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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권 노사 공유, 원점부터 새롭게 논의해야
국민회의 ‘KBS·EBS에만 편성위 설치’ 방침에 비판 여론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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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달 말 국민회의 측의 방송법 개정 시안이 나왔다. 비교적 전향적이라는 평가지만 ‘구태의연한 방송위원회 위원 선임방식’ 등 우려되는 측면 또한 적지 않다. 특히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계와 학계 전반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편성권’ 공유개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아직까지 우리 pd들에게는 낯설고, 충분히 고민해볼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던 편성권의 공유와 편성위원회의 설치. 그것은 왜 필요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contsmark1|1. 편성권 공유는 제작자율권의 출발점도대체 ‘편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권한인가? 불행히도 우리 방송계 종사자들 중 이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막연한 상태에서, 아무런 명시적 합의도 없이 경영진들이 그 권한을 배타적으로 행사해오고 있을 뿐이다.그리고 그 허위(虛僞)의 개념 하에서 우리 pd들은 ‘편성’에 대해 책임만 지는 피동적인 존재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거기에 권위주의적인 조직 논리가 더해지면서 방송노동의 자율성은 그 싹조차 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면서 실제로는 현업자들의 목소리가 거의 실리지 못하는 제작관행이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그렇다면 소위 한국적인 ‘편성’개념과 ‘편성권’ 행사가 빚어내는 현실의 낙후성과 허구성은 어떻게 치유돼야 하는가? 외국의 경우, 특히 유럽방송사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외국의 경우 특히 유럽방송사들의 경우 그 양상은 우리와 판이하다. 영국의 bbc나 호주의 abc는 편성의 권한과 책임이 모두 제작자에게 있음을 법과 내규로 정하고 있다. 경영진은 최종적인 책임만을 질뿐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제작의 매 단계마다 현업제작자들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으며 그 권한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자들로 구성된 ‘편성위원회’가 의무적으로 설치돼있다.요컨대 편성권은 “협의의 편성(소위 줄긋기)과 기획의 권리, 정보의 수집·가공·처리·전달(예를 들어 취재·편집 등)시 그 행위자의 우선적 권리”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방송사의 편성권은 일반시민들이 보유한 언론의 자유(국가나 자본, 기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위탁된 것이며 따라서 그 역할을 수임 받은 방송종사자 개개인 및 집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행돼야만 한다는 것이 그 주된 논거다.또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은 기획부터 송출까지 매 단계마다 현업자들의 의식적인 선택행위로 이뤄지는 일련의 정신적·창조적 분업과정이며, 제작자들 개개인의 자신의 노동과정에서 양심과 신조를 유지하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기본권의 연장이라는 점에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따라서 일선 제작자들의 자율성은 철저하게 보호되고, 거의 완벽하게 행사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지금 근거 없이 협소화되고 왜곡돼온 우리나라 방송계의 ‘편성’ 개념을 바로잡고,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유돼온 그 권리의 공유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한 모방으로 치부될 수 없다. 그것은 곧 제작자율권의 시작이요, 편성권의 소외를 극복하는 거대한(?) 출발점인 것이다.
|contsmark2|2. 국민회의 개정시안 곳곳에 허점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회의측의 개정시안은 편성권 공유의 본질적인 의의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근본원칙도 불분명하고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 있다. 우선 방송관계 일반법인 방송법 개정안에는 편성권 공유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이는 그들이 누차 표명해왔던 기존 입장으로부터의 명백한 후퇴다.비록 특별법으로 kbs와 ebs에 편성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지만 그 현실적 의미는 모든 민영방송과 mbc 등에는 편성권의 공유가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 방송사에는 그동안 권력에 의한 편성권 침해가 없었는가? 더구나 대부분의 민영방송에는 노동조합조차 구성돼 있지 않으며 자본측이 부단히 편성권을 침탈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그럼에도 개정시안은 외려 방송사업자에 의해 임명된 방송편성 책임자의 자율권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표 1. 제 3항 참조)민영방송의 경우에는 제작자의 권리와 전파의 공공성,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 무시돼도 좋다는 발상의 소산이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contsmark3|또하나 묵과할 수 없는 것은 kbs법, ebs법에 있는 편성위원회 관련조항의 비현실성이다. 개정시안은 “편성위원회는 노사동수로 구성하되, 경영진에 의견을 제시한다”고 돼있다. 편성위원회의 권한이 미리부터 제한당하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4|그렇다면 왜 굳이 ‘의견제시’인가? 노사동수로 구성되는 공정방송위원회,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통해 그동안 숱하게 의견이 제시돼 왔다. 그리고 대부분 경영진들의 책임 회피와 비타협적인 태도로 인해, 문자 그대로 ‘의견제시’의 한계를 넘지 못해왔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리부터 김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 조항은 삭제되어야 마땅할 것이요, 경영진의 성실한 참여와 협의사항 이행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contsmark5|3. 지금부터 논의해도 늦지는 않아 아직도 시일은 늦지 않았다. 정계개편에 여념이 없는 현재 정치권의 동향과 지자체 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중지를 모을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편성권의 문제가 방송계의 핵심현안으로 부각되어야 한다. 그것은 방송민주화운동의 재정비와 심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imf시대라는 상황 속에서 점차 경제적인 권익보호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는 노조에의 막연한 집단 위임이 아니라, 제작자 개개인이 주체로 서고, pd가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는 오랜 화두를 풀 단초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우리는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편성’의 근본 개념부터 모든 것을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 현재의 미흡한 논의에 새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기존의 공약에서조차 대폭 후퇴해 면피용 시안을 내놓는 정권측의 시혜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일환으로 우선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방송법 및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게재한다. 아울러 우리 실정에 맞는 편집 규약의 작성을 위한 하나의 전형으로서 독일 ndr(북부독일방송) 편집 규약의 주요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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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4. 편집위원회 설립을 위한 제안 1) 방송법 개정제3조 (방송편성의 자유)1. 방송편성의 자유는 보장된다.(현행)2. 방송순서의 편성·제작이나 방송국의 운영에 관하여 누구든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간섭을 할 수 없다.(현행) 3. 편성 및 제작에 관한 권한은 제작진과 경영진이 공유한다.(대안) 4. 대내외의 간여와 압력으로부터 편성 및 제작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 방송사내에 편성위원회를 설치한다.(대안)2) 시행령 개정1. 방송국의 장은 편집·편성위원회가 제정한 편집·편성 규약을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여야 하며 이를 개정한 때에도 같다.2. 편집·편성위원회는 방송법인의 사용자 및 편집 및 편성 활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동수의 편집·편성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3. 사용자를 대표하는 편집·편성위원은 사용자가 위촉하며 근로자를 대표하는 편집·편성위원은 취재, 편집 및 편성 활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하여 선출하되, 근로자의 과반수를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이 위촉한다.4. 편집·편성규약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①편집의 공공성과 자율성 보장에 관한 사항②편집·편성위원회의 구성, 권한, 조직, 운영에 관한 사항 ③편집·편성의 기본적인 원칙 및 세부지침에 관한 사항 ④편집·편성의 기본방침에 위배되는 내용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취재 또는 제작에 대한 거부권에 관한 사항 ⑤윤리강령의 제정 등에 관한 사항⑥편집·편성위원회의 임기 및 신분보장에 관한 사항⑦편집·편성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정성의 보장에 관한 사항 ⑧편집·편성위원회의 규정 등 제정에 관한 사항⑨편집·편성 책임자의 임면에 관한 사항⑩편집·편성 방향의 심의, 결정, 변경에 관한 사항5. 방송위원회의 위원장은 제 1항 내지 4항의 편집·편성 규약을 제정하지 아니하거나 편집·편성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당해 방송국의 장에 대하여 즉시 시정할 것을 명한다.
|contsmark8|3)ndr 편성 규약(statut die programm-mitarbeiter)■편집자의 권리- ndr의 모든 편집자들은 상급자의 지시권과 상관없이 자기 고유의 언론적 책임을 진다. 편집자들은 자기 나름의 관점과 견해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언론적 과제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자기의 확신이나 견해에 어긋나는 의견을 대변하도록 강요당하지 아니하며, 진실한 보도에 속하는 견해나 상황설명을 은폐하거나 삭제할 것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또 유혹받으면 안된다.
|contsmark9|■편집자 총회 및 편집위원회- 모든 편집자들은 총회를 구성한다. (총회는 하나의 공식적인 제도다)- 총회는 편집자들로서 편집위원회를 선임하여 제도화한다. 이 위원회는 라디오·tv·지역 스튜디오 등에서 대의원으로 참여하는 15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임기는 1년이며 위원은 1차례 중임할 수 있다. 편집자 총회는 편집위원회를 언제나 단순 과반수로서 불신임할 수 있다.
|contsmark10|■편집위원회의 활동 보장- 편집자는 기사나 프로그램을 두고 갈등 상황이 빚어질 때, 편집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어떤 불이익도 당하지 아니한다. 편집위원회는 어떤 불만 사항과 항의도 취급하고 다루어야 할 의무를 진다. 불만사항·항의내용·결과 등이 설명되고 진술될 때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편집위원회가 불만·항의 등의 이유가 있다고 간주할 경우, 위원회는 결정에 책임있는 자들(경우에 따라 해당 부서장과 국장)과 협의한다. 협의가 실패할 경우, 편집위원회는 방송사장과 협의한다.- 방송사 사장은 편집위원회의 의견을 청문하고 그 결정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편집위원회는 해당 당사자들에게 위원회의 협상 결과를 통고한다. 주요한 문제에 있어서 편집위원회는 위원회의 견해를 방송사 외부에 공시할 수 있다.
|contsmark11|■편집위원회의 권한과 운영- 프로그램에 구조 변동이 온다거나, 제작·편성·보도·기술국의 조직 변경이 있다거나 개편되거나, 편집·편성·보도 업무 부서 내에서 관할 업무 등이 변경될 경우, 편집위원회는 그러한 변경이 방송 내적 자유, 곧 편성 자유에 손상이 발생했는지 검토한다. 필요한 경우 위원회는 이 사실을 편집자 총회에 회부한다.- 편집자가 해고되거나, 부서 이동을 당하거나 자기 업무가 본질적으로 변경될 경우 즉시 편집위원에 알린다. 어떤 인사 조치가 이 편집 규약에 위배된다는 의심이 생길 경우, 그 책임자는 편집 위원회에 그 결정을 해명해야 한다.- 편성·편집·보도 등의 해당 국장들과 방송총국장·지방 국장 임면과 국차장의 임면의 결정을 앞두고 사장은 이것을 편집위원회에 미리 알리고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contsmark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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