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남녀' 종영 자막도 없이 마지막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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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녀' 종영 자막도 없이 마지막 방송
EBS, "은하선 작가 하차 관련해 출연진과 합의 못해" 조기 종영 결정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8.02.06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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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까칠남녀> 5일 '얼평 좀 부탁드려요'편 중 마지막 장면.ⓒEBS 화면캡처

[PD저널=구보라 기자] 출연진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은하선 작가 하차 철회 요구를 받았던 EBS <까칠남녀>가 지난 5일 조기 종영했다.

지난 5일 방송된 <까칠남녀> 마지막 방송은 다음주 방송을 예고하듯 '더 까칠한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자막과 함께 끝을 맺었다. 19일로 예정된 종영일 보다 앞당겨졌을뿐더러 1년 동안 시청해준 시청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없이 프로그램 막을 내린 것이다.   

EBS는 은하선 작가의 하차에 반발해 출연을 거부한 출연진을 설득하지 못해 조기 종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BS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5일 오후 <까칠남녀> 종영과 관련한 회의가 열렸고 해당 회의에서 <까칠남녀> 조기 종영이 결정됐다"며 “제작진은 남은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출연진을 설득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된 의견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까칠남녀>는 지난달 고정 출연자인 은하선 작가에게 하차를 통보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EBS는 ‘문자 사기 사건’, ‘십자가 딜도 사진 SNS 게재’ 등이 “공영방송 출연자로서 부적절하다”며 은하선 작가 하차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시청자들은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2부작(12월 25일, 1월 1일 방영)과 관련해 보수 성향의 학부모·기독교 단체들이 항의한 게 하차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까칠남녀> 다른 출연자들도 은하선 작가의 하차에 반대하며 출연을 거부했고, 지난달 17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까칠남녀> 마지막 2회분 녹화는 취소됐다.

출연진들이 '출연 거부' 뜻을 굽히지 않고, EBS도 출연진과 시민단체들의 '하차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조기 종영'에 이른 것이다. 

▲ EBS <까칠남녀> 5일 '얼평 좀 부탁드려요'편 중 마지막 장면 ⓒEBS 화면캡처

EBS는 <까칠남녀> 조기 종영 소식을 알리면서 “계획한 대로 방송을 마치지는 못하지만,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일련의 성과가 덮어져서는 안 된다”고 평가한 뒤 "EBS는 다양한 의견을 방송에서 수렴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젠더 토크쇼'를 표방하며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 도발적인 의문을 던진 <까칠남녀>의 의미와 성과를 조기 종영 결정과 별개로 평가해달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EBS가 이번에 프로그램 조기 종영을 결정하면서 <까칠남녀>의 성과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이 많다.   

EBS 입장문 발표 이후 은하선 작가는 "(EBS의 입장문과 민원답변서에는) 출연진과 합의가 안되어 종영한 것처럼 적혀있다. CP와 입장이 달라서 사측을 설득하고 다녔던 <까칠남녀> 제작진들의 입장은 왜 쏙 빼놓으셨죠“라고 되물었다.

EBS는 입장문을 발표에 앞서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에도 '은하선 작가 철회' 민원에 대한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답변서와 입장문에는) EBS가 추구하는 방송의 가치에 대한 내용만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는지는 없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혐오 발언에 대해 EBS가 단호하게 대처해야한다는 게 민원의 핵심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슬아 사무국장은 “방송이 종영되더라도, 은하선 작가를 하차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내용이 있기를 희망했다"며 "EBS는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성과가 덮어져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본인들의 성과를 지금, 더 깎고있는 게 이번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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