드를 악용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이미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얹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시판 이름과 게시글 제목에도 마찬가지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이트 보안망을 뚫은 해킹은 아니라서 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았다"며 IP 추적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담당 부서에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이버 공격은 여초 커뮤니티인 '워마드' 게시판에서 올라온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 EBS <까칠남녀>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까칠남녀> 홈페이지에는 “범죄 옹호를 주장하는 프로그램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폐지 요청글 뿐만 아니라 제작진과 출연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이 수백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 

▲ ⓒEBS '까칠남녀' 화면캡처

논란은 지난 9월 25일 방송된 <까칠남녀>‘예쁜 소녀 찾습니다’ 편에서 '취향으로 존중받는 의미'와 ‘쇼타로 콤플렉스‘ 자막이 함께 배치된 캡쳐 화면이 유통되면서 불거졌다. 쇼타로 콤플렉스는 어린 남자 아이를 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패널인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쇼타로 콤플렉스는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 이현재 교수는 ”쇼타로 콤플렉스는 취향으로 존중 받아야“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이후 짜깁기한 캡처화면이 워마드 게시판 글에 올라가고, SNS상에 해당 이미지가 돌아다니고 심지어 언론 매체에서도 이를 그대로 보도하며 논란이 증폭된 상황이다. 19일 워마드의 게시판에 한 회원이 ‘호주의 어린 남자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그 아이를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현재 교수의 말이 담긴 캡처화면과 말을 인용한 것이다. 

워마드 게시판 글에 첨부된 게시글에는 이 교수가 쇼타로 콘셉트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마치 개그맨 황현희 씨가 아동 성애 범죄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 사이에 끼워넣어 이 교수가 마치 미성년자 강간을 옹호하는 것처럼까지 보이도록 편집되어있다. 

이현재 교수는 지난 22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문제가 된 캡처화면은 쇼타콤 콤플렉스가 아니라 쇼타로 콘셉트를 설명하는 부분”이라며 “마치 제가 쇼타로 콤플렉스 전체를 취향으로 옹호한 것처럼 전파가 되는 건 사실관계와 멀다”라고 반박했다.

▲ 워마드 게시판에 올라온 글. 이현재 교수가 나오는 4, 5번째 사진은 실제 방송에서 개그맨 황현희 씨가 했던 발언(1, 2, 3, 6번째 사진)보다 앞서 나왔다. 

<까칠남녀>의 제작진은 23일 오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어제 녹화에 들어가기 전 출연자들과 해킹 소식을 접하고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호주 아동 성폭행 사건'이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까칠남녀> 방송 전체를 보고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제작진은 “그날 프로그램 주제가 여성이든 아동이든 성범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이현재 교수도 같은 입장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호주 연방경찰은 호주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린 한국 여성을 아동 학대·착취물 생산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다.

사실 확인 없이, 논란만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들

<까칠남녀>를 향한 도넘은 공격에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까칠남녀> 제작진은 “팩트체크는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인데, 그게 다 무너진 걸 경험했다. 같은 언론계 종사자로서 굉장히 실망감을 느꼈다”며 “토크쇼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히 중요한데, 캡처라는 것은 앞뒤 맥락이 다르게 해서 굉장히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EBS <까칠남녀>의 고정 출연자인 손아람 작가도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화분은 유튜브에 버젓이 게시되어 있다. 하지도 않은 말이 '인용'되고, 글이 일베를 통해 확산되고, 언론에서는 기사를 '복붙쓰기'하는 동안 아무도 영상 원본을 확인하지 않았다. 아무도. 아무도. 단 한명도”라고 적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비단 이번 사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이슈를 전후 맥락 확인없이 어뷰징 기사를 생산해내는 관습이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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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는 여기가 해야겠는데 2017-11-24 23:00:07
동영상을 30초만 봐도 저의미로 말한게 아니란게 딱보이는데 실제발언과 방송내용이 다르다면 편집팀의 악의적인 판단이므로 제작진 잘못이고 발언과 저 방송내용이 같은것이라면 이상하게 말한게 맞는데 팩트체크 똑바로하세요 주절주절 변명대지말고

이종수 2017-11-24 20:28:23
핑계랍시고 개소리 하고 있네
사람들이 다 개 돼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영상으로 보고 버젓이 문제가 있기에 폐지를 논하는건데 무슨 짤이 어쩌니 저쩌니... 참내
사람들의 폐지 요청이 논리도 없는 개소리라고 치부 하는 PD 양반의 대갈통 속이 궁금하긴 하네 씁 안보고 안들을수 있음 좋겠는데 그럴수 있는 방법이 없네

ㅇㅇㅇㅇ 2017-11-24 12:58:18
동영상 본 사람들에게는 씨알도 안먹힐 변명.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에 대해서도 변명해보세제.

뉴스가왜이래 2017-11-24 12:19:46
영상을 짜집기한것도아니고 실제로 여성패널분이 말씀하시는 영상을 보고 공격을 하는검니다.

기사를 쓰실려면 자세하게 알어보고 쓰시는게 좋지않을까요?

이건 또... 2017-11-24 11:59:04
그리고, 폐지논란은 까칠남녀 1회때부터 있었다는.
공인이니 말을 조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고!
이게. 갑작스리 생긴 상황이라고 진정 생각하는가????
니들 말대로, 좀 보고 이야기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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