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 현실, 널리 알려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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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PD 현실, 널리 알려졌으면”
故 김광일 PD의 아내 '다큐 PD였던 당신-그대 잘 가라' 출판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8.01.26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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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3시 30분,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는 <다큐 PD였던 당신- 그대 잘 가라>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책의 저자인 오영미 작가가 글을 낭독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구보라 기자] "독립 PD들의 어려운 작업 환경이 널리 알려져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남편, 형 그리고 동료이자 선후배였던 독립PD 2명에 대한 기억이 담긴 책 <그대 잘 가라>에는 이처럼 간절한 바람을 담겼다.

<그대 잘 가라>(그러나출판사, 2018)를 펴낸 오영미 작가는 지난해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뜬 故 김광일 PD의 아내이자 방송 작가다. 김광일 PD와 박환성 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다큐멘터리 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책에는 당시 사고에 대한 기억, 이후 슬픔과 참담함, 남편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겼다. 뿐만 아니라 동료, 선후배 독립 PD들이 기억하는 그들, 독립 PD들이 처한 제작환경 현실도 충실하게 실었다.

26일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그대 잘 가라> 출간기념회에는 오영미 작가 그리고 故 박환성 PD의 동생 박경준 씨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 PD들, 두 PD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자리했다.

오영미 작가는 “그 사람, 그때의 사고, 저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담자고 마음먹었다. 이야기를 담지 않고, 가슴 한켠 다락방에 숨겨뒀다면 버티지 못 했을 거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아이들과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며 흰 종이에 글자를 빼곡히 넣었다.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기억의 조각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고 어렵게 운을 뗐다.

또한 “이 책은 독립 PD였던 나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갑질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독립 PD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방송의 현실과 방송 만드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이제 겨우 한 발을 움직였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준 씨는 “<그대 잘 가라>는 유가족 입장에서는 마음 아픈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하지만 당시 사고에 대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고, 방송 관계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방송계 생태계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故 박환성 PD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떠나기 전, EBS를 상대로 “부당한 간접비 귀속”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EBS와는 타협을 보지 못 한 채, 두 PD는 7월 촬영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방송사 불공정 관행 문제는 다시금 이슈화됐다. 정부와 관계 부처에서는 “불공정 관행을 없애겠다”며 의지를 보였고, 지난해 12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정부부처가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개월은 오영미 작가와 박경준 씨 등 유족들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관련기사: 2017.07.10. 'EBS, 정부 제작지원금 간접비 요구 논란...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최우영 독립 PD(보다 미디어그룹 제작본부장)는 “이대로 잊히는 게 안타까워 왔다”며 “(방송 제작 현장에선) 계속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지금은 방송사와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방송 현장에 있는 제 동료들이 말하길 ‘현장에서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환성 PD에 문제제기했던 당시 사건의) 당사자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고, 그들과 매주 기획회의도 하고 시사도 한다. 그 점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며 “방송계 문제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하나씩 계속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26일 오후 3시 30분,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는 <다큐 PD였던 당신- 그대 잘 가라>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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