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안광한 등 MBC 전직 경영진, 법정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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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전보, 승진 배제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 확인...노조 "불구속 기소, 유감"

▲ 김장겸 전 MBC 사장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 등 MBC 전직 임원진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1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영기 부장검사)는 MBC 전직 사장 두 명과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 소속 구성원들을 부당하게 현업에서 제외하거나 승진에서 배제하고,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MBC에 대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넘겨받아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벌여 왔다. 지난 11월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 위치한 사장실과 임원실 및 경영 관련 부서를 비롯해 일부 전직 임원진의 자택에 대해 약 11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안광한 전 사장 등 피의자들이 2012년 MBC본부의 파업 이후 소속 구성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2014년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을 신설, 이들을 부당 전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부 구성원은 MBC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전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이 같은 조치에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개입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암동 MBC 사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는 그동안 MBC본부로부터 이른바 ‘유배지’라고 불린 곳으로, 최근 최승호 새 사장이 취임한 뒤에야 폐지됐다.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이 2014년 임원회의에서 MBC본부 조합원인 보직 간부들에게 탈퇴를 종용하도록 지시하고, 끝까지 따르지 않은 이에게는 보직을 빼앗고 일반 팀원으로 강등한 혐의도 적용됐다.

뿐만 아니라 김장겸 전 사장과 권재홍·백종문 전 부사장에게는 2015년 승진대상자 선정 심사에서 일부 MBC본부 조합원들을 ‘사측과 소송 중인 다른 조합원들을 위해 탄원서를 써줬다’거나 ‘사측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소수 노조원에 대한 단발성 인사 불이익 또는 금품을 동원한 개입이 대부분"이라며 "이 사건은 최고경영진이 문제가 된 데다가 사측이 수년간 다수 노조원을 상대로 조직 개편과 인사권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MBC본부 "검찰 수사, 예견된 부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MBC본부는 성명을 내고 “언론자유를 내팽개치고 공영방송을 권력에 갖다 바친 악질 범죄자들이 뒤늦게나마 사법적 심판대에 서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거 정권에서 검찰이 MBC본부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하려 했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일정 부분 예견된 부실”이라며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MBC본부 집행부들을 기소한 과오에 대해 반성과 사과는커녕, 불법 행위자들을 봐주는 논리를 댔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의 불구속 기소를 두고 MBC본부는 “두 사람은 공영방송 MBC를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파괴한 중대 범죄자들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 기간 내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과의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MBC본부는 “특히 김장겸은 고용노동청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당국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는 내내 감독을 방해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는 등 조직적 증거 인멸을 교사한 범죄마저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이 모든 것을 모른 척하고 슬그머니 넘어갔다. 별도의 형사고발을 통해 반드시 김장겸 씨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전직 경영진 중 일부가 법적 처벌을 피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MBC본부는 “최기화가 당시 회사의 주요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국장으로 재직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기화는 또 노동조합의 민실위 보고서를 뭉칫째 찢어 훼손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인물“이라고 지적한 MBC본부는 ”이후에도 민실위 보고서의 보도국 배포를 지속적으로 금지시켰고, 보도국 기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전화에 응대하지 말라고 지시까지 했다. 명백하고 지속적인 노동조합 활동 방해 행위인데, 이를 모두 묵과하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MBC본부는 검찰이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이고, 정도가 미약했다’는 이유로 박 전 미술부장을 기소 유예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의 지시자는 물론 행위자도 처벌한다는 노동법 정신에 부합하는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MBC본부는 검찰과 MBC 사측에 끝까지 ‘적폐 청산’ 작업을 완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MBC본부는 “검찰은 이들뿐 아니라 MBC 파괴의 원흉인 김재철 전 사장과 전영배, 윤길용, 이진숙, 이우용 등 국정원의 MBC 장악 공범들을 철저히 수사해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공정방송 파괴와 방송 독립성 훼손,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의 전모를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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