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2003년 11월 부안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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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2003년 11월 부안은 지금
  • 전성진
  • 승인 2003.11.2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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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 지난 주말 부안을 다녀왔습니다. ‘부안은 지금 계엄상태’, ‘부안은 지금 무정부상태’ ‘부안은 지금 죽음의 도시’, ‘파국으로 치닫는 부안’. 언론에 드러나고 지칭되는 전북 부안의 살벌한 현실 탓인지 이 지역에 살면서 숱하게 찾았던 가까운 동네이건만 가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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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이 가까워질수록 부쩍 눈에 띄는 ‘핵 폐기장 결사반대’의 노란 깃발과 담장 벽에 휘갈겨 쓴 구호들이 오늘 부안이 안고있는 고민을 휑그러니 대신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아니면 엊그제부터 몰아친 초겨울 바람의 매서움 때문인지 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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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끼는 깃발과 플래카드들이 마치 만장의 흐느낌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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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읍내 초입에 다다르니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건만 전경버스 몇 대가 줄지어 서서 낯선 외지인을 먼저 맞아들입니다. 인구 7만의 농촌 소도읍에 8천여 경찰 병력이 투입되었다고 하니 결코 놀랄 일도 아닌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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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올초 핵 폐기장 예정부지로 선정되었던 부안과 이웃한 고창과 영광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이미 영광지역 주민들은 군청사 앞에서 천막농성과 단식투쟁을 단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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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지역 또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고 핵폐기장 유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던 한 국립대학 총장실이 그곳 주민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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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부안은 예정부지로 거론되지 않았고,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당시에는 부안군수도 핵폐기장 유치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었고 군의회는 핵폐기장 유치불가를 의결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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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어느 날,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부안군수의 핵폐기장 유치가 선언되고, 산자부 유치신청, 17년만의 국책사업 난제 해결이라는 언론의 대대적 보도, 대통령의 부안군수 격려통화 등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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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치 신청이 있은 며칠 후 김종규 부안군수를 만났고 산자부 관계자와 통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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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주민의 동의가 없어 앞날이 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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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 지역발전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고난의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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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와 향후 주민반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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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 절차상의 문제와 하자는 인정한다. 그러나 유치신청은 군수의 권한일 수 있다. 비난과 고통은 감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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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 주민반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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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관계자 : 일정기간 반발하겠지만 사그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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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안군수는 의연하고 고뇌에 차 보였습니다. 그러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부담의 시작이자 더 큰 문제의 발단이 되어 있습니다. 처음 부안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군수 한x 잘못 뽑아 이 고생이다’라며 한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이미 시위는 부안군수의 수준을 떠난 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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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시정하면 권위에 손상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 그 잘못을 전제로 설득한 후에 결정하겠다는 오만, 믿을 수 없는 약속의 남발, 깨지고 부서지다 농기구를 들고 가스통을 터뜨렸다고 호통치는 언론. 그들을 향해 부안의 깃발은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냥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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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열흘째인 문규현 신부와 마주쳤습니다. ‘다음 주쯤 부안을 다시 한번 스케치하고 싶습니다.’ 신부님이 웃습니다. 가냘펐고 힘이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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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한 힘, 막강한 권력! 진압은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설사 진압이 성공한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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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결코 그들의 마음을 얻거나, 그들의 동의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더 큰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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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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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mbc tv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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