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성원들 '사면복권', '적폐청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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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구성원들 '사면복권', '적폐청산' 첫걸음”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신임 위원장, "정상화 논의 적극 참여할 것"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8.03.2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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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구보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 신임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경호 기자는 KBS 새 사장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KBS 정상화를 위한 적폐청산',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파업 이후 지난 2월 치러진 KBS새노조 제5대 정·부위원장 선거에서 이경호·조성래 후보는 94%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경호 신임 위원장은 1995년 KBS에 기자로 입사했으며,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5대 집행부는 KBS가 정상화의 길목에 선 시점에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KBS새노조 조합원 2200여명은 넘는 '공영방송 사수'와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43일 넘게 파업을 벌였다. 고대영 사장이 해임된 이후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양승동 후보자는 오는 30일 국회 인사청문을 남겨두고 있다. 

KBS새노조 5대 집행부의 임기가 시작된 지난 19일, 이경호 신임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Rebuilding KBS'를 슬로건으로 내건 5대 집행부는 △적폐청산 사면복권 △'당당한 대표노조', 지역문제 해결 전담 조직 신설 △조합원 및 사내 전 직원 권익 확보 △성폭력없는 직장문화 실현 △KBS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제도 투쟁 △새로운 제작환경 마련 △기술조직 원상회복 및 전문가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언론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했는데, 이번에 KBS새노조 위원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KBS새노조 위원장 자리를 생각하지 않았다. 파업이 끝나고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 일을 하려고 했다. 새로운 집행부는 예전보다 더 젊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KBS새노조 위원장 제안을 받고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파업하면서 고대영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KBS를 사랑한다면 이제 보직을 사퇴하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KBS를 사랑한다면’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대입해봤다. 현업으로 돌아가면 보직을 받을텐데, 새로운 KBS를 만들어갈 중요한 시기에, 노조에서 요구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KBS 정상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기라서 내부에서도 KBS새노조 집행부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앞으로 가장 중점을 둘 정책이나 사업은. 

'적폐청산'이 가장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인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길환영, 고대영 등 이전 사장들 체제에서 공영방송인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보직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KBS에 진보와 보수 양쪽이 공존해야 한다고 하다라도, 기존 체제의 간부들이 있을 자리는 없다. 새롭게 선임될 사장이 해야할 첫 번째 임무도 'KBS 적폐 청산'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그동안 부당한 징계로 '한직'으로 밀려나고 승진에서 누락됐던 사람들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 일이 선행되지 않고선 어떤 것도 이뤄질 수 없다.

▲ 국민을 위한 KBS로 돌아가기 위한 KBS새노조의 총파업이 끝난 후 치러진 제5대 정·부위원장 선거 결과 지난 2월 이경호·조성래 후보가 94%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사진은 KBS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이경호 위원장. ⓒKBS새노조

양승동 사장 후보자가 인사청문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년 간 KBS새노조 조합원으로서 함께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웠던 인물인데, 이후 노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나. (▷관련기사 : 'KBS 신임 사장 후보에 양승동 KBS PD')

주식회사 사장이 주주들의 권익을 대변하듯이, KBS는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이 주주다. 결국 KBS 사장은 국민을 대신해 일하는 사람들의 대표일 뿐이고, 그런 사장이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낼 땐 노조가 반대를 할 이유는 없다. KBS새노조가 해야할 일은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면 KBS 정상화를 위한 기구가 꾸려질텐데, KBS새노조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공약으로 제시한 ‘KBS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제도 투쟁’은 뭘 의미하나.

KBS 사장 선임과 수신료 문제는 정치권이 관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KBS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를 선임하고 있는데, 그 절차나 방법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러다보니 정당에서 적당히 자기 사람을 심는 방식으로 가곤 했다. 이러한 선임 구조부터 바꿔야한다. 시민사회 단체, 노동계, 지역계 등 다양한 사람이 이사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신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신료는 여야를 떠나 적정하게 책정되고 산정되어야 한다. 

'성폭력 없는 직장문화 실현'도 약속했다. 현재 성폭력 문제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직원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료조사원, 방송 작가 등은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들이다. 남성 직원들은 비정규직을 관할하고 평가하는 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직장 내 위력관계가 발생하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성폭력이 발생해도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노조 차원에서 위원회 등의 조직을 만들어 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체협약에 성폭력 관련 처벌 조항을 추가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용할 규정이 없는 KBS 사규 개정도 요구할 예정이다. 

지역문제 해결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지역에 있는 조합원들이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조만간 지역지부장들이 모인 지역협의회에서 처음으로 ‘지역 출신 지역 부위원장’(상근직)을 뽑기로 했다. 이후 지역문제를 적극적으로 챙겨나가겠다. 

임기가 시작됐는데 앞으로의 일정은.

오는 4월 12일 출범식이 예정되어 있다. 출범식 전까지 5대 집행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인 시간표로 짜고 있다. 각 구역별 중앙위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조직 정비가 우선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노조'를 목표로 세웠다. 노조가 해야할 일을 회사에서 먼저 하면 더 좋을 것 같다.(웃음)

마지막으로 KBS새노조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앞으로 KBS의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변화의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려고 파업을 했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쉽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는데, 함께 잘 헤쳐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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