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현직 임원 7명 '수상한 휴대폰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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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전현직 임원 7명 '수상한 휴대폰 교체'
노조 "조직적인 증거 인멸 행위...검찰 구속 수사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7.11.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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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장준성 MBC본부 교섭쟁의국장이 전, 현직 경영진의 증거 인멸 시도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PD저널=이미나 기자]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MBC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당국의 본격적인 수사를 받기에 앞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분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김장겸 전 사장과 백종문 전 부사장이 각각 두 달 간격으로 두 차례 휴대전화를 분쇄, 교체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는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한편, 김 전 사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MBC본부는 2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고위 임원의 휴대전화가 분쇄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가 한 고위 임원의 휴대전화를 MBC 본사에 위치한 하드디스크 분쇄기에 넣고, 10초가량 동작시킨 뒤 기계를 열어 휴대전화가 완전히 분쇄된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담겼다. "돌려, 빨리"라며 분쇄를 재촉하는 신원 미상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 있다.

MBC본부에 따르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분쇄하거나 교체한 MBC 전현직 고위 임원은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해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등 7명에 이른다. 이는 MBC의 전체 임원진인 11명 중 절반을 훨씬 넘는 수치다. 이들 모두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따른 조사 및 국정원의 MBC 장악 시도 등과 관련한 수사를 받기 직전, 비슷한 시기에 휴대전화를 분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장겸 전 사장은 지난 8월 14일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산하 부서를 통해 완전히 파쇄하라고 지시했다. 담당자가 이유를 묻자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니 따르라"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조합원이 이날 발행된 노보를 읽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에 대해 김연국 MBC본부장은 "당시 김장겸 전 사장의 휴대전화는 지급받은 지 두 달도 되지 않는 최신형이었다"며 "분쇄는 회사가 보유한 하드디스크 파쇄기로 이루어졌고, 김 전 사장의 비서가 이 과정을 지켜보고 분쇄된 것을 끝까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따른 조사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김 전 사장은 지난달 재차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번엔 8월에 지급받은 휴대전화는 김 전 사장이 갖고, 직접 가지고 온 중고기기를 새로 개통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서도 김연국 본부장은 "김 전 사장이 두 번째로 휴대전화를 교체한 날은 서울중앙지검이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을 소환하기 사흘 전이었다"며 "김 전 사장은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 재임 시절 보도국 정치부장으로, 정치부는 바로 국정원 담당부서였다"고 설명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백종문 전 부사장 또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기 직전인 지난 6월 초 한 차례 휴대전화를 분쇄하고 교체했다. 분쇄한 휴대전화는 지난해 11월 지급받은 것으로, 사용 7개월 만에 이를 교체한 것이다. 교체 2달만인 8월 22일 백 전 부사장은 또다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분쇄하고 같은 기종, 같은 저장용량, 같은 색상의 휴대전화를 새로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MBC본부에 따르면 오정환 보도본부장, 최기화 기획본부장도 김장겸 전 사장이 두 번째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던 8월 14일 휴대전화를 분쇄하고 교체했다. 같은 달 17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이, 23일 김성근 방송인프라 본부장이, 29일 윤동렬 미디어사업본부장이 차례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 세 임원이 당시까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모두 사용한 지 2~4개월 되는 신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MBC본부는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사가 끝나고 경영진의 소환 조사를 앞둔 시점에, 불과 2주 사이 7명의 임원이 휴대전화를 분쇄하거나 교체했다"며 "이는 명백한 증거 인멸"이라고 꼬집었다.

▲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 같은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행동에 대해 MBC본부는 "새 모델로 바꾼 지 석 달도 안 된 전화기를 또 다시 바꾼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전에 쓰던 기기까지 물리적으로 분쇄해 없앤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될, 반드시 분쇄해 없애야 할 내용들이 휴대전화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BC본부는 "이들은 국가정보원과 공영방송 장악을 음모한 내부자들인 동시에 부당진계·부당전보 등 부당노동행위의 피의자이자 주요 수사 대상"이라며 "언론인이자 공영방송 경영진이 (언론의) 공영성·공정성을 파괴하고 범법·위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증거 인멸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또 MBC본부는 "이 같은 증거 인멸 및 증거 인멸 교사 행위는 형법 155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며 "지난주 서울서부지검에 관련 증거와 진술 일체를 제출했고, 28일(오늘) 서울중앙지검에도 관련한 내용을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MBC본부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MBC 측은 28일 <PD저널>에 "회사의 공식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름이 거론된 한 현직 임원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어차피 (MBC에서) 나갈 마당인데,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라며 "(증거 인멸이라는 의혹은) 너무 소설책을 많이 본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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