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정상화' 내건 제작 거부 확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문진 이르면 28일 나머지 지역MBC 사장 해임 논의할 듯

▲ 목포MBC에 걸려 있는 김현종 사장 퇴진 요구 현수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목포MBC지부

[PD저널=이미나 기자] 목포MBC, 여수MBC 및 제주MBC 구성원들이 뉴스에 이어 일반 편성·제작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 강원영동MBC, 경남MBC, 포항MBC 구성원들도 뉴스 제작 거부를 이어간다.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지역MBC 세 곳의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26일 송재우 춘천MBC 사장을 비롯해 지역MBC 네 곳의 사장에 대한 해임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26일부터 다시 간판을 올리는 MBC <뉴스데스크>에 발맞춰 대부분의 지역MBC도 방송을 재개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작 거부를 이어가는 6개 지역MBC 구성원들은 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체제에서 임명된 지역MBC 사장이나 보도·방송제작 부서의 책임자가 물러나지 않는 이상 뉴스와 프로그램의 정상화는 어렵다고 판단,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전국언론노동조합 목포MBC지부(아래 목포MBC지부)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김현종 사장이 해임될 때까지 제작 거부를 이어간다. 김현종 사장은 과거 교양제작국장, 편성제작본부장 등 요직을 거치며 MBC 시사교양부문을 해친 대표적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목포MBC지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목포MBC 방송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날, 그 날은 김현종 씨가 사라져야 비로소 열릴 수 있다"며 "하루빨리 마이크를 잡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은 지역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목포MBC 노동조합은 '김현종 씨'를 최대한 가까운 시일 안에 목포MBC에서, 목포 땅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및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는 심원택 사장이 있는 여수MBC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여수MBC지부(아래 여수MBC지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전 부문 제작 거부를 이어간다.

박광수 여수MBC지부장은 <PD저널>에 "6주째 사내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보도와 편성제작 부문의 거부를 계속해 왔지만 심원택 사장은 '자진 퇴사는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며 "특히 파업 기간 중 두 명의 보직 간부가 사장 퇴진에 뜻을 함께 하며 사퇴했음에도, 이에 대한 보임 인사를 한 것은 구성원들에 대한 도발이자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주MBC지부(아래 제주MBC지부) 소속 구성원들도 26일 오후 비상총회를 열고 보도 및 편성제작부문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제주MBC는 과거 MBC에서 아나운서국장 및 사장 특보 등을 거치며 아나운서국의 부당인사 조치 및 인력 유출을 방기했다는 평을 듣는 최재혁 사장이 있는 곳이다.

제주MBC지부는 MBC본부의 파업이 종료된 뒤 편성제작부문 업무에 복귀했다가, 최재혁 사장이 지난 22일 제주MBC지부와의 면담에서 '해임을 당할지언정 자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다시 전 부문 제작 거부에 들어가게 됐다. 현재 구성원들의 뜻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보직 간부들도 여럿이다. 

지건보 제주MBC지부장은 "편성제작부문의 경우 한 번 (업무에) 복귀했다 다시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것인데,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이런 파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최재혁 사장과 지역사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오는 28일이 이들 지역MBC 제작 거부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이날 열리는 MBC 관리감독기관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의 임시이사회에서 이진숙 대전MBC 사장을 포함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MBC사장들의 해임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협의가 원만히 성사될 경우, MBC는 각 지역MBC별로 주주총회를 열어 해임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해임 논의 밑작업으로 현재 MBC에서는 각 지역MBC별로 지분 소유 구조를 파악하는 한편, 각 지역MBC의 소액 주주들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순히 사장이 물러나는 것만으로 각 지역MBC에 산재한 문제를 모두 걷어냈다고 평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의 임기 중 임명된 상무나 사외이사에 대한 문제 및 각 지역MBC 사장들이 임명한 간부의 거취 문제도 남아 있다. 각 지역MBC지부는 이들이 남아 있는 한 언제라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끝까지 투쟁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장근수 사장이 해임된 뒤에도 보도 부문 제작 거부를 이어가기로 한 강원영동MBC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기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강원영동MBC지부장은 <PD저널>에 "사장은 해임됐지만 보도국 내 보직 간부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이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27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여수MBC지부장도 "사장 외에 (현 체제에) 복무했던 간부들도 많은 만큼, 이들을 일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창진 목포MBC지부장은 "상무 등 간부가 해임되기까지는 (사장 해임 뒤에도)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도건협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서울과 달리 지역은 아직 전임 안광한-김장겸 사장이 임명한 이른바 '적폐 사장'들이 남아 있는 곳이 많아 방송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지역MBC 시청자들께 죄송하지만, 이들이 있는 한, 지역MBC의 새 출발이 어려운 만큼 많은 관심과 이해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