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중계, 여섯 경기당 한 번꼴 '성차별적'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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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진흥원, 평창올림픽 '성평등' 지향했지만...'외모 평가'‧'고정관념' 여전

[PD저널=구보라 기자]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 혼성 종목이 가장 많았던 2018 평창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여성선수들을 폄하하는 ‘성차별적 발언’이 여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창올림픽 중계방송을 모니터링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성차별적 중계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양평원은 지난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지상파 3사가 중계한 평창올림픽 169개 경기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 서른 건의 성차별적 발언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5.6 경기당 한 번꼴로 성차별적 발언이 나온 셈이다.  

성차별적 발언 중에서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지어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등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발언이 11건(36.7%)으로 가장 많았다. 

또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를 비교하며 실력을 폄하하거나 제한을 두는 발언들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자 선수의 웨이트기 때문에 아무리 강하게, 굵게 친다고 해도 완전히 빠트리기는 어렵거든요”(KBS, 2월 23일, 컬링 여자 준결승), “여자 선수는 한 방짜리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 되거든요”(KBS, 2월 20일, 컬링 여자 예선) 등이 그 예다.

경기와 무관한 선수들의 사생활이나 나이를 언급하거나 선정적인 발언도 있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 A파이널’ 경기(KBS, 2월 20일)에서 이정수 해설위원은 경기를 보던 중 “아… 지렸… 아 팬티를 갈아입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양평원은 “방송 수위를 넘는 선정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별 분포로는 KBS가 20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MBC와 SBS가 각각 5건(16.7%)으로 뒤를 이었다.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월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올림픽 중계진의 성별 비율도 남성에 편중됐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계진 499명 중 여성은 124명(24.8%), 남성은 375명(75.2%)이었다. 이는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여성 중계진 비율(17.8%)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방송 3사의 캐스터는 남성이 211명(92.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해설자도 남성 164명 (60.3%), 여성 108명(39.7%)으로 남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이에 따라 성차별적 발언을 한 중계진도 남성이 27명(79.4%), 여성 7명(20.6%)으로 조사됐다. 

양평원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 혼성 종목이 가장 많았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성평등 확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성평등 올림픽’에 대한 개최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흐름에도 지상파3사 중계방송 속에서 여자 선수들의 위치와 위상은 여전히 남성들과 비교해 타자로서만 위치했다”며 “성평등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중계진들의 젠더 감수성 교육, 중계 지침 그리고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심의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평원의 동계올림픽 모니터링 결과는 양평원 양성평등사업팀으로 문의하면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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