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받은 지상파3사 조건부 재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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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편성위원회 활성화‧징계제도 개선‧외주제작 관행 개선 등 조건 부가

▲ 방송통신위원회 ⓒ뉴시스

[PD저널=구보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낙제점’을 받은 지상파3사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는 26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KBS 등 14개 방송사 TV, 라디오 DMB 등 147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에서 650점 미만 사업자에 대해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 의결을 할 수 있다.

재허가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KBS(646점), MBC(616점), SBS(647점), 대전MBC(640)점) 등 14개 방송국이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들 방송사에 △편성위원회 운영 활성화 △직원 징계제도 개선 △외주제작 거래 관행 개선 △재난방송 강화 △지역방송사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재허가 조건을 부가했다.

방통위는 “4개 방송사 모두 미흡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를 고려하고, 향후 재허가 조건의 엄정한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 재허가 한다”고 밝혔다. 재허가 유효기간은 3년이다.

방통위는 먼저 공영방송 KBS, MBC에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성규약 마련과 편성위원회 개최를 조건으로 부가했다. 방송사는 편성위원회 또는 편성위원회 기능을 대신하는 기구를 재허가 이후 6개월 이내에 구성하고 운영해야한다.

방통위는 양 방송사에 부당한 해직과 징계를 방지하고 경영권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인사 개선 방안을 조건으로 달았다. 해당 개선 방안에는 '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 포함', '재심은 별도의 위원회에서 심의'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외주제작 거래 관행 개선과 방송콘텐츠 제작 생태계의 상생환경 조성을 위해 KBS와 EBS에는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표준 단가표 제출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이를 통해 자체제작과 외주제작 프로그램 간의 제작비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지난 19일 방통위․문체부․과기정통부․고용부․공정위 등 5개 부처는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지난 11월 MBN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외주제작 편성비율과 외주 프로그램 제작비 산정 및 지급, 저작권과 수익배분 등에 관한 기준 준수를 조건으로 붙였다. 

방통위는 지진 등 재난재해의 빈발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방송을 실시할 수 있도록 KBS에는 특히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자체예산을 활용한 재난방송을 강화할 것을, 전체 방송사에 방통위 재난방송 가이드라인을 자체 방송사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것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이밖에도 방통위는 KBS에 수신료 민원 감소를 위한 개선 방안과 지역국의 자체제작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비율(총국 9개사 10%, 울산방송국 7%, 울산방송국을 제외한 8개 지역국 3%) 이상으로 할 것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MBC는 'MBC 본사의 지역MBC 이사 겸직'에 대한 문제 지적과 함께 지역MBC의 독립적 운영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SBS는 계열회사와의 SBS 콘텐츠 수익배분 비율 기준 확대를 재허가 조건으로 받았다. 기부금 공제 후 세전 이익의 15%를 공익재단에 출연하도록 한 사회환원 조건은 이번에도 붙었다.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허욱 부위원장은 “공영방송은 공정성 논란, 제작 자율성 침해,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시청자로부터 비판 받아왔다. 이에 공적책임 강화와 콘텐츠 품질 향상, 민영방송사의 소유 분리 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심사결과 방송사의 윤리적, 기본적 공적 책임 이행이 미흡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허가 취소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방송사는 앞으로 공적 책임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매체로 거듭나길 요구받은 것”이라며 “이번 지상파 재허가 조건 이행조건을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실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재허가 신청서 작성 사항 표준화, 평가지표 개선 등 심사위원회의 건의사항도 폭넓은 의견수렴과 정책연구 등을 통해 향후 “재허가․재승인 사전 기본계획” 보완 및 재허가 제도 개선에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표철수 위원은 “지상파3사가 처음으로 6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는데, (재허가) 조건이 너무 약하다"며 "이런 점수가 나오지 않도록 다음에는 지금보다 더 강한 조건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진 위원은 “공영방송이 그동안 제역할을 못해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지만 혹시나 이번 심사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진 않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괘씸죄에 걸렸다는 시각도 있다”며 “앞으로 재허가 심사위원 구성에 공정성과 균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삼석 위원은 김 위원의 발언에 대해 “방통위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재허가에 대해 스스로 신뢰성을 훼손하는 표현”이라고 반박하며 이번 심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어 고 위원은 "방송사는 이번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유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심사 결과는 겸허하게 수용하고, 개선할 건 개선하며 지상파 방송이 부여받은 책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잘못된 게 아니라, 방송사들이 자성을 해야하는 계기”며 “여러 가지 조건과 권고사항이 붙었는데, 좋은 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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