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논란, MBC 경각심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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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보고서 "타성과 관행이 낳은 사고" 강도 높게 비판...보도국 내부 혁신안 준비

▲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파업이 끝나고 취재와 제작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묵인해온 취재와 제작 방식, 그리고 하루하루 8시에 나가는 리포트에만 집중하는 '납품' 현실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잠식하고 있다. 여전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아래 민실위)가 2018년 들어 처음 내놓은 보고서에 <뉴스데스크>를 향한 매서운 질책이 담겼다. 4일 오후 공개된 보고서는 과거의 '보도 참사' 사례를 나열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새 출발을 알린 <뉴스데스크>에서 "불과 며칠 사이 뉴스 제작의 기본과 기초를 망각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간의 논란을 "타성과 관행이 낳은 사고"라고 규정했다.

MBC본부의 72일 파업이 끝난 뒤 한동안 <MBC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임시 체제로 운영됐던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6일 방송을 재개했다.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직됐던 박성호 기자와 역시 파업 과정에서 현업에서 배제돼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던 손정은 아나운서가 앵커로 나섰다. 마찬가지 이유로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기자들도 대거 복귀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부터 두 개의 크고 작은 잘못이 있었다. 제천 화재 참사 CCTV 화면에서 맡은 일을 하고 있던 구급대원들과 현장 지휘관을 두고 사실 확인 없이 '우왕좌왕했다'고 표현한 것이 첫 번째였고,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다스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반론 없이 '이 전 대통령이 미국법인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보도한 것이 두 번째였다.

전자의 경우 3일 뒤 당시 화면에 나왔던 현장 지휘관의 인터뷰를 반론 보도 형식으로 방송했다 다시 이틀 뒤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이 전 대통령 측이 MBC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데다, 향후 민형사상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더 큰 논란은 새해 첫 날 불거졌다. 개헌 관련 리포트에서 전직 MBC 인턴기자 등 취재기자의 지인들이 인터뷰 대상자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뒤이어 12월 9일 뉴스에서도 MBC 직원을 일반 시민인 것처럼 인터뷰해 방송했음이 드러났다. <뉴스데스크>는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보도 행태일 뿐만 아니라, 취재윤리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2일 다시 사과했다.

그러나 민실위 보고서는 "이 사과는 내부자인 MBC 기자들이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표피만을 짚었을 뿐이다"라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진단했다. 리포트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인터뷰를 해왔던 것이 언젠가부터 앞뒤가 바뀌어 인터뷰를 리포트의 형식적 완결을 위한 의무적인 '양념'처럼 생각하는 관성이 자리 잡았고, '새 그림을 확보하면 기사가 된다'는 타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리포트를 담당했던 일선 기자부터 간부, 보도 책임자까지 아무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수정하지 못했던 것을 두고 보고서는 "더욱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우리는 부끄러운 과거를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MBC, 새로운 뉴스를 건설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안고 있다"며 "우리는 의욕이 넘쳤지만, 조급했고 준비가 부족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내부선 자성의 목소리...보도국은 혁신안 작업 착수

▲ 72일 파업 뒤에도 '보도부문 정상화'를 외치며 제작 거부를 이어갔던 MBC 보도국 구성원들은 매일 아침 전날의 뉴스를 모니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남상호 민실위 간사는 5일 <PD저널>에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그런(최근의 보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보고서는 그것을 모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간사는 "'내가 만약 비슷한 입장이었어도 비슷한 실수를 했을 것 같다'는 자성과 반성의 분위기가 있다"며 "'앞으로 현장에서 인터뷰 등의 취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취재 규범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MBC 보도국 구성원들은 자체적으로 그간의 보도 참사를 사례별로 분석하고 반성한 백서를 발간하고, '뉴스 재건팀'을 통해 정상화 이후 MBC 뉴스의 방향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현재 보도국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오는 3월을 목표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혁신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뉴스데스크> 보도로 불거진 취재 관행 문제를 되짚어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TF팀의 또 다른 목표다.

박성제 취재센터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지난 9년간 뉴스가 파행을 겪었던 것과 상관없이, 방송 뉴스를 제작할 때 오래 전부터 허술하게 생각해 왔던 부분들의 일부가 (이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는 뉴스를 만들기 위한 조직 및 콘텐츠 혁신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또 이번과 같은 실수나 오보가 발견되면 바로 수정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안을 통해 자칫 비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출입처 및 특파원 제도를 일부 개편하고, 사건사고 리포트에서의 선정성을 지양하는 대신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는 취재 방식을 마련하는 등 저널리즘의 윤리와 원칙을 강조한 시스템을 갖춰나가겠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BBC 등 전 세계 공영방송의 사례를 바탕으로 공영방송의 길을 모색하는 내부 세미나와 강연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 센터장은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룸>이 100일 동안 세월호 참사 현장을 중계하면서 한국이 마주한 거대한 이슈를 놓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뉴스 신뢰도를 높이고 특종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은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배울 건 배우고, 화려한 포장 없이 거북이처럼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뉴스데스크>서 밝힌 대로 1일 리포트에 대한 외부 조사도 시작됐다. 한국방송학회는 MBC의 의뢰를 받아 취재기자와 지인 간 오갔던 휴대폰 메신저 내역과 통화 내용 녹취록, 인터뷰 원본영상 등을 분석 중이다. 조사를 맡은 한 교수는 <PD저널>에 "총 5명의 교수가 조사에 참여한다"며 "다음 주에는 MBC를 방문해 현장 조사도 실시한다"고 전했다.

언론시민단체도 내부에서 나온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 산다는 입장이다.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변화를 약속했지만 실행하는 과정에서 관행이나 타성에 젖어 있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문제를) 인지했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민실위 보고서에서 지적을 한 만큼, 앞으로의 보도를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민실위에서 심도 있게 내부 비판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런 내부 종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보도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기본적으로 뉴스에서 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자체를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두르기 보다는 안정을 위해 점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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