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정상화 원년…‘언론 적폐’ 줄줄이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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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17년 방송계] 방송사 갑질 관행 요구에 개선 움직임

[PD저널=박수선 기자] 짧게는 9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방송계 내부에 누적된 적폐와 관행을 청산하기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게 전개된 해였다. 

지난겨울 광장에 모인 촛불은 '언론도 공범'이라고 외쳤다. 국정농단 사태는 언론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했고, 이명박근혜’ 정부가 방송을 어떻게 장악했는지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분노와 반성도 최고조에 달했다.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언론인들이 다짐은 최장기 파업으로 이어졌다.

MBC는 ‘불공정 방송’의 책임자로 지목된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4개월 가까이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KBS는 야권쪽 이사가 해임되면서 고대영 사장 해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선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었다. 독립PD가 해외에서 숨진 사건은 열악한 제작 환경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tvN <화유기> 스태프 추락 사고도 열악한 노동환경, 갑을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도입한 ‘유사 중간광고’(PCM)에 이어 본격적인 중간광고 허용이 임박한 분위기다. 모바일과 케이블 방송 광고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 MBC 노조원들이 지난 11월 8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KBS‧MBC 5년 만에 동시 총파업

지난 9월 KBS와 MBC 구성원들이 언론 적폐 청산을 내걸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2012년 정권의 방송장악에 반발해 벌인 파업 이후 5년만이었다.

‘이명박근혜’ 정부 동안 불공정 보도로 생긴 불신은 깊고 넓었다. 정치 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기레기’ ‘엠빙신’ 등으로 불리며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됐다. 몇 해 전부터 복수의 기관에서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KBS와 MBC는 JTBC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72동안 파업을 벌인 MBC 구성원들은 김장겸 사장이 해임된 뒤 방송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26일 새출발을 알린 MBC<뉴스데스크> 지난 5년간의 방송을 반성하면서 “권력이 아닌 시민의 편에 서는 뉴스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탄압과 내부 검열로 붕괴된 <PD수첩>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재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는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새노조)의 파업은 해를 넘겨 이어질 전망이다.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으로 장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KBS 새노조는 우선 예능‧드라마 조합원들부터 제작에 복귀하면서 정상화의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직된 MBC 언론인 5명이 지난 11일 모두 복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언론 적폐 OUT…돌아온 해직언론인들

방송사 경영진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축소하고, 왜곡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2009부터 진보적 성향의 방송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배경에 국정원의 개입이 있다는 사실이 국정원 개혁위원회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편파‧왜곡 보도, 불공정 방송의 책임을 물어 김장겸 사장을 해임했다. 김재철‧안광한 등 MBC 전직 경영진도 줄줄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4대강 사업 보도 통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세영 SBS 회장도 지난 9월 경영소유 분리 선언을 하며 SB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언론 적폐’ 퇴장과 함께 지난 정권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 왔다.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가 해직된 조승호‧현덕수‧노종면 YTN 기자는 지난 8월 복직했다. 해직된 지 9년, 일수로 따지면 3249일 만이었다.

2012년 파업 참여로 해직된 MBC 해직 언론인 5명도 2000여일 만에 MBC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2월 11일 강지웅 PD, 박성제‧박성호‧이용마 기자,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동료들의 환영 속에 상암 MBC사옥으로 첫 출근했다.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앞서 복직한 최승호 사장도 이들의 출근길에 함께 했다.

방송사 임명동의제 도입 확산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꾸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사장 선임 절차와 제작 자율성을 위한 편성규약 가이드라인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방송사들도 자발적으로 임명동의제 등을 도입하면서 제작‧보도 자율성 보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BS는 방송사 처음으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했다. SBS는 박정훈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에 대한 구성원 임명동의를 받았다. 지난 11월 30일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의 임명동의 통과를 알리면서 “임명동의제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합의였던 만큼 앞으로 더욱 철저히 공정방송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SBS는 밝혔다.

사장 선임을 놓고 갈등을 빚은 YTN 노사도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구성원 투표를 거쳐 보도국장을 최종 임명하기로 했다.

▲ 한국독립PD협회가 지난 21일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방송사 갑질 관행 근절될까

방송계에 만연한 갑을관계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해다.

지난해 tvN <혼술남녀> 조연출을 맡았던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뒤 올해 EBS 다큐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촬영간 독립PD 2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방송사의 갑질 관행, 열악한 제작 환경이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최근에 tvN <화유기> 촬영장에서 발생한 스태프 추락사고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정부 5개 부처가 마련한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도 갑질 관행을 근절해 보겠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것이다. 종합대책은 외주제작 가이드라인 제정, 방송 제작 인력의 안전 강화, 인권 보호, 근로환경 개선, 표준계약서 의무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종합대책이 말뿐인 대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방송사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독립PD협회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이 일회성 발표에 그치지 않고 일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행되려면 각 방송사의 외주제작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5월 18일 방송된 MBC <군주> 방송 중 유사 중간광고를 알리는 화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성큼'

그동안 시청자들의 거부감과 업계 반대에 번번이 좌절됐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도 성큼 다가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MBC<군주>, SBS<수상한 파트너>등의 드라마와 MBC <복면가왕>‧<라디오 스타>, SBS<런닝맨> 예능 프로그램에 ‘유사 중간광고’를 적용했다.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쪼개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시청권 방해라는 지적과 함께 ‘변칙적 중간광고'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방통위는 지상파에도 전면적인 중간 광고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일 방통위는 ‘4기 방통위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포함한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7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의 2016년 광고 수익은 1조 6228억원으로 전년도 1조 9112억원보다 15.1% 감소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중간광고는 이미 종편과 유료방송에서는 도입됐지만 지상파 방송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았다”며 “지상파 방송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중간광고 문제도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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