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 KBS일요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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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 KBS일요스페셜
‘유행’아닌 ‘시사성’추구에 유념해 주길
공영방송 자존심 세운 간판 프로그램 명예 지켜야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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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남북문제가 통일 지향적 토대 위에서 전향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 간간이 되뇌어보던 물음이다. 이런 물음에 대해 다소 성급한 생각이긴 하지만 tv 화면이 먼저 응답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특히 kbs [일요스페셜]에서 방송한 ‘탈북 식량난민 13인의 생존기"는 한 프리랜서 비디오저널리스트가 1년여의 취재를 통해 찍은 테이프를 방송사가 편집·방영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제작관행에 비추어볼 때 새로운 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좀처럼 외부에 그것도 일반 시청자들에게 화면을 내주지 않는 방송사의 높은 벽을 감안하면 이번과 같은 시청자 참여 제작방식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작품이 촬영에서부터 편집까지 전체를 작가의 의도대로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작원의 다변화라는 측면과 시의성 있는 주제와 대상에 대한 취재의 순발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 것만은 분명하다.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프로그램으로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그램인 [일요스페셜]의 정체성 측면에서의 성과는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일요스페셜]은 매주 일요일밤 8시면 변함없이 무엇인가 새로운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tv화면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년간 계속되어온 이 프로그램은 정말 이름 그대로 ‘스페셜"한 내용의 주제와 소재가 매주 방송되는 것일까? 다른 여타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과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는가? ‘인간 다큐멘터리", ‘시사고발 다큐멘터리", ‘정치 다큐멘터리", ‘역사 다큐멘터리", ‘자연 다큐멘터리" 등 끝없이 확장시킬 수 있는 많은 다큐멘터리들과는 과연 어떤 점에서 특성화되고 있는가에 대한 중간 평가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물론 [일요스페셜]은 가장 kbs 다운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다소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공영방송의 이념에도 충실하고 그런대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방송상을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좋은" 프로그램인 게 사실이다. 처음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당시 kbs가 대표작으로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의도에 멋지게 맞아떨어진 셈이다.그렇다면 현재 [일요스페셜]은 처음 그 제작의도와 방향을 제대로 지켜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자는 얘기다.비평모임 참석자들은 대략 이런 점에서 개선의 여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우선 [일요스페셜] ‘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기획·생산·제작 등 다시 말해 종합제작시스템이 낳을 수 있는 관습주의, 답습주의가 지적되었다. 이른바 소재주의의 한계를 스스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독자적 외부 제작방식을 부분적으로 채택한 앞의 ‘탈북 난민기" 방송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였고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프로그램 제작 관행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물론 제작비 등 프로그램 제작시스템 전반의 영향 때문이긴 하겠지만 기획기간이 길고 제작기간이 짧은 시스템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매주 방송할 소재를 찾는데 급급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과거 방송된 내용들 중에서 1년여의 긴 제작기간을 두고 만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들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몇몇 시사성 있는 주제를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짧은 제작기간 때문에 졸속으로 평가받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아울러 ‘시사성"에 대한 개념도 단지 ‘유행"을 쫓는 게 아니고 오늘을 사는데 절실하게 필요한 대상을 찾는 게 바로 바람직한 시사성 추구라는 점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기로 하였다.또한 반복에서 오는 필연적인 긴장이완 현상일 수도 있지만 제작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치밀성 부족도 지적하자는 견해가 있었다. 결국 세상에는 하찮은 주제는 없고 하찮은 작가만 있다는 원론에 충실한 자기반성을 촉구하기로 하였다.다큐멘터리가 드라마와 만나고 뉴스가 쇼와 만나며 스포츠가 노래와 만나는 장르 파괴가 방송프로그램 전체를 휩쓸고 있다. 정통 장르 논의는 아예 쓸데없는 논쟁을 위한 논쟁거리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게 장르 파괴를 서슴지않는 제작진들의 답변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의식과 관행은 변한다. 예술과 문화의 형식과 내용도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물결을 스스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조율하는 노력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변화의 기본 방향에도 거슬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변화를 주체적으로 읽고 조절하는 능력을 소유한 방송인이 필요한 시대이다. [일요스페셜]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소재 그리고 형식 모든 면에서 kbs의 간판 프로그램다운 정체성과 치밀성 그리고 높은 자존심을 스스로 지닐 수 있도록 ‘다시" 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다.
|contsmark1|pd연합회 방송비평모임대표집필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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