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불공정 거래 개선 입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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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공정 거래 개선과 입법을 위한 토론회...국민의당, 이달내 방송법 개정안 발의 예정

▲ 국민의당 민생살리기경제위원회와 국회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 사회는 방송법 개정, 지난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방송사-외주제작사 불공정 거래 개선과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김혜인 기자

[PD저널=구보라 기자] 독립PD들의 죽음을 계기로 방송사 불공정 계약 관행을 청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지 4개월이 지난 가운데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의당 민생살리기경제위원회와 '국회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 사회'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방송사-외주제작사 불공정 거래 개선과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공정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과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관련한 불공정 거래가 계속 발생했음에도 현행법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공정한 거래 이뤄지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고시하고 방송사는 이 고시에 따라 시행약관을 제·개정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토론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달내로 해당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의원이 준비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방통위는 방송사업자가 외주제작사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받을 기준을 마련해 고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공급기준에는 제작비 산정 방법, 일정, 저작권 등이 포함된다. 해당 조항이 신설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사는 이 공급기준에 따라 약관을 제·개정해야 한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도 “방송사 독립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 문제를 방통위와 문체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실태조사를 했다"며 "이를 토대로 효율적이고 강력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 개정안 의결'. ‘방송사-외주제작사 불공정 거래 개선과 입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경수 PD의 발제문. 

이날 ‘방송 독립제작사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한경수 독립PD는 우리나라 방송계에서의 독립제작사와의 불공정 거래 문제점을 짚으며, 영국의 BBC의 ‘프로그램 위탁제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처럼 ‘독립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PD는 한국독립PD협회 내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방불특위)에서 미디어연대분과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방송사 독점으로 인한 획일화 해결과 방송영상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대 등을 목표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외주제작 의무편성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목표와는 달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한 PD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은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마련한 ‘프로그램 위탁제작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영국의 방송사가 독립제작사협회와 시행규칙을 제정해 오프콤의 승인을 받을 것과 시행규칙에 제작시간표, 표준제작비, 저작권, 분쟁조정절차 등을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독립제작사의 2차 저작권을 인정해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경수 PD는 “영국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 콘텐츠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제작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한 것과 같은 시너지를 일으켜 콘텐츠의 해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독립제작사는 수익의 일부(통상 15%)를 방송사에 배분함으로써 방송사의 수익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불특위가 제안한 ‘독립제작 가이드라인’은 외주제작 위탁 과정 전반에 관한 시간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권리관계, 장르별 프로그램 표준제작비(방송사 자체 제작 프로그램 제작비 준하는 금액), 권리 소유 기간 및 배타성에 관한 합의, 분쟁해결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방송사가 자체 시행규칙을 마련해 방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에는 방송사의 인권침해, 제작진에 대한 직접적 업무지시, 일방적인 제작사 교체 등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규정하고 있다. 또 방불특위가 제안한 방통위 산하 ‘방송사 불공정행위 신고센터’(가칭)가 설치될 경우, 독립제작사가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경우 방통위는 즉시 방송사에 대한 조사를 이행해야 한다.

한경수 PD는 특히 방송사의 제작비 공개와 이를 통한 표준제작비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내 방송사가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쓰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방송 관계자들은 외주제작비가 자체제작비의 40~50% 정도라고 추정할 뿐”이라며 “BBC도 가이드라인 때문에 홈페이지에 각 장르별 자체제작비(세세한 단가표 포함)를 공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신종철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장도 ‘표준제작비 검증 위원회'를 설치해 제작비를 정확히 책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004년 당시 방송위원회는 외주 계약체결에서 납품, 제작비 지급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외주제작 표준계약 가이드라인’을 공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한경수 PD는 “십 몇 년 동안 수없이 말했음에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확실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방송법 개정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에는 해당 내용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립제작 가이드라인'에서는 방송사가 매년 방통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KBS 1TV 제작투자소속인 이경묵 팀장(PD)은 “한경수 PD의 지적과 불공정한 현실을 공정한 가이드라인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드라마와 비드라마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장르별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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