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후보들 '과거 청산' 약속..."전면 개혁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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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생중계된 정책설명회서 'MBC 재건 청사진' 밝혀

▲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최승호 후보, 이우호 후보, 임흥식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MBC 새 사장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우호·임흥식·최승호 후보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남긴 적폐 청산을 약속했다.

세 후보는 '바닥에 떨어진 공영방송 MBC의 신뢰도'를 뼈아프게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새로운 MBC의 청사진을 두고는 각자 특색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1일 오전 11시부터 80분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MBC 새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사전에 방청을 신청한 시민 및 MBC 구성원, 그리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진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MBC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 등을 통해서도 생중계돼 시청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사회는 최근 MBC 표준FM <변창립의 시선집중>을 통해 오랜만에 대중 곁에 돌아온 변창립 아나운서가 맡았다.

세 후보 모두 그동안 훼손된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이 과정에서 해직되거나 부당하게 인사 조치된 이들을 복귀시키겠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 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MBC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지역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와 방송사 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외주제작사와의 상생 도모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각 후보마다 특기할 만한 부분도 있었다. 먼저 연단에 선 이우호 후보(전 MBC 논설위원실장)는 매체 전략에 강점을 보였다. 이 후보는 "AI(인공지능)를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는 아직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 있어 MBC가 선도적으로 나아가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이우호 후보가 발표하고 있다. ⓒPD저널

또 이우호 후보는 "세대별로 다른 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빅데이터 및 AI를 이용한 알고리즘 분석을 사용하겠다"며 “TV에서 <뉴스데스크>가 나갈 때 SNS에선 2030이나 4050을 위한 <뉴스데스크>가 나오고, 새벽 시간에는 시니어 세대의 관심사에 맞춘 <뉴스데스크>가 방송될 수 있도록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붐이 일고 있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콘텐츠 생산과 글로벌 콘텐츠 유통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후보는 "회사 소속 기자, PD,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셀러브리티들을 확보해 큰 채널을 만들고, 이를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론칭하겠다"며 "콘텐츠의 대량 직접 공급 방식을 취해 보려 한다. 아시아 전역에 MBC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간부가 부당한 지시를 내릴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저항권을 명문화하고, 그간 관행화된 자기 검열 관행 및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입은 내적 상처를 떨쳐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걸었다.

두 번째로 발표를 맡은 최승호 후보(<뉴스타파> PD)는 무엇보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직 이후) 인터넷 방송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영화를 만들어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깨달은 게 있다"는 최 후보는 "다양한 플랫폼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다. 콘텐츠를 이기는 플랫폼은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 시사교양, 예능, 드라마, 라디오 등 콘텐츠의 각 분야에 대한 세부 공약도 뒤따랐다. 최 후보는 "정부 발표를 확인·분석하고 비판하는 뉴스, 이슈에 집중하고 맥락을 분석하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작진도 힘들고 시청자도 힘든 막장 드라마는 그만해야 한다. 또 (한 해 방영되는)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시즌제를 도입해 정말 퀄리티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최승호 후보가 발표하고 있다. ⓒPD저널

또 최 후보는 "예능의 생명은 끊임없는 포맷 실험이다. 예능 PD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시즌제도 도입하겠다"며 "예능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당한 휴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말미 최 후보는 "만약 사장이 되어 임기를 마치면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고 저널리스트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평사원이 보직간부를 평가하는 상향평가제를 부활시키고, 본부장 책임제를 폐지하고 국장 책임제를 도입해 윗선의 간섭은 줄이고 현안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지향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임흥식 후보(전 MBC 논설위원)는 혁신TF팀(전담팀) 및 콘텐츠전략 총괄본부 설치를 제안했다. 임 후보는 "혁신TF를 두고 그 아래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기록하는 백서팀과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조직팀을 비롯해 뉴스팀, 콘텐츠팀, 뉴미디어팀, 상생팀 등을 두고 MBC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겠다"며 "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는 조직으로서 콘텐츠전략 총괄본부를 설치해 (콘텐츠 관련 사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끔 만들겠다"고 밝혔다.

저널리즘 원칙에 있어선 '중립'에 방점을 두었다. 임흥식 후보는 "편가르지 않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며 "사회의 다양한 인식이 존중되는 방송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확증 편향의 시대에서 진영 논리는 더 견고해지는 법"이라며 "공영방송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며,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임흥식 후보가 발표하고 있다. ⓒPD저널

아울러 임 후보는 "나에 대한 기사에 '온건한' '합리적인' 이라는 말이 붙던데, 온건할지는 몰라도 불의와 타협하지는 않는다"며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는 않겠다"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정책설명회 전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도 무대에 올랐다. 이 이사장은 "김장겸 전 사장 해임은 불행한 사태이긴 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제 MBC가 새롭게 거듭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오늘 정책설명회는 MBC가 미래로 나아가는 첫발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정책설명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그동안 방문진도 소위 권력에서 찍어 내린 하수인들을 (MBC 사장으로) 선택하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거듭날 것"이라며 "앞으로 오늘과 같은 자리가 사장 선임을 위한 하나의 좋은 절차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방문진은 오는 5일 정오까지 MBC 새 사장 최종 후보에 오른 세 명의 후보에 대한 시청자의 질문을 접수한다. 지상파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MBC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를 묻는 것부터 MBC 내 차별받는 직종에 대한 해법, 과거 MBC의 왜곡된 보도 등으로 상처받은 시청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등 이미 다양한 질문들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은 이와 같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7일 3인 후보를 최종 인터뷰하고, 논의와 표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장 내정자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임흥식 후보, 최승호 후보,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임흥식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PD저널

한편 정책설명회를 지켜본 MBC 구성원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PD저널>에 "세 후보 모두 실력이나 인성 면에서 모두 내부의 신망을 얻고 있는 인물"이라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내부 구성원과 진일보한 관계를 맺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은 것이 돋보였다. 기본적으로 모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라 보기가 좋았다"고 평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번 정책설명회는) MBC가 개혁에 나섰다는 상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굳은 결의를 갖고 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시청자에게 크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이번 정책설명회로서 변화의 시작을 알린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청자가 주인인 공영방송 MBC에서 왜 지금까지 이런 걸 안했지?', '왜 그동안에는 사장 후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MBC를 운영할지 등의 이야기를 밀실에서만 했지?' 싶더라"며 정책설명회 개최를 반겼다. 이어 그는 "촛불 정국 이후 뽑히는 사장이라는 이유도 물론 있었겠지만, 세 후보 모두 (정책설명회 과정에서) 시청자를 크게 의식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이런 절차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도 <PD저널>에 "MBC 사장 후보자들이 처음으로 국민과 방송종사자 앞에서 소신과 포부를 밝혔다"며 "그간 정치권력이 밀실에서 사장을 낙점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정책설명회 개최는) 상당히 진일보한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계자는 "특히 MBC 재건의 기틀을 다지는 데 노사의 협력을 공언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향후 지금까지 잘못된 노사관계를 바로잡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공정방송 토대를 복원하는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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