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예능 만능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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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아이돌 팬덤'에 기댄 예능의 실패

[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지난 6일 평창올림픽 특집을 끝으로 SBS 주말예능 <마스터키>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MBC 연예대상 수상자 전현무와 작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던 이수근이 MC를 맡고 태풍을 몰고 다니는 대세 아이돌 워너원의 강다니엘과 옹성우를 비롯해 엑소 백현, 슈퍼주니어 헨리, B1A4 진영, 아스트로 차은우, 슈퍼주니어, 김종민 등 인기 아이돌과 예능 선수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지만, 최종회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은 1부 1.3%, 2부 1.5%를 기록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마스터키>는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을 콘셉트로 내세운 쇼버라이어티 예능이었다. 아이돌 멤버들이 ‘마스터키’를 가진 자들을 찾기 위해 고도의 심리 게임을 펼친다고 하니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와 반전 매력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특히 아이돌의 예능 출연 활로가 특별하지 않은 이때 다양한 아이돌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올스타’에 가까운 성격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열쇠를 돌려보니 심리 게임은 기획 의도를 적은 문서상에만 존재했으며, 게임과 심리전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 추후 조금씩 게임의 룰을 보강하며 뜯어고치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러면서 빈자리를 메운 것이 의미 없는 <X맨>식 게임과 댄스신고식의 춤사위였다. 10여 년 전보다도 더 수동적인 여성 출연자의 역할 때문에 당시와 같은 ‘썸’이 피어날 틈도 없고(시청자들도 수준이 달라졌다), 게스트에 의존하다보니 커뮤니티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싹트지 않았다.

<나 혼자 산다>‧<강식당> 등에서 각자 날아다니는 진행자들도 손발이 헛돌았다. 그런 와중에 최종회는 평창올림픽 홍보 특집으로 꾸며졌다. 얼음낚시, 봅슬레이, 투호 등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하는 게임을 하다가 출연진 모두에게 마스터키를 돌리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 지난 6일 방송된 SBS <마스터키> 화면 갈무리. ⓒPD저널

관찰형 예능 시대에 쇼버라이어티로 승부를 보겠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을 개척하는 틈새전략은 유니크한 점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차별화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제목까지 ‘마스터키’라 내세웠지만, 진정한 볼거리는 마스터키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강다니엘 등 출연자들의 활약상을 모은 '짤'에서 나왔다.

그렇다보니 영화 한 편 보는 시간과 맞먹는 예능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끈기 있는 시청자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결국 <마스터키>는 아이돌 팬덤에 기댄 다소 무책임한 예능 기획의 사례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남기게 됐다.

<마스터키> 제작진은 네이버 <V LIVE>와 <주간 아이돌>을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다. 아이돌 팬들에게 이 프로그램들은 공고한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시청률은 높지 않다. 아이돌의 매력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팬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임에도 그렇다. 하물며 <마스터키>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과 같은 화제성을 기대할 수도 없고, 팬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무대도 아니다. 멍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는 상황에 내던져진 아이돌들은 목적이나 전략이 뭔지도 모른 채 열심히 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열심히 하는 것과 예능의 재능은 또 다른 문제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스타들이 예능에 정착하는 것은 별개의 관문이다. 아이돌 예능은 잊을 만하면 기획되지만 늘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호감도와 팬덤이 예능 시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볼거리에 맥락을 이어주고 살을 붙여주는 스토리텔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무리 싱그러운 아이돌 프로그램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터키>는 단순히 아이돌을 모아놓은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돌 팬덤에 기대어 손쉽게 이슈를 끌어보려는 간편한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간파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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